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전광훈 목사.(출처:연합뉴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전 대표회장을 ‘이단’으로 규정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가운데 ‘후폭풍’이 일고 있다. 당사자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북한과 좌파들의 사주 때문”이라며 반발한 데 이어 한기총 역대 대표회장(증경 대표회장)들도 한기총의 전 목사 이단 규정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거세게 규탄하고 나서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 목사는 지난 8일 한기총이 지난 6월 임원회에서 전 대표회장인 자신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제명하는 내용의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보고를 수용한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먼저 전 목사는 “제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반역자들이 좌파의 사주를 받아 저를 공금 횡령으로 고발해 직무를 정지시켰다”며 “그러나 저는 한기총의 대표회장직을 수행하며 모든 행사를 우리 교회(사랑제일교회)의 재정으로 처리했고, 이 모든 것을 경찰 조사에서 입증해 이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그러자 그들은 저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제명처리 하려 한다”며 “그러나 한국교회의 대표 교단인 예장 통합 비롯해 대다수 교단들이 저에 대해 이단 혐의가 없다고 발표했고, 한국교회를 이끄는 세계적 신학자들도 저의 사상과 사역을 오래 검토한 결과 이단성이 없다고 확인했다. 한국교회 30만 목회자와 장로들과 원로들이 저의 사역에 적극 지지하고 참여하고 있다”고 이단 판정에 반박했다. 

전 목사는 “나라가 없으면 교회와 가정과 신앙이 있을 수 없다. 불순한 세력들이 한기총을 흔들지 못하도록 저와 함께 최선을 다해 달라”며 한국교회를 향해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기도했다. 

앞서 한기총은 지난 6일 열린 임원회에서 전 목사를 비롯해 김노아 목사의 주장과 교리들이 비(非)성경적이고, 명백한 이단이라는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의 연구 결과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대위는 전 목사가 수년 전 광화문광장 보수 집회에서 “하나님 꼼짝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의 발언을 한 것과 자신을 “성령의 본체”로 표현한 것 등을 문제 삼아 이단으로 판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목사 등에 대한 제명은 이달 15일 열릴 실행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한기총은 임원회 전날에는 전 목사에 대해 자격정지 3년의 징계를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전 목사의 소속 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및 단체(청교도영성훈련원)와 한기총의 교류를 중단하는 조치인 행정 보류를 3년간 단행하기로 했다. 

전 목사는 그간 보수 우파 세력을 이끌며 광화문에서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개최하는 등 대한민국 보수 우파 아이콘으로 꼽히는 보수 교계의 대표적인 목회자다. 2019년 1월 한기총 회장직에 당선돼 2019년 여름에는 청와대 사랑채 근처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릴레이 단식기도회를 열어 논란이 됐다. 또 9월에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를 출범, 반문재인 집회를 이어가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현재까지도 서울 광화문에서 진보단체의 촛불 집회에 맞서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진행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 우파 성향을 견지해 온 개신교계에서는 최근 수년간 정치적으로 좌파 성향의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기총이 전 목사뿐 아니라 전 목사 측근에게까지 징계를 내린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배후로 전 목사와 상반된 정치적 성향을 지닌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전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전 목사는 수차례 설교에서 소 목사에 대해 “한국교회 내 주사파”라고 언급하며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이번 성명에서 역시 전 목사는 “문재인 정부는 소강석 목사를 한기총에 침투시켰고, 교회도 다니지 않고 신앙과 전혀 관계없는 김현성 변호사를 앞세워 저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제명처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소 목사는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전 목사 이단 규정에 내가 배후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왜곡된 주장은 그만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한기총 증경대표회장들은 성명을 내고 전 목사를 두둔했다. 이들은 전 목사에 대해 “대한민국을 해체하고 평화협·종전협정을 통해 주한미군을 철수하려는 세력에 대해 맨 앞장서서 싸우신 분”이라며 “역대 어떠한 대표회장도 할 수 없었던 18개의 행사와 광화문 애국집회를 주도했으며, 남한의 공산화를 위한 연방제 통일을 막고 자유복음통일을 외친 보수 애국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분에게 표창을 해도 부족할 정도인데, 이단으로 규정하고 제명한 것은 대표회장 선출이 중요한 이번 총회를 앞두고 전 목사의 출마를 의도적으로 막아 참정권의 기본권을 막으려는 치졸한 행위”라며 “최근에 북한이 제1의 척살 타겟을 전 목사로 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이에 동조하듯 임시대표회장 김현성과 임원들이 전 목사에 대해 이단 규정과 제명을 결정했다”고 전 목사의 주장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한편 현재 임시대표회장 체제인 한기총은 공식 대표회장 선거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진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전광훈 목사 재출마설이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전 목사 측은 이번 한기총의 결정이 전 목사의 출마권을 박탈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며 무효확인소송 및 효력정지 소송을 예고했다.

#전광훈 목사 #한기총 #이단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