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대전교구 “상처받은 모든 영혼에게 사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탑승한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란다”는 취지로 글을 올려 물의를 빚은 대한성공회 원주 나눔의집 소속 김규돈 신부가 14일 사제직을 박탈당했다.
대한성공회 대전교구는 유낙준 교구장 명의로 이날 입장문을 내고 김 신부에 대한 면직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공회 교회법에 따르면 직권 면직은 사제 자격 박탈을 의미하는 최고형이다.
성공회 측은 김 신부의 전용기 추락 염원 발언이 알려지자 대전교구가 발칵 뒤집혔고, 교구장과 교구 집행부가 긴급 논의 끝에 직권 면직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교구장은 이날 오후 3시쯤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상처 받은 모든 영혼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생명을 존중해야 할 사제가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어떻게 수많은 사람이 타고 있는 전용기의 추락을 염원할 수 있겠나”며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한 처사며 하느님의 참된 가르침을 알지 못하는 무지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제의 직분을 가진 상태에서 여러 국민들과 교구에 씻을 수 없는 분노와 상처, 분란을 야기시키는 사제는 마땅히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신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 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를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적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자신의 견해를 밝히면서 “어휴, 암담하기만 하다.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 인터넷 강국에 사는 우리가 일시 정해서, 동시에 양심 모으면 하늘의 별자리도 움직이지 않을까”라는 말을 적었다가 논란이 되자 글을 삭제했다.
그는 “공개할 의도가 아니었는데 실수로 글이 전체 공개됐다”며 “페이스북에 덜 익숙하고 덜 친했다. 나만보기라는 좋은 장치를 발견하고 요근래 일기장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는 커졌다. 이런 가운데 이날 성공회원주나눔의집 페이스북 계정에도 ‘저주는 신부가 가질 무기가 아니죠’라는 지적하는 글에 ‘인정합니다. 제 안에 있는 ‘저주’라는 표현이 나온 까닭을 들여다 보겠습니다‘라고 김 신부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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