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서울대 공동연구팀 개발
인지 기능 향상· 부작용 방지
나노분야 최고권위학술지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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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김병수 교수, 연세대 김영수 교수, 서울대 정문교 박사과정생, 연세대 이송민 박사과정생. (제공: 연세대) ⓒ천지일보 2022.11.29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현대인들이 제일 꺼리는 병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병은 중년과 노년기에 발생하는 치매에서 가장 흔한 유형으로, 전체 치매 중 약 60-70%를 차지한다. 병의 초기에는 주로 최근 기억이 손상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단어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기억력 이외의 다른 인지 영역 중 시공간 인식 능력의 장애는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형 치매에서는 무시할 만한 정도이지만 중기로 접어들면서 뚜렷해지고 시간이 지나면 더욱 심각해진다. 그밖에 추상적 사고, 주의력, 인지기능 속도의 저하 등의 인지증상이 있다.

인지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성격변화, 초조행동, 우울증, 망상, 환각, 공격성 증가, 수면 장애 등의 정신행동 증상이 흔히 동반되며 이런 여러 인지적, 신경학적 증상들은 8~10년 가량에 걸쳐 매우 천천히 진행된다. 말기에 이르면 경직, 보행 이상 등의 신경학적 장애 또는 대소변 실금, 감염, 욕창 등 신체적인 합병증까지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무서운 병에 그간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었으나, 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백신을 개발했다.

29일 의학계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약학대학 김영수 교수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김병수 교수 공동연구팀은 최근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치료백신을 개발했다. 이 백신은 항체를 생성해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를 제거할 뿐 아니라, 아밀로이드 베타 특이적인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 유도를 통해 뇌신경 염증을 억제해, 알츠하이머병의 두 가지 발병 원인을 함께 제거한다는 것이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알츠하이머병은 5대 사망원인 질환으로, 고령화 가속화로 인해 환자 수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처방되는 알츠하이머병 약들은 병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증상만을 관리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치료제 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응집체, 타우 단백질 과인산화, 뇌신경 염증이 대표적인 발병 원인에 대한 가설로 제시되고 있다.

2021년 미국 바이오젠이 개발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응집체에 대한 항체치료제 아두카누맙은 미국 FDA의 허가를 받아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신약이 됐다. 그러나 치료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항체치료제는 매년 수천만원 이상의 치료비가 드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이번에 개발한 치료백신은 치료 비용이 훨씬 낮다는 장점이 있다. 수년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응집체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는 치료백신의 임상시험이 이뤄졌으나, 뇌 염증 부작용이 발견돼 개발이 중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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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한 치료백신(LNP-R/Aβ)의 알츠하이머병 치료 기작. (제공: 연세대) ⓒ천지일보 2022.11.29

공동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베타 펩타이드와 면역관용 약물인 라파마이신이 함께 지질 나노입자에 탑재된 백신을 알츠하이머병 동물의 피부에 주사했다. 이 백신은 아밀로이드 베타에 대한 항체를 생산하는 동시에 아밀로이드 베타 특이적 조절 T세포를 유도했다. 그 결과,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가 제거됐고 뇌신경 염증이 완화됐으며 인지학습 기능이 향상됐다. 따라서 이 백신은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 제거에만 초점을 둔 기존 항체치료제와 기존 백신에 비해 인지 기능 향상과 뇌 염증 부작용 방지에 장점이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의 면역 시스템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이 치료백신은 기존 항체치료제에 비해 안전성, 치료 효과, 치료 비용 측면에서 장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 치료백신은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해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사회적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알츠하이머병 환자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과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나노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IF 32)’에 ‘A therapeutic nanovaccine that generates anti-amyloid antibodies and amyloid-specific regulatory T cells for Alzheimer’s disease’라는 제목으로 지난 17일 게재됐다.

#연세대 #알츠하이머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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