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청명 가절(淸明佳節)이다. 이 좋은 계절에 1일 국군의 날을 비롯하여 29일 저축의 날까지 합쳐 무려 14개의 기념일이 몰려 있고, 한글날 같은 정부 행사에다가 국제연합일마저 끼어 있으니 호시절을 음미할 한가한 틈이 없다. 게다가 고3수험생을 둔 가정마다 20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2014학년도 대학수능에 신경을 써야 할 테고, 대기업 입사를 바라는 20대 미취업 청년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하반기 기업고시가 10월에 치러지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삼성그룹이 올 하반기 대졸 신입 사원 공채를 위해 치른 삼성직무능력검사(SSAT: SAMSUNG Attitude Test) 시험에 전국과 해외에서 9만 2000여 명의 젊은이들이 응시했다고 한다. 이 인원은 삼성이 더 나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실시한 SSAT 시험을 보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최대 숫자다. 이날 수험생들은 입실 마감인 8시 30분보다 3시간이나 앞당겨 수험장에 입실하여 준비하는가 하면 특히, 시험지 배송차량이 도착하는 모습은 마치 대학입시 수능시험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각 기업에서 하반기 신규직원을 뽑는 기간이 10월 중에 몰려 있다. 그래서 미취업 청년들은 대기업 입사시험 준비를 위해 오랜 기간 대비를 한다. 대학 전공을 살려 입사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마다 자체 전형방법을 내세워 통과한 자에게만 입사 시험 자격을 주니 청년 수험생들은 대기업의 본시험은 당연하고 직무능력검사 등 예비시험에 대비하여 기업 고시(考試)를 위한 별도의 강의도 불사하는 실정이다. 대입시 수능을 위한 사교육이 문제가 되는 판인데, 대학을 졸업하고도 여전히 사교육을 해야 할 판이다.

좋은 직장 구하기는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므로 개인 입장에서는 목을 걸 만하다. 그러나 대기업의 근무환경이나 보수가 중소기업보다 월등한 조건이고, 제2의 사회적 신분으로까지 결정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인 만큼 대기업과 미취업 청년들을 탓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그런 사정이니 삼성·현대차·LG 고시 특강이 생겨나고, 입사(入社)학원이 된 입시학원이 한두 곳이 아니다. 비싼 대학등록금을 주고 졸업해도 지식이나 전공과는 무관하게 취업해야 하고 학교 공부가 무용지물이 될 판이니 대기업 입사 공부를 위해 사교육시장이 과열되는 등 사회적 문제는 심각할 수가 있다. 정부는 대기업의 사정이라 방관할 것이 아니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소모하는 사교육 신(新)시장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좋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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