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SKB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항소심 7차
2016년 합의 해석 또 갑론을박
넷플릭스 “무정산 합의로 결론”
SKB “그런 적 없어… 개념 無”
국제기관 내세운 여론전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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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로고. (제공: 각 사) ⓒ천지일보 2022.07.20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28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항소심 소송 관련 7차 변론이 진행된 가운데 이들의 핵심 쟁점을 짚어봤다. 양사는 2년 넘게 대립하고 있지만 한쪽이 승기를 거머쥘 만한 뚜렷한 윤곽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무정산 합의쟁점, 여전히 팽팽

이날도 지난달 12일 진행된 항소심 6차 변론에서와 마찬가지로 무정산 합의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 측 증인(마이클 스미스)은 양사 간 서면으로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합의된 것이라는 취지의 ‘De facto SFI(Settlement Free Interconnection)’가 있었다고 증언했으나 이는 애당초 인터넷 업계에서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가 지난 20161SK브로드밴드에 일방적으로 보낸 SFI 약정서는 양자 간 연결에 관한 합의서로 다자 간 연결로 이뤄진 미국 시애틀 SIX의 트래픽 소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SFI 양식을 보낸 이메일 어디에도 넷플릭스는 피어링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또한 넷플릭스 측 증인은 지난 증언에서 SK브로드밴드에 SFI 양식을 보냈으나 양사가 어떠한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히 인정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SK브로드밴드는 SFI에 서명하지 않았으며 SFI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넷플릭스 측에 분명히 밝혔다망 이용대가 무상 요구에 대해서도 일관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넷플릭스는 “2016년부터 양사 간 무정산 피어링 합의가 성립됐고 이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맞섰다.

넷플릭스는 현재 전 세계 7800여개의 ISP와 무정산 피어링을 하고 있으며 그 중 상당수와는 별도 계약서 작성 없이 무정산 피어링을 하고 있고 이것이 인터넷 업계에서 확립된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유수의 ISP들 역시 해외 피어링의 경우 계약서 작성이 요구되지 않는다(Contract Requirement: Not Required)’는 내용을 PeeringDB에 명시하고 있다무정산 피어링을 하면서도 별도로 SFI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것이 통상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사가 최초로 시애틀에서 연결할 당시의 전후 사정 및 그 이후의 사정을 종합해보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사이에 무정산 피어링 합의가 성립됐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SKB, 무정산 합의 없었다는 주장에

SK브로드밴드는 다자 간 연결하는 퍼블릭 피어링(SIX 연결)과 양자 간 연결하는 프라이빗 피어링(BBIX 연결)은 계약에 따라 내용 및 법률효과 등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봤다.

퍼블릭 피어링은 IXP와의 계약에 따라 루트서버를 매개로 한 다자 간 트래픽 소통으로 별도의 기술적인 조치나 개별 사업자 간 합의·동의가 전혀 필요하지 않고 이에 따라 퍼블릭 피어링에서는 당사자 간 대가 지급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반면 프라이빗 피어링은 당사자들을 매개하는 제3의 주체 없이 양자 간 개별 계약을 통해 이뤄지는 직접적인 연결로 물리적인 연결과 BGP(Border Gateway Protocol) 세션 등 기술적 조치가 이뤄지게 된다.

퍼블릭 피어링과 프라이빗 피어링은 단순히 IXP 설비 이용 여부가 아닌 루트서버 이용 여부에 따라 구별된다. 두 사업자가 서로 간에만 트래픽을 소통하기로 합의하고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얼마의 용량을 연결할 것인지 합의해 양자 간 BGP 세션을 설정했다면 이는 프라이빗 피어링이라 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양사는 모두 SIX의 루트서버와만 BGP 세션을 설정했을 뿐 개별적으로 BGP 세션을 이룬 사실이 없다반면 BBIX에서는 양사가 직접적인 협의를 거쳐 물리적으로 회선을 연결하고 개별 BGP 세션을 맺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분명히 취했으므로 SIX에서의 연결과 명백하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SKB 넷플릭스, 법에 따라 망 이용대가 내야

SK브로드밴드는 법률적인 근거를 짚어봐도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내는 게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는 현재 정당한 대가 지급 없이 자신의 서비스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 망을 이용함으로써 망 이용대가라는 이득을 얻고 있고 이는 SK브로드밴드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양자 간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민법 제741조에 의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관한 성립요건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게 망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며 대가 지급을 면제하겠다는 별도의 합의를 하지 않는 이상 망을 무상으로 이용할 법률상 원인은 없다따라서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에 상당한 이익은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SK브로드밴드에 반환해야만 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SK브로드밴드는 상법 제61조에 의거 넷플릭스에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상법 제61조는 상인이 영업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해 행위를 한 때에는 이에 대해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상인의 보수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부가통신사업자인 넷플릭스를 위해 기간통신역무인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바로 영업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논리다.

넷플릭스 국제 기관도 망 이용대가 지급 강제 반대

넷플릭스는 이날 변론 일정을 마친 후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와 영국 통신규제기관 오프컴(Ofcom: Office of Communications)이 망 이용대가 지급 강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최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의 통신산업 규제를 총괄하는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는 지난달 7대형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 사업자(CAP)의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에 대한 지급의 기본적 전제 사항: BEREC의 예비적 평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는 트래픽을 보내는 쪽에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발신자부담방식을 채택할 경우 ISP는 이용자들에 대한 착신독점력을 악용할 수 있게 되고 인터넷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트래픽은 ISP의 이용자들이 CP의 콘텐츠를 요청해서 발생하는 것이지 CP가 일방적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며 ISP의 망 투자 및 관리 비용은 ISP의 이용자들이 지급하는 요금으로 충분히 충당되고 CP들이 무임승차(free-riding)’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적혀 있다.

오프컴도 같은달 21일 망 이용대가 지급 강제에 반대하는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오프컴은 보고서를 통해 일반적으로 피어링을 통한 트래픽 교환은 양 당사자에게 상호 이익이 되는 것이므로 무정산 방식으로 이뤄지며 대형 CP들이 이미 트래픽 전송의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망 중립성 제도가 망 이용의 비효율을 가져온다는 증거는 없으며 ISP들이 CP들에게 강제로 과금한다고 해서 이것이 곧 망 투자로 이어질 것을 기대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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