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고속터미널역 귀경객들 북적
“연휴 짧게 느껴 차편 구하기 어려워”
친척들 다 모이거나 가족 단위 여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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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 마지막날인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귀경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1.24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리진(25, 여)씨는 설 연휴를 맞아 3년 만에 경남 창원에 있는 큰집에 가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아뵀다.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는 최씨를 처음 본 순간 영문도 모른 채 어리둥절했다. 그간 코로나19로 손녀딸의 얼굴을 잊어버린 탓이었다. 이후 대화가 오가고서야 ‘우리 손녀딸’하고 반겨줬다고 최씨는 전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에는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고속버스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귀경객들이 썰물 밀려오듯 쏟아져 나왔다.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를 일주일 앞둔 이날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설 연휴를 고향에서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들로 북적였다. 여행용 가방을 한손에 끌고 짊어진 배낭과 부모님이 바리바리 싸준 보따리 등을 든 채 향하는 발걸음은 짧다고 느껴진 연휴의 아쉬움과 동시에 ‘다시 시작이다’라는 결연함을 엿볼 수 있었다.

고향으로 내려가는 반대 방향에는 배웅하러 나온 가족이 못내 보내기 아쉬운 듯 발길을 되돌리던 중 다시 돌아서 손을 연신 흔들며 잘 가라고 작별인사를 했다.

이날 만난 귀경객들은 이번 설 연휴가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와 일상을 회복한 명절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북적였고 외식도 하며 친척들도 많이 만났다는 반응이다.

최리진씨는 지난해 추석에도 부모님께 ‘고향에 내려갈까’ 연락드렸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코로나 병균 옮기는 거 아니냐’며 밀폐된 고속버스도 타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고향에 내려간 지 1년 만이라고 했다. 그간 못 봤던 친척들과 함께 따뜻함을 나눴고, 고향 친구들과도 만나 스트레스도 풀어 마음 편하게 직장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북 상주에서 귀경한 김영훈(28, 평택)씨는 “명절 때마다 고향에 내려갔지만 코로나 이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술집 거리가 있는데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어지러울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이모네 집에 다녀왔다는 김가람(16)양은 “명절 때 밖에서 이렇게 많이 돌아다닌 것은 처음”이라며 “백화점에 가서 이모가 옷과 맛있는 것도 사주셨다”며 자신이 입은 양털 옷을 집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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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 마지막날인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귀경객들이 선물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1.24

일상회복에 가까운 탓에 차편을 구하기가 어려웠다는 반응도 나왔다.

대구에서 귀경한 김혜연(28, 여)씨는 “설 연휴가 짧아서 예매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당일 취소되는 표가 있는지 계속 확인하고 ‘광클릭’ 했다”며 “다행히 표를 구해 고향 친구들과 등산도 다녀오고 부모님도 뵙고 하니 시간이 금방 지나버렸다”고 아쉬워했다.

가족 단위로 여행을 다녀온 이들도 많았다.

강원도 동해에 있는 부모님 댁에 다녀갔다가 경북 구미로 내려가려고 서울역에서 대기하던 김희강·오선영 부부는 동해에 많은 관광객이 북적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동해 바다에 축제 같은 것도 없었는데 겨울 바다를 즐기려고 오는 사람들로 빼곡히 들어찼다”며 “주차할 곳이 없어서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른다”고 했다.

천안에 있는 부모님과 안면도에 여행을 다녀온 김희량(가명, 20대 후반)씨는 “코로나로 그간 발이 묶여 가족들과 여행도 못 다녔었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코로나에 걸려 면역력도 강하고 코로나도 잠잠한 것 같아 미리 여행 계획을 짜고 다녀왔다”면서 “오늘을 제외하고 기온도 많이 내려가지 않고 날씨도 좋아 힐링 됐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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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 마지막날인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귀경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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