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2곳 장례식장에 시신 안치
경찰, 사망자 신원 파악하는 중
실종된 딸 찾아 헤매는 부모들
어디서 찾느냐며 오열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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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전날 밤 핼러윈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151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부상을 당했다. ⓒ천지일보 2022-10-30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이태원 압사 참사로 15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응급실과 장례식장에는 가족, 친구, 지인 등 소중한 이들을 애타게 찾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전날(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는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10만여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사망자는 151명에 달한다.

소방, 경찰당국은 현장을 수습하고 사망자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중이다. 시신은 서울 42곳의 장례식장으로 흩어진 상황이다.

오전 10시 순천향대병원 응급실과 장례식장 앞에는 이태원 참사로 실종된 가족, 친구, 지인을 찾으러 다니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는 현재 6구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5구는 신원파악이 확인돼 이 중 2구는 가족 및 지인이 방문해 확인했다. 1구는 이란 국적의 남성이며, 지인이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시 30분께 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딸의 시신을 찾아 헤매고 있다는 이모(가명, 50대, 남)씨는 4번째로 들른 이곳에서도 딸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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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일대에서 구급차와 구급대원들이 시신을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전날 밤 핼러윈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151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씨는 “자정께 딸의 남자친구로부터 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태원으로 찾으러 갔지만 경찰의 제지로 딸을 찾을 수 찾을 수 없었다”며 “대신 남자친구를 통해 가족 연락처를 딸의 시신에 뒀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오지않았다”고 토로했다.

딸의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 나선 그는 “병원 세 곳을 찾아갔는데 다 모른다고 한다. 경찰도 모른다하고 답답하다. 결국 20곳의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딸과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언제냐는 질문에 “(전날) 오후였다. 돈을 달라길래 5만원을 줬다”고 답했다. 3남1녀 중 둘째 딸인 고인은 올해 20살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가족, 지인, 친구를 찾는 이들은 계속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곳에서 찾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10시 35분께 외국인 10여명이 몰려와 지인 찾으러 왔다가 이곳에 없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갔다. 10시 57분에는 한 부부가 이곳에 왔다가 가족을 찾지 못하고 소식에 울면서 다른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10시 58분께 50대 여성이 찾아와 딸의 이름이 명단에 있는지 경찰에 묻자 경찰은 “여기 명단엔 없습니다”고 답변했다. 이에 해당 여성은 “어디서 찾아요”라며 오열했다. 이후 돌아가다가 가족들과 만나 부여잡고 “어디서 찾냐”며 흐느꼈다.

오전 11시 30분께 지나가던 한 시민은 “어제 밤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 밤새 딸한테 연락했다가 아침이 돼서야 확인됐다”며 “가슴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희생자들도, 유가족들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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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축제현장에서 인파가 몰려 인명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새벽 구급차와 구급대원들이 시신을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0.30

희생자들이 안치된 병원은 ▲강남세브란스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강동성심병원 ▲강북삼성병원 ▲건국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노원을지대병원 ▲보라매병원 ▲부천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삼육서울병원 ▲상계백병원 ▲서울성모병원 ▲성남중앙병원 ▲성빈센트병원 ▲순천향부천병원 ▲순천향서울병원 ▲쉴낙원경기장례식장 ▲안양샘병원 ▲양주예쓰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용인세브란스장례식장 ▲의정부백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의정부을지대병원 ▲의정부의료원 ▲이대목동병원 ▲이대서울병원 ▲일산동국대병원 ▲평택제일장례식장 ▲한림대성심병원 ▲혜민병원 ▲코리아병원 ▲고대안암병원 ▲고대구로병원 ▲경희대병원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한양대병원 등 42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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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경찰, 소방당국 등 관계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한편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참사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로 304명이 희생된 후 최악의 인명 피해를 가져왔다.

당국은 이번 사고로 82명이 다쳤으며 사망자까지 포함한 총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당초 오전 2시께 59명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상당수가 숨지면서 오전 6시 기준 149명으로 급증했다. 이어 중상자 중 2명이 치료 중 사망하면서 총 151명으로 늘었다.

당국은 부상자 82명 중 19명의 중상자가 있어 추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태원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사람들이 좁고 경사진 골목을 지나가다가 일부가 넘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경사지 술집 부근에서 사람들이 넘어져 경사지 아래쪽으로 우르르 사람들이 밀리면서 압사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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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정필 기자] 30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의 압사 사고 현장 뒷길에 시민들이 근조 국화를 뒀다. 전날 밤 이곳에 핼러윈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151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부상을 당했다. ⓒ천지일보 2022.10.30

#이태원 참사 #압사 #희생자 #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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