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8일 전북 순창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일본을 방문했다. (왼쪽부터) 고재영 센터장, 전현승 씨, 박은희 씨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위쪽). (사진제공: 전북 순창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공)

전북 순창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三色 매력

원불교-개신교-통일교 ‘한가족’
다문화가족 행복·평화·사랑 목표 동일
종교, 화합 ‘걸림돌’ 아닌 ‘조화 매개체’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종교의 벽을 넘어서 세계가 한가족이 됐으면 해요. 이것이 다문화정신이라고 봅니다. 종교도 결국 ‘문화’니까요.”

이는 순창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고재영) 회원인 통일교 일본이주여성 마츠가미 노리에(45) 씨가 생각하는 다문화의 정의다. 그가 말하는 다문화는 다국적 인종이 한 데 뭉친 ‘집단문화’이기보다 다양한 종교인들이 한 데 어우러진 ‘가족문화’에 가까웠다.

지난달 30일 전라북도 순창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여성가족부 지원정책으로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다.

그중 순창군 센터는 독특했다. 센터장은 원불교, 직원 중에는 개신교 포함, 대다수의 회원이 통일교로 구성됐다. 이들에게서 ‘종교’는 화합을 막는 ‘걸림돌’이 아닌 다양성 가운데서 찾은 ‘조화의 매개체’였다.

◆원불교 법인시설에 개신교 직원이?

순창 센터 직원은 총 10명이다. 그중에 원불교, 무교인 사람도 있지만 가장 궁금했던 건 유일한 개신교 직원이었다. 센터 직원 전현승(31, 남) 씨는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현재 전주에 있는 교회 청소년 주일학교 교사다. 그는 대학교 시절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특이한 점은 그 대학교가 원불교 종립대학교인 원광대학교였다는 점이다. 때문에 원불교는 친근한 종교라고 말했다.

전 씨는 “원불교는 종교에 대한 차별이나 믿음의 강요가 없고 진리는 하나라는 가르침을 준다”면서 “센터장님도 제가 다니는 교회에 관심이 많다”며 서로 간의 벽이 없음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전 씨는 하나의 계기를 언급했다. 그는 일전에 다문화청소년들과 일본 가고시마현 이즈미시에 다녀온 기억을 떠올렸다. 자신이 주관이 되어 겨울철새 두루미 이동경로를 돌아보는 생태체험을 접하면서 ‘다문화 힐링’이 무엇인지 배웠던 좋은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고 센터장은 “원불교는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는 한가족, 세상은 한일터, 개척하자 하나의 세계’라는 슬로건 아래 세상의 무지와 질병과 빈곤을 타파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타종교에 대한 배타적 감정이 적은 이유를 설명했다.

▲ 지난 5월 24일 전주에서 열린 ‘어울림축제’에서 전북 순창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대표 합창단으로 선발된 통일교 일본이주여성들이 일본민요와 대한민국 ‘조국찬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 전북 순창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공)

◆제2조국 ‘한국’ 사랑한 통일교 이주여성

순창군 센터에는 총 276명의 다문화여성이 등록돼 있다. 가족 수로 치면 1000여 명이다. 그중 통일교가 가장 많다.

고 센터장은 거짓말을 약간 보태 “일본이주여성들은 통일교가 100%”라며 “(통일교 외) 타종교 이주여성은 거의 시댁식구를 통해 종교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동방에 아름다운 대한민국 나의 조국~ 반만년 역사 위해 찬란하다 우리문화~”

지난 5월 24일 전주에서 전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에서 마련한 어울림축제가 열린 가운데 대한민국 ‘조국찬가’가 흘러나왔다. 통일교 일본이주여성으로 구성된 합창단 멤버들이 순창군 센터 대표로 출전하면서 부른 노래였다.

이들은 일본민요와 조국찬가를 불러 최고상인 어울림상을 받았다. 그날 합창단 멤버였던 통일교 이주여성 후쿠다 유미코(39) 씨는 순창 센터가 통일교 일본이주여성 합창단을 대표로 출전하게 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특히 이들이 ‘상’을 받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기쁨이겠지만, 종교인으로서 받는 편견의 시각에서 벗어나 타국에서 한 나라의 국민으로 인정받았다는 데에 그 의미가 더 컸다.

제2조국이 한국이라는 유미코 씨는 “동방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나의 조국을 찬란하게 빛내어 한국과 일본의 우정이 싹트길 간절히 염원하듯 합창했다”며 “마음의 치유가 많이 됐다”고 그날의 감동을 전했다.

◆통일교, ‘장로’에게 배운 시조창, ‘법회’서 합창

노래를 통해 종교가 서로 화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통일교회에서는 시조창(時調唱)을 배운다. 시조창 노래는 불교의 팔만대장경이다. 특이한 점은 개신교 장로인 순창시조협회장이 통일교회를 방문해 시조를 가르친다는 점이다.

통일교회 목사는 이 노래를 원불교 법회 때 가서 부르자고 제안까지 해 놓았다. 고 센터장
은 일찍이 이를 수락했다. 올해 연말 법회 때는 통일교 이주여성들의 감동의 합창이 또 한 번 들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이주여성모국 통해 아시아를 세계화”

고 센터장은 “종교계가 다문화가족들의 눈물과 아픔을 공감하고 지역사회를 정화하는 데 앞장섰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많은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사회통합을 위해 종교계가 힘을 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는 “한국과 이주여성모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가 이제는 세계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고 강조하면서 마지막으로 인정을 싹틔우길 소망했다.

“유학생, 결혼이민자, 외국인노동자, 탈북자 등 140만 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신과 육신과 물질로 힘닿는 대로 도움을 줘서 그들의 모국에 한국인의 인정미(人情美)를 심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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