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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인근에 사상자들의 분실물로 추정되는 물품들이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사망자만 150명 이상 쏟아져

‘세월호’ 이후 최다 인명피해

경찰 안일 대응 피해 키웠나

BTS 공연 땐 1300여명 투입

정부·지자체 통제 미흡 지적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핼러윈 데이’를 맞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 좁은 언덕길에 인파가 몰리고 넘어지면서 150명이 넘게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대규모 인원 운집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사건 당일 투입된 경찰력은 고작 1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핼러윈 인파보다 적게 모인 BTS 부산 콘서트에 경찰과 안전요원 등 4000여명의 인원이 투입된 것과 견주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어서 정부와 경찰·지자체의 사전대응이 미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태원역 승하차자 기준 이태원 방문자 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2019년 10월 26일 9만 6463명에서 사고 당일인 전날 13만 131명으로 35%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참사 당일 이태원역 이용객은 지난해 ‘핼러윈 데이’ 이용객 5만 9606명 대비 2.18배, 전날인 5만 9995명과 견줘 2.16배로 모두 두배 이상 폭증했다.

반면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력은 사고 전날인 28일 60여명에 불과한 데다 사고 당일인 29일엔 130여명 등 총 200여명 안팎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파출소 인원은 정원 63명 가운데 절반만 근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부산에서 열린 BTS 콘서트에 5만 5000명이 운집한 상황과 비교해볼 때 이 같은 경찰력은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부산경찰청은 교통경찰뿐 아니라 기동대 8개 중대와 일선 경찰서 경찰관에, 심지어 경찰특공대까지 총 1300여명의 경찰 인력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지자체 등으로부터 2700여명에 달하는 안전요원도 현장에 추가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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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핼러윈 데이’ 행사 시 경찰들의 골목 통제 모습. 골목통제가 없었던 올해 경찰 통제와 크게 대비된다. (독자 제공) ⓒ천지일보 2022.10.30

이에 대해 경찰 측은 핼러윈 기간 강력 범죄·교통체증 등이 벌어질 것에 대비해 경찰력을 당초 계획보다 많이 이태원에 배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불법촬영과 강제추행 등 범죄를 단속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은 이러한 안전사고 대응엔 지방자치단체나 소방당국이 1차 대응하고 경찰이 지원하는 게 기본 형태라고 주장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태원 인파가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기에 경찰 증원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이 장관은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였다”며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피력했다. 또 주말 도심에서 열린 집회·시위 때문에 경찰력이 부족했다는 취지로도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부와 경찰뿐 아니라 서울시나 용산구도 이번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시민 안전대책이나 교통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이달 초 열린 3년 만의 불꽃축제에 대비해 여의도 일대 교통을 통제하고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등 사전에 힘을 기울인 것과 대비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와 용산구 등 지자체 책임론이 일자 “아직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았기에 경위를 파악하고 말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오 시장이 압사 사고 현장을 방문한 길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오세훈은 물러가라”라며 고함을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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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간 일방통행으로 통제됐던 사고 발생 거리가 이전과 달리 별다른 통제가 없던 것으로 확인되는 등 각종 미비점이 드러나자 정부 당국과 경찰의 안일한 인식에 따른 대처와 경찰력의 물리적 한계가 이같은 대참사를 초래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올해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던 과거에도 이같은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국가 안전관리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발생한 ‘인재(人災)’라고 보는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참사처럼 사고로 희생된 책임을 일반 시민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켜줘야 할 기본책무를 다하지 못한 국가가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이번 이태원 대참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명복을 빌고 부상 입은 분들이 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한다”며 “오늘부터 사고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본권 사고의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다. 관계 공무원을 일대일로 매칭해 필요한 조치와 지원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는 단일 사고 인명피해로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서울시는 오는 31일 아침부터 서울광장에, 용산구는 이태원 광장에 합동분향소를 각각 설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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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축제현장에서 인파가 몰려 인명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구급대원들이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04시 기준 사망자는 146명으로 집계됐다. ⓒ천지일보 202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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