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망 이용료’ 여론전 참패
그간의 ‘업보’가 만든 국민 불신
이용자 볼모 만든 해외 CP보다
거센 비난·비판받아 열세 몰려
그와중에 소비자 구제 대책 無
망값 강제 법안 도입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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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통신 3사 주최 글로벌 빅테크 망 무임승차 관련 기자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제발 외국 기업 들어와서 3통사 다 망했으면.”

단통법 교훈으로 3통사 의견에 항상 반대하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요금이 저렴해질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늘 그래왔듯이 이통 3사의 주장 반대로 가는 게 국익을 지키는 길이다. 이건 확실하다.”

(이동통신 3사가 지난달 진행한 망 이용대가관련 기자간담회 네티즌 반응)

국내 이동통신사를 향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했다. 이는 최근 화두가 된 망 이용대가논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통신사들은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제공 사업자(CP)가 트래픽을 크게 유발해 망에 부담을 주는 만큼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원래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단둘만의, 기업 간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재판으로까지 번진 분쟁이었다. 그런데 국회가 망 이용료 부담 강제법안을 도입하려고 하자 KTLG유플러스, 구글까지 합세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양측의 쟁점이 무엇이건 간에, 이용자들은 그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통신 시장에서 다양한 업보를 쌓아온 이통사를 지지하고 싶지 않다. 대중의 반발은 국회의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고 여야 이견 없이 무사히 통과될 줄 알았던 법안도 안갯속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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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 지급 의무화 법안 관련 갈등. ⓒ천지일보 2022.09.28

양측 다 소비자 피해에는 관심 없어남 탓만

이 분쟁은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애초 기업 간 협상 단계에서 마무리됐어야 할 일이 크게 번져 중간에 놓인 이용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

구글이 유튜브·오픈루트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법안 도입에 반대할 것을 촉구하고, 트위치가 한국에서만 720p로 화질 제한을 걸었다.

이를 두고 이통사는 구글이 크리에이터(유튜버)를 볼모 삼아 바람직하지 못한 여론전을 펴고 있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그런데도 여론은 CP 편이었다. 분쟁을 잘 뜯어 볼수록 이통사 또한 이용자들의 피해와 공익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는 CP로부터 망 이용료를 받으면 국민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받을 돈을 받는 개념이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다면서도 인프라 보강 등의 이득이 예상된다고 명확하지 않은 입장을 내놨다.

넷플릭스도 이 점을 공격의 빌미로 삼는다. 넷플릭스는 영국 통신규제기관 오프컴의 보고서를 인용해 “ISP들이 CP들에게 강제로 과금한다고 해서 이것이 곧 망 투자로 이어질 것을 기대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구글은 망 이용료를 강제로 내야 한다면 국내 소비자에게 어떤 피해가 있을지에 대해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최악의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인기 있는 콘텐츠를 호스팅하면 할수록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인기 콘텐츠를 노출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통사 중 한 곳은 국내 소비자가 불합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CP가 고객들을 볼모로 잡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CP의 책임이 크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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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로고. (출처: 뉴시스)

통신사, 망값 비싸다 지적에도 단가는 비밀

이통사들이 망 이용료 산정 기준이나 단가를 공개하는 것에 극구 반대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법안 도입 시 요율을 미리 정해놓거나, 단가를 공개해서 투명하게 산정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통사는 단가는 공개할 수 없고, 요율을 고정하기보단 사업자 간 협상으로 정하는 게 좋겠다고 일관했다. 망 이용료 담합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그럴 일이 없다. 통신 3사는 오히려 서로 경쟁을 많이 한다고 일축했다.

구글과 넷플릭스는 네트워크 안정을 위해 캐시서버에만 투자해도 충분한 수준이라고 주장 중이다. 트위치를 비롯해 망 이용료를 이미 내고 있는 많은 CP한국에서 내는 망 이용료가 너무 비싸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지난달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트위치가 한국에서 내는 망 사용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높다는 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제보받은 정보에 따르면 트위치는 우리나라 이동통신 3사에 망 이용대가를 북아메리카와 유럽 국가 대비 유닛당 약 30, 아시아권에 비해 15배 높게 내고 있다. 또 모든 ISP에 내는 망 대가 중 절반 이상을 대한민국에 지급하고 있다.

국내 한 CP 관계자도 “(망 이용료를) 내는 것에 대한 이견은 없는데 구글·넷플릭스는 안 내는 비용을 (우리는) 내는 마당에 너무 비싸게 받는다는 게 문제인 것 같다실제로 모 OTT사가 내는 망 이용료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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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통신 3사 주최 글로벌 빅테크 망 무임승차 관련 기자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통신사, 업보에 대해 사과할 생각 있나

국민 여론이 차가운데 그동안의 업보에 대해 통신사들이 사과를 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결국 여론때문에 기껏 달궈놓은 입법 열기가 차갑게 식자 이통사가 마련한 간담회장에서 한 기자가 던진 질문이다. 여론 반전이 간담회의 목적이라면 쟁점을 분석하기보단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냐는 취지다.

이 질문에 대해 통신사는 어떤 업보인지 정확하게 인지는 잘 못 하겠다면서도 물론 기존의 통신 사업자들이 최근에 5G 관련해서 요금·커버리지 부분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고 지속적으로 정부와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저희가 어쨌든 ISP 사업자이기 때문에 망 안정화라든지, 고도화라든지 이런 노력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망 사용료법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망 사용료법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고 발언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정기국회 중점법안에서도 이 법안은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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