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손사막은 <역경(易經)> 곤괘(坤卦) 육삼효(六三爻)에서 말한 ‘혹종왕사(或從王事) 무성유종(无成有終)’을 실천했다. 온갖 경사(經史)를 널리 공부했으며, 심지어 불경(佛經)에도 정통했던 그는 태백산(太白山)에 은거하면서 의학의 연구에 몰두해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수양제 양견(楊堅)이 몇 차례나 그를 불러 관직을 주고자 하였으나 모두 사절했다. 유정(柔靜)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던 그는 100세가 넘도록 건강하게 살다가 대지의 품으로 돌아갔다. 손사막은 9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시각과 청각에 이상이 없었고, 정신이 아주 맑았으며, 백수(白首)의 나이에도 만 권의 책을 풀이했다고 한다. 곤괘는 절기상으로 입동(立冬) 전후에 해당된다. 입동 무렵은 천지에 양기가 완전히 없어지고 순음으로 변하는 때이므로 만물이 잠복 상태로 들어가는 계절이다. 사람들도 이 시기에는 음기의 발동을 막아 신기(神氣)를 내부에 저장하고 그 소모량을 최소한으로 줄였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겨우내 저장했던 것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어미말의 유순하고 고요하며 순종을 잘 하는 것에서 그 상을 취하여 정(靜)을 양생의 법도로 삼는다. 고대인들은 정양법을 중시했다. 노자는 청정이 천하를 바르게 한다고 했으며, 관중(管仲)은 군주는 편안하고 고요하게 지내야 한다고 했다.
유가에서는 인자(仁者)는 욕심이 없으므로 고요하고, 성품이 고요하면 오래 살수가 있다고 했다. <황제내경>에는 역리(易理)를 양생에 이용하여 뜻을 한가로우면 욕심이 적고 마음이 안정되면 두려움이 없으며, 고요하게 있으면 기를 생성하지만, 움직이면 가혹한 질병에 걸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의 경지로 들어갈 수가 있는가?
첫째, 정(靜)으로 기(氣)를 모아야 한다. 겨울에는 만물이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건강에 필요한 에너지를 축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뱀이나 개구리의 동면처럼 사람도 신진대사량을 줄인다면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에너지의 소모량을 절약할 수 있다. 둘째, 움직임을 줄여야 한다. 현대 과학에서도 지나친 운동은 박테리아의 활동력을 억제하고, 질병에 대한 인체의 면역능력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일이나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셋째, 청정(淸靜)한 마음으로 욕심을 적게 가져야 한다. 유가는 인자는 생각과 욕심을 적게 가지고 편안히 지내므로 오래 산다고 생각했다. 욕심이 적으면 모든 일을 억지로 하지 않는다. 무사무위(无事无爲)를 삶의 목표로 삼고 청정에 으르면 심신이 편안해져서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를 막아준다. 넷째, 지나친 청정은 오히려 해롭다. 동(動)과 정(靜)은 상대적이다. 그러므로 적당한 동은 손사막의 말처럼 과로를 하지 않는다(常欲小勞)는 의미에서 정과 같은 개념이다. 100세가 되어서도 훌륭한 작품을 남긴 대서예가 소국선(蘇局仙)은 서예 덕분에 장수를 누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예는 정적이지만 강한 내공이 필요하므로 정 가운데 동을 포함하고 있다. 겨울철 건강의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