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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데이’를 맞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튼호텔 앞 좁은 언덕길에서 인파에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넘어지면서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사고지를 이동 중인 인파 모습. (트위터 캡처)

사망자만 150명 이상 쏟아져

‘세월호’ 이후 최다 인명피해

거리통제 전후 비교 글 확산

경찰·지자체 통제 미흡 지적

“국가안전체계 붕괴된 ‘인재’”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핼러윈 데이’를 맞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튼호텔 앞 좁은 언덕길에서 인파에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넘어지면서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그간 통제됐던 이태원 곳곳 거리가 올해는 이전과 달리 별다른 통제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부 당국과 경찰의 안일한 인식에 따른 대처와 경찰력의 물리적 한계가 이같은 대참사를 초래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던 과거에도 이같은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국가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발생한 ‘인재(人災)’라고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30일 천지일보가 입수한 지난해 핼러윈 행사 당시 영상에 따르면 수십명의 경찰들이 좁은 이태원 골목길을 일자 대형으로 내려오며 시민들을 통제하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영상에는 경찰들이 확성기를 통해 “어서 내려가세요. 골목에 있는 분들 내려가세요 안전하게” “쭉쭉 내려가 주세요” “이동하세요” 등을 쉴새 없이 외쳤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SNS 등 곳곳에서 올라온 사고 전 영상에는 골목에서 시민들을 통제하던 경찰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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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핼러윈 데이’ 행사 시 경찰들의 골목 통제 모습. (독자 제공) ⓒ천지일보 2022.10.30

실제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핼러윈 시기 항상 경찰이 곳곳에서 통제한 데다 일방통행으로 통제됐던 좁은 이태원 골목이 통제되지 못했다는 경험담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진입하려는 인원들과 나가려는 인원들이 혼잡하게 뒤섞이게 됐는데, 이전까지 해당 언덕길을 일방통행으로 통제하던 조치를 느슨하게 운영함에 따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대참사로 키웠다는 지적이다.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앞 사람이 넘어진 뒤에도 좁은 골목의 양쪽에서 몰려드는 인파에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옴짝달싹할 수 없이 그 자리에서 속수무책으로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임종혁(25, 직장인)씨는 30일 새벽 현장을 찾은 취재진에 “인파에 끼여 내려오다가 앞에 저도 넘어지고 여자분도 넘어졌는데 사람들이 밟고 그랬다”며 “뒤에서도 밀고 앞에서도 밀고 해서 100% 사고 날 거 같았다”고 전했다.

떠밀려 내려오다가 다행히 무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그는 “앞에 여자분이 넘어졌을 때 밀지 말라고 계속 말해도 뒤에서 상황을 모르니까 계속 밀어부쳤다”며 “샌드위치처럼 밀려 내려오는 판국에 여자의 경우 넘어지기라면 누가 챙길 겨를 없이 지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만 더 조심스럽게 참여하고 경찰이나 지자체가 통제를 잘했으면 이렇게까지 됐을까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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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축제현장에서 인파가 몰려 인명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태원 거리에 코스튬 물품이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천지일보 2022.10.30

또 코로나 이전이지만 2017년 핼러윈 축제에 참가한 한 시민은 “밤 8시 경찰 2명이 지나가고 2분 뒤 3명이 지나가고 또 2분 뒤 3명이 지나갔다. 이 사람 많은 장소에 사건·사고도 없는데 경찰들이 무리 지어 지나가는 건 심각한 민폐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통제가 없었다는 올해와는 정반대로 대치되는 대목이다. 

이에 정부와 경찰이 그간 반복돼온 경험을 토대로 폴리스 라인을 치는 등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경찰의 물리력 한계로 화를 더욱 키운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사·소방당국은 이번 참사를 한 사람이 넘어지자 몰려오는 인파에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넘어지면서 끝내 대규모 압사로 이어진 사고로 보고 있다. 이른바 ‘도미노 현상’처럼 벌어진 대참사인 셈이다.

아울러 부족한 경찰력도 주요 문제점 중 하나로 지목된다. 앞서 담당 경찰서인 용산경찰서는 지난 27일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된 이후 처음 맞는 핼러윈을 앞두고 주말 이태원관광특구 일대에 적어도 1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해 경찰 200명을 투입하는 등 대책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부산에서 열린 BTS 콘서트에 5만 5000명이 운집한 상황과 비교해볼 때 이러한 경찰력은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부산경찰청은 교통경찰뿐 아니라 기동대 8개 중대와 일선 경찰서 경찰관에, 심지어 경찰특공대까지 총 1300여명의 경찰 인력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안전요원 2700여명도 현장에 추가 배치됐다.

이와 관련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사람 사이 간격이 30cm 이하로 좁혀지면 사람들에 의해 시야가 가린다”며 “만약 사람이 앞에서 넘어져도 뒤에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밟고 가거나 함께 넘어져 압사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참사를 국가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발생한 인재’라고 보는 시각이 늘면서 세월호 참사처럼 사고로 희생된 책임을 일반 시민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켜줘야 할 기본책무를 다하지 못한 국가가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사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명복을 빌고 부상 입은 분들이 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한다”며 “오늘부터 사고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본권 사고의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다. 관계 공무원을 일대일로 매칭해 필요한 조치와 지원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는 단일 사고 인명피해로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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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축제현장에서 인파가 몰려 인명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구급대원들이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04시 기준 사망자는 146명으로 집계됐다. ⓒ천지일보 202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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