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데이터연구소 434명 조사
작은 교회일수록 더욱 힘들어
절반이상 목회비전 공유 안 해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설교를 할 때 항상 답답하고 어렵고 나조차도 이해 되지 않는 말씀을 전할 때 너무나 힘들었다. 어쩔 땐 내가 우물 안 개구리 같다고도 느낀 적도 있었다.”
부산의 한 교회 담임목사의 하소연이다. 그의 이러한 고민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영상예배가 활성화하면서 더욱 깊어졌다. 영상의 한계로 신도들의 집중력이 갈수록 흩어지면서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이전보다 성경을 깊이 탐구했지만 연구할수록 남는 건 큰 의문이었다. 결국, 그는 목회자로서 영성에 대한 의심마저 들었다고 고백했다.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전국의 교회 담임목사 434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17일부터 8월 23일까지 조사한 ‘목회환경과 목회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목회자 10명 중 6명은 ‘자신이 영적으로 지쳐있는 상태’라고 털어놨다.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변한 목회 환경 속에서 향후 뚜렷한 목회 목표와 비전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목회자들은 절반에 불과했다. 대다수 목회자는 엔데믹(코로나 종식) 이후 어떻게 교회를 이끌어나가야 하는지 방향에 대한 교육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담임목사들은 영적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취약한 건강상태를 보였다. ‘신체적으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담임목사는 69%에 불과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40대 이하 담임목사가 63%, 50대 71%, 60대 73%였다. 일반국민(남성)의 경우 40대 96%, 50대 91%, 60대 이상 81%가 ‘자신이 건강하다’고 답한 것과 비교했을 때 담임목사의 ‘주관적 건강도’가 8~20%p까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 리더들의 ‘영적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담임목사 63%가 ‘영적으로 지쳐있다’고 답했다. 소형교회 담임목사일수록 더욱 지쳐있었다. 500명 이상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목사 가운데 ‘지쳐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9%인 반면, 50명 미만 출석 교회의 담임목사는 65%였다.
작은 교회일수록 성도 수가 적기 때문에 설교 준비, 심방 등 사역에 대한 목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목회적 조언을 구할 동역자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특정 영역에서 자문을 해주거나 필요한 도움을 주는 평신도 전문가가 있나’고 물어본 결과 500명 이상 대형교회 48%가 ‘있다’고 답한 반면 50명 미만 소형교회는 32%에 불과했다. ‘같이 공부하고 목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목회자 모임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대형교회는 79%가 ‘있다’고 답했지만 50명 미만 소형교회는 6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영적 조언자를 활용하는 부분에서 소형교회가 열악한 환경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소형교회 목회자의 경우 52%가 ‘평신도 일꾼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뿐만 아니라 목회 목표와 비전을 신도들과 공유하는 목사도 현저히 적었다. ‘목회 목표와 비전을 갖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54%가 ‘뚜렷한 목표와 비전을 갖고 있다’고 했지만, 그 ‘목표와 비전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고 한 경우는 30%, ‘목표와 비전을 성도들과 공유한다’고 한 경우는 32%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담임 목사들의 학습 의지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 전반의 방향 모색을 위한 교육에 대해서 대다수(92%)의 목회자가 적극적인 ‘수강 의향률’을 보였다. 특히 ‘매우 의향이 있다’는 적극적인 교육 욕구를 보인 목사들은 62%나 됐다. 이런 응답은 ‘50~99명 규모’의 교회 목회자층(70%)에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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