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슬람사원 공사장 앞
반대 주민들, 수육파티 열어
시민단체 등 혐오 중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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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2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서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기국밥을 먹는 행사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02

[천지일보=임혜지, 송해인 기자] 그냥 한국식으로 국민 잔치를 연 것일 뿐 혐오가 아니다.”  “한국 문화가 다른 사람 집 앞에서 돼지고기를 먹는 것은 아니지 않나.”

2일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장 앞에서 사원 반대 주민 수십여명이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기국밥을 먹는 잔치를 열었다. 건축주의 최종 승소로 이슬람 사원 공사가 재개된 것과 관련해 반대 주민들이 일종의 강한 항의성 시위를 연 것이다.

반대 주민들은 지난 1215일에도 공사장 앞에서 돼지고기 바비큐 파티를 열어 무슬림 혐오논란을 일으켰다. ‘혐오가 아닌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주민 측의 주장에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는데, ‘무슬림 혐오’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1130분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 현장 앞 골목길. 골목 입구부터 공사장 앞까지 약 50m 구간에 10개가 넘는 간이 테이블이 펼쳐졌다. 테이블 뒤로는 돼지국밥 드시러 오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슬람사원 건축 반대가 적힌 현수막 아래에는 이전에 놓인 돼지머리가 여전히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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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2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서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기국밥을 먹는 행사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02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이슬람사원건립반대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주민들은 음식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12시가 지나자 테이블은 수육과 국밥을 먹는 주민들로 가득 찼다.

비대위 관계자는 전국에서 보내준 후원과 지지로 열리는 행사라며 잔치를 열고 수육과 국밥을 나눠 먹는 것일 뿐 혐오범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대위의 국민 잔치는 지난 1215일에도 열려 논란이 됐다. 당시 이들은 사원 공사장 앞에서 통돼지를 굽는 바비큐 파티를 벌였다.

이슬람 문명권에서는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죄악으로 여긴다. 소고기도 이슬람 방식으로 도축한 경우에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사원 앞에서 대놓고 돼지고기를 먹은 것은 자칫 무슬림 혐오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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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2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서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기국밥을 먹는 행사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02

급기야 지난 12월 경북대 구성원인 교수와 학생들이 대현동 일부 주민들의 무슬림 혐오 행위에 반대한다며 대학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를 시행할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대학본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법원을 통해 건축이 재차 승인됐는데 주민들이 불법적으로 공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한다“(주민들이) 임시 기도처 주변에 무슬림 학생들을 향한 혐오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게재하고, 이슬람사원 신축 장소 인근에 의도적으로 돼지의 특정부위를 두 달째 전시했다. 이는 무슬림 공동체에 정신적인 충격을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도 가세했다.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유엔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religion or belief, 종교의 자유 특별보고관)에 긴급 구제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대책위는 대한민국 정부, 대구시와 대구 북구청 등이 주민들의 종교 차별적이며 인종 혐오적인 공사 방해 행위를 방치하고 사실상 용인하는 건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자유권협약 등 한국이 비준한 국제규약을 위반한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돼지고기는 이슬람교의 대표적인 금기 식품으로서 돼지사체혹은 돼지머리를 무슬림 사원 근처에 투척하거나 전시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이슬람 혐오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행위로 보고된 바 있다고 했다.

무슬림 혐오 논란이 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 이슬람사원 건축이 시작됐을 때부터 반대 주민들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테러의 온상 이슬람 사원 절대 반대’ ‘이슬람은 사람을 죽이는 악마 종교다등 대현동 일대 걸린 현수막에 무슬림 혐오표현이 담겼다며 철고 조치를 권고하기도 했다.

이후 반대 주민 사이에서는 “주거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인데 (주민들에게)말도 안되는 종교 혐오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현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집 앞에서 이슬람사원을 지으면 좋다할 사람 어디 있나종교 탄압같은 소리 하지 말고 동네 주민이 너무하다고 말도 하지 마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무슬림 혐오 논란은 계속됐다.

이슬람사원 갈등에 대한 해결책은 아직까지 막막한 상황이다. 북구청이 제안한 해결책과 관련해 비대위는 사원 인근 부지를 매입하거나 사원 인접 부지 매도한다는 방식의 이슬람사원 건축 해결책은 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겠다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날 수육잔치에 앞서 연 기자회견에서 “2년 만에 해결책이라고 북구청이 내놓은 것은 이슬람 사원 건립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주민들을 내쫓겠다는 일방적 통보와 다름없다며 이슬람사원 이전을 강하게 촉구했다.

북구청은 주민 설득 등 사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수육잔치 현장을 지켜본 건축주 측 무아즈 라작(Muaz Razaq)씨는 그들은 (사원 앞에서 돼지고기를 먹는 행동이) 한국 문화일 뿐 이슬람 혐오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한국 문화가 다른 사람 집 앞에서 돼지고기를 먹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 이슬람 사원 #북구 #반대 #종교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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