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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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포세이돈은 지진의 신이다. 포세이돈의 노여움에서 지진이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포세이돈이 기분 나쁠 때마다 삼지창으로 땅을 치면 지진이 발생하며 인간들에게 벌을 주기 위해 지진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신의 노여움으로 지진이 발생한다고 믿었다. 인구가 증가해 지구가 무거워지면 신들이 지진을 일으켜 사람들을 매몰시킨다는 것이다.

일본의 고대 야마토 설화는 땅속에 사는 큰 메기와 연관시키고 있다. 메기가 날뛰어서 대지진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과거 우리 역사에서도 많은 지진이 발생했으며 이를 천형(天刑)으로 여겼다. 삼국사기에는 모두 97, 고려사에는 84, 조선왕조실록에는 무려 1899회나 지진발생 기록이 집계되고 있다.

삼국사기 열전 김유신 조를 보면 죽음과 지진을 결부시키고 있다. 장군이 세상을 떠나는 날 요성(妖星)이 나타났으며 지진이 발생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통일신라 혜공왕 15(779AD) 왕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00명이나 되는 사람이 사망했다. 땅이 갈라지고 샘물이 솟아오르는가 하면 집이 도괴됐다.

조선 명종 1523(1546AD) ‘서울에 지진이 일어나 동쪽에서부터 서쪽으로 갔으며 한참 뒤에 그쳤다. 처음에는 소리가 약한 천둥 같았고 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집채가 모두 흔들리고 담과 벽이 흔들려 무너졌다는 기록이 있다.

인조 2169일 및 10(1643AD) 경상감사가 장계를 올려 지진을 황급하게 보고했다. ‘지진해일(地震海溢 쓰나미)’이 동해안을 덮쳤다는 역사를 알려 준다

안동에서부터 동해·영덕 이하를 경유해 돌아서 김천 각 읍에 이르기까지, 이번 달 초 9, 102번 지진이 있었습니다. 성벽이 무너짐이 많았습니다. 울산 역시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마찬가지로 지진이 있었습니다. 울산부의 동쪽 13리 밀물과 썰물이 출입하는 곳에서 물이 끓어올랐는데, 마치 바다 가운데 큰 파도가 육지로 1, 2보 나왔다가 되돌아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건답 6곳이 무너졌고, 물이 샘처럼 솟았으며, 물이 넘자 구멍이 다시 합쳐졌다. 물이 솟아난 곳에 각각 흰 모래 1, 2두가 나와 쌓였습니다.’

튀르키예 지진피해가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사망자만 2만명이 넘어섰고 지하에 매몰돼 구조되지 않은 사람도 수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매몰된 사람들은 바깥에 있는 가족들에게 마지막 유언을 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안타깝기만 하다.

세계 여러 나라가 긴급구조단을 보내 매몰된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지만 추위로 여의치 않아 수만명은 현재 실종 상태다. 정치적인 이유로 많은 나라가 긴급구호를 외면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 민간, 종교단체가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두산그룹은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 구호와 복구를 위해 100만 달러(12.5억원) 상당의 밥캣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밥캣은 인명 구조와 건물, 도로 등 기반시설 복구에 사용할 수 있는 장비다.

튀르키예 사람들은 우리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른다. 그들의 조상은 몽골과 중국 변방에 살았던 훈족과 튀르크족이다. 튀르크는 힘세다는 뜻이며 몽골인들은 한국을 솔롱고스(Solongos)라고 부른다. 무지개라는 뜻이다.

훈족의 후예 튀르키예 사람들이 형제의 나라라는 뿌리 깊은 역사 인식은 이들이 한국전쟁에 참전 피를 흘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들이 절망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은 자유를 지켜준 보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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