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장이 전격적으로 바뀌었다.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다녀온 직후 사전에 소리 소문도 없이 비서실장과 몇몇 수석비서를 교체했는데, 청와대 측은 “하반기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 추진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 청와대 인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지난 주말만 해도 허태열 전 실장은 6일부터 여름휴가를 떠난다고 보도까지 됐는데, 비서실장을 교체한 구체적인 배경 설명이 없어 이번 인사를 두고 대통령의 의중을 궁금해 하고 있다.

지난 2월 취임한 허 전 비서실장은 취임 일성으로 “비서는 귀는 있지만 입이 없다”고 했다. 비서실장이란 자리가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보니 당연한 말이지만 그동안 허 전 실장은 원만한 성품으로 인해 조직관리에는 어느 정도 평가를 받았지만 ‘윤창중 파문’을 거치면서 이남기 전 홍보수석과 윤창중 전 대변인과의 기자회견 등에서 명쾌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이번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태에 대한 정국 대처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윤창중 파동’ 이후에 야권에서 허 실장 사퇴론이 주장된 적도 있었지만 대통령은 하반기 국정 운영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청와대 참모진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나타난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봐서 새 비서진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인사권을 행사한 터라 여당은 적격한 인사라 평가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야권에서는 우려를 내놓는데, 특히 김기춘(74) 신임 비서실장의 과거 이력에 대해서 야당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에서는 김 신임 비서실장이 72년 유신헌법 초안 마련 참여, 16대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주도, 1992년 대선 때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겼던 ‘초원 복집 사건’ 주도자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낙인찍고 있다. 그 같은 과거 이력 논란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내고 3선 국회의원, 국회 법사위원장 등 행정부-입법부를 두루 경험한 출중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 지긋한 연령에 대통령 비서실장이 된 만큼 그간의 경륜과 역량을 거울삼아 국민을 위해 사심 없이 박 대통령을 보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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