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 제한 없이 드려진 예배·미사
명동성당 등 신자들로 ‘인산인해’
“모여서 나누는 기쁨” 웃음 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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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5일 새벽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성린 성탄 대축일 미사에서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25

[천지일보=임혜지, 김민희 기자] 25일 성탄절을 맞아 전국의 천주교 성당과 개신교 교회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미사와 예배가 열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참석 인원을 제한하지 않은 가운데 열리는 미사·예배에 신자들은 더할 나위없이 기쁜 마음으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했다.

전국의 주요 성당 24일 밤부터 성탄절 맞이에 분주했다. 25일 0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은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열었다. 자정 미사에 앞서 아기 예수를 말 구유에 안치하는 구유 미사가 열렸을 때부터 신자들은 사진을 찍고 기도를 하는 등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는 “아기 예수님 성탄을 맞이해 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여러분과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기원한다”며 “소외되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 물질적으로나 영성적으로 정신적으로 고통 겪는 모든 이들 또 북녘 동포들과 전쟁의 참화 속에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포함한 세상 온누리에 주님 성탄의 은총이 충만히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각자 극과 극으로 달려가며 서로 대립하며 대치하고 배척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지적하며 우리 서로가 다름을 인정, 존중하고 경청하려는 노력을 통해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배타’와 ‘대립’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남북한이 참된 평화를 이뤄 전쟁으로 갈라지고 있는 세계에 평화의 길을 보여주고 제시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전으로 ‘성탄 전야 미사’가 진행됐다. 교황은 예수그리스도가 말구유에서 태어난 것을 언급하며 재물과 권력에 굶주려 어린이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있는 자들에 대해 비난했다. 또 전쟁과 빈곤 탐욕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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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4일 저녁 휠체어에 앉은 채 성탄절 전야 미사를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AP/연합뉴스) 

교황은 예수님이 생애 첫 몇시간을 마굿간의 구유에서 보낸 생애에 대해 언급하며 “말과 가축들이 구유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동안, 이 세상의 남녀들은 부와 권력에 굶주려 이웃의 것, 형제 자매의 것까지도 빼앗아 소비하려 하고 있다”며 “우리가 그동안 본 전쟁만 해도 얼마나 많은가! 오늘날까지도 얼마나 많은 곳에서 인간의 존엄과 자유가 경시당하고 능멸 당하고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언제나 그렇듯이 인류의 이런 탐욕의 가장 대표적인 희생자들은 약자와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이라며 “올해의 성탄절에도 예수 탄생의 그때처럼, 세상은 돈과 권력, 쾌락을 탐하는 자들이 약자들과 수많은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들이 살아갈 여지를 남겨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황은 “그래도 인류는 힘을 내야 한다. 여러분 모두가 공포와 포기, 낙심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개신교 교회에서도 새벽 기도회를 시작으로 성탄 예배가 이어졌다. 작년과 다르게 올해 인원 제한 없는 성탄 미사에 수천석의 예배당은 순식간에 신도들로 ‘꽉’ 채워졌다.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는 이날 신도들이 빨간색과 초록색에 맞춘 복장을 하고 참석한 가운데 ‘성탄 축하 온 가족 연합예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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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참석 인원을 제한하지 않은 가운데 ‘성탄 축하 온 가족 연합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여의도순복음교회도 25일 오전 7시부터 6차례에 걸쳐 성탄절 예배를 열었다. 설교자로 나선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예수님의 탄생은 인류 역사 이래 최대의 기적이요, 기쁨의 사건”이라며 교만과 탐욕을 멀리하고 겸손과 섬김의 삶을 살아가자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교회, 기독교 단체, 신자들로 구성된 연합예배 준비위원회는 25일 오후 3시 30분 서울역 광장에서 ‘2022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연합예배’를 열었다. 이들은 헌금과 후원금을 쪽방촌 거주자들을 위해 기부할 계획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성탄대축일 미사도 열렸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25일 오후 7시 녹사평역 3번 출구 인근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성탄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와 예배에 참여한 신도들은 3년 만에 돌아온 ‘온전한 성탄절’에 기쁨과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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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5일 자정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마당에서 구유에 안치된 아기 예수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25

기도하고 내려오던 가톨릭 신자 김성윤(28, 남, 부산시)씨는 “대성전 입장이 끝나 (성전 밖에서) 기도를 드리고 돌아가려 한다”며 “생업이 바쁘다 보니 성당에 자주 나오지 못했는데 성탄절만큼은 꼭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가명, 28, 여, 대전시)씨는 “성탄절은 설레고 기다려지는 날”이라며 “거리두기 해제되고 모이는 거라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오늘같이 특별한 날에는 신자든 아니든 모여서 기쁨을 나누는 것도 좋은 것 같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웃 종교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성당을 찾은 불교 신자도 있었다. 박수진(가명, 여)씨는 “가톨릭 신자인 남편을 따라서 미사에 참석하러 나왔다”며 “추워도 오랜만에 기분 내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이웃 종교의 메시지도 이어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낮은 곳으로 임하라는 성경의 말씀처럼 예수님 탄생 이후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나눔과 사랑의 실천으로 우리 사회가 따뜻해져 왔다”며 “소외당하고 고통받는 지구촌 모든 이들에게 예수님의 사랑과 자비의 따뜻한 손길이 전해져 희망찬 연말연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성탄절 #미사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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