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도교 박남수 교령. ⓒ천지일보(뉴스천지)
제도개혁·인재양성·복지법인 설립 통해 종단 발전 이바지
세상 눈높이 맞춰 소통 힘써… 천도교에 ‘희망의 길’ 제시

[천지일보=이길상 객원기자] 천도교는 지난 4월 2일 ‘천도교 제36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앞으로 3년간 천도교를 이끌 최고지도자로 박남수 교령을 선출했다.

박 교령은 천도교 중앙총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을 뿐만 아니라 천도교의 전위단체인 (사)동학민족통일회 상임의장으로서 남북 교류 및 통일 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천도교의 대사회적 활동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사회적으로는 국내 주요 종교연합기구 중 하나인 한국종교연합(URI-Korea)의 상임 대표직을 비롯한 각종 종교, 시민사회운동 단체에서 종교 간 대화, 종교계의 화합과 상생, 종교인의 사회적 운동 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래서 그런지 천도교단은 물론 정부, 사회·종교 단체에서도 박 교령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취임100일을 맞은 박 교령을 만났다.

― 취임 100일을 맞은 소감은.
교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자신에 관한 평가는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돌이켜보니 다른 사람의 의견을 모아 내 생각으로 정리하기보다는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려고 상당한 노력을 한 것 같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 내가 던지는 이야기가 동덕(교인)에게 바로 공감이 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는 생각과 일의 순서도 바꿀 것이다. 사무실부터 일할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고 동덕들에게 일하는 마음이 생기게 해야겠다.

그리고 여러 사람에게 자문과 협조를 적극 구할 것이다. 이번에 강화도로 워크숍을 다녀온 것도 변화하는 시대에 천도교와 중앙총부의 역할에 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기 위한 것이다. 우리 안에 있으면 익숙해지고 면역이 생겨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구별이 안 된다. 자기 울타리에 갇혀서는 안 된다. 외부의 쓴소리를 귀담아들을 생각이다.

― 천도교와 인연이 된 계기는.
사람이 좋아서 천도교인이 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담임선생님을 따라갔다가 우연히 신선 같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분이 바로 천도교 교령을 5번이나 지낸 묵암 신용구 선생이었다.

당시 선생님은 경남 남해 지역으로 지방순회를 왔다. 선생님은 회색 두루마기를 입고 목에는 노란색의 명주 목도리를 두르고 머리에는 백발이 성성했다. 말씀하면서 웃는 모습에 바로 저분이 신선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가 끝나도 나는 집에 가지 않았다.

나는 선생님에게 천도교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신 선생님은 나에게 ‘천도교에 들어와도 된다’고 말씀했다. 이것이 천도교와 인연이 된 계기다. 벌써 60년 세월이 흘렀다. 나는 신용구 선생님의 가르침을 평생 교훈으로 삼고 있다. 살아오면서 그분이 하신 말씀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분의 말씀은 지금까지 틀린 적이 없었다.

그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고 질문을 던지셨다. 나는 대답을 못했다. 그는 ‘항상 내가 잘 모른다고 생각해 잘 물어보는 사람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다’고 가르쳐주셨다. 그 가르침은 내 삶의 지표가 됐다. 내가 늘 선생님을 고맙게 생각하는 이유다.

신용구 선생님에게는 수운대신사(최제우), 해월신사(최시형), 의암성사(손병희), 춘암상사(박인호) 등 스승님들의 가르침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래서 그분의 말씀은 천도교 경전과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그분이 지방 순회를 오면 나는 학교도 가지 않고 따라다녔다. 선생님의 애간장을 많이 태웠던 기억이 난다. 신 선생님을 만난 건 나에는 크나큰 행운이었다.

― 천도교는 어떤 종교인가.
천도교는 한마디로 ‘다시 개벽의 종교’이다. 수운대신사는 주유천하 후 ‘지금까지의 종교의 가르침으로는 세상을 건질 수 없다’고 선언하고 동학을 창설했다. 천도교는 ‘다시 개벽’의 운을 받았고 세상을 새롭게 할 종교이다.

해월신사의 ‘향아설위(向我設位)’는 주체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한울과 스승과 부모를 내가 모시고 있으므로 내가 주체가 됨을 일깨워줬다. 故 김수환 추기경이 말씀했던 ‘내 탓이요’가 ‘향아설위’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가르침은 앞으로 세상을 이끌 덕목이 될 것이다.

천도교는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나타난 종교이지만 ‘이단’으로 지목을 받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세력이 나타나면 기존 세력은 ‘이단’이라는 굴레를 씌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 ‘이단’이 주인이 되는 법이다.

― 천도교 발전의 저해 요인은.
천도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선열들의 행동을 본받아 실천해야 하는데 입으로만 천도교를 자랑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천도교 발전의 큰 저해 요인이다. 포덕이란 사람에게 덕을 베풀고 감동을 줘서 우리와 하나가 되게 하는 것이다.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해 억지로 끌어들이는 게 아니다. 찬란했던 과거 자랑만 하지 말고 스승님의 가르침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천도교의 교리, 교사, 의절도 중요하지만 세상과 떨어져 있으면 영양분을 받을 수 없다.

해월신사는 ‘경상’이라는 이름을 ‘시형(時亨)’으로 고치면서 ‘용시용활(用時用活)’ 즉 ‘살아 있는 도’란 그때에 따라 생활 속에서 훌륭하게 적용되고 또 활용돼야 한다는 가르침을 강조했다. 세상과 같이 가려면 세상을 앞서 가야 하는데 천도교의 현실은 어떠한가. 천도교 교헌·교법이 오늘날의 시대에 잘 맞지 않는 것이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는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다.

특히 교령 선거제도는 공평과 형평, 투명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자가 그 권력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객관적인 선거관리위원회 제도를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 천도교 발전을 위한 사업계획은.
교령의 임기가 3년 단임이다. 욕심을 내다보면 무리수가 따른다. 또 너무 욕심을 내지 않으면 세월만 보낼 수 있다. 임기 안에 실적을 내기보다는 천도교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울 것이다. 교령과 집행부가 바뀌어도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말이다. 더불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겠다.

단기 계획으로는 제도를 정비해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세상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할 것이다. 아울러 교단 안은 물론 세상과 적극 소통하며, 집행부가 일할 수 있는 터전과 분위기를 만들것이다.

중장기 계획으로는 첫째 인성양성을 할 수 있는 전문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이고, 둘째 천도교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언론매체를 만드는 것이며, 셋째 종교복지법인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종교인의 사명을 다할 것이다.

― 동덕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종교가 세상을 걱정해야 하는데 세상이 종교를 걱정한다. 교단이 동덕을 걱정해야 하는데 동덕이 교단을 걱정한다. 그동안 교단의 주인이 중앙총부인지 동덕인지 알지 못했다. 교단의 주인은 바로 동덕이다. 동덕이 주인인 교단을 만드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

한 번 믿어주고 힘을 준다면 신명을 다 바치겠다. ‘이제 천도교에 희망이 보이고 갈 길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동덕에게 듣고 싶다. 아울러 교령 임기를 마칠 때 ‘그 사람이 방향이라도 제시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다. 교령을 떠난 후에도 존경받는 교령으로 남고 싶다. 교단의 주인인 동덕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 정부에 바라는 것은.
스마트폰 등 최첨단 제품의 개발로 편리한 세상이 됐고 물질도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그 반면에 어려운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물질만능으로 세상이 좋아진 것 같지만 정신은 피폐해가고 있다. 이제는 정신수양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이웃을 돌아보는 삶을 살아야 한다.

즉 동귀일체(同歸一體), ‘너와 내가 하나’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종교인이 아니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삶, 그 자체가 종교라는 인식을 하고 종교의 존엄성을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국민통합과 분단의 현실, 이 문제를 제도적 정치적으로만 해결하려면 어렵다. 3.1운동처럼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종교가 앞장섰다. 정부가 종교의 역할에 대해 인식을 새롭게 했으면 좋겠다. 정부는 종교를 이용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종교가 마음 놓고 교리와 덕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또한 종교인이 마음 편하게 신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 종교와 정부, 사회가 하나가 됐을 때 희망이 있고 행복한 세상이 된다. 정부가 이런 부분에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

― 기타 할 말은.
나는 요즈음 매일 새벽 5시에 특별기도를 한다. 다른 단체의 지도자는 자기의 지혜로 이끌 수 있을지는 몰라도 종교의 지도자는 그럴 수 없다. 그래서 매일 한울님과 스승님으로부터 지혜를 얻고 감응을 받기 위해 기도를 한다. 이것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내가 매일 기도를 하는 이유다, 교령 이전의 생활보다 훨씬 힘든 일과를 보내지만 건강은 더 좋아졌다. 한울님과 스승님의 기운과 지혜를 받기 때문인 것 같다. 정신이 살아 있는 느낌이다. 교령 임기 끝나면 설교 강사로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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