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전통등 설치 거부했던 공항 측에 반발… 서명운동‧피켓시위 전개

▲ 조계종이 지난달 31일 오전 일주문 앞에서 100만명 불자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조계종은 연등회 전통등 설치를 거부했던 인천공항 측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이영근 사장 직무대행의 공개사과 및 공직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불교계가 연등회 전통등(燈) 설치를 거부했던 인천국제공항공사를 겨냥해 종교편향을 거론, 이영근 부사장의 공직 사퇴를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계사와 불교단체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일주문에서 100만 명 불자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청와대 앞 1인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청와대 피켓시위는 포교사단 등 불교단체들이 이어간다.

조계종은 지난달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인천공항 내 전통등 설치 요구를 거부한 공사 측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종교편향을 거론했다. 이후 불교계 내에서 논란이 거세지자 인천공항의 공식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 종교편향 논란은 불교계 전체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30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영근 사장 직무대행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종단협은 “국토교통부 등 책임기관에서는 더 이상 종교적 갈등과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며 “불교인 모두는 이번 사건을 엄중히 주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조계종은 이번 논란을 박근혜 정부의 첫 종교편향이며, 공공기관의 종교정책과 태도를 보여주는 사례로 규정했다. 이들은 이영근 사장 직무대행을 향해 종교화합과 국민통합을 위해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공개사과 및 공직사퇴를 요구했다. 국토부를 향해서는 각종 의혹에 대해 신속한 조사와 공개해명을 촉구했다.

조계종은 불자들에게 “전통문화 홀대 및 종교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기고자 한다”면서 “또한 이영근 사장 직무대행에 대해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묻기 위해 사부대중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한다”고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 인천공항 측은 이번 사안이 불교계를 무시한 종교편향이 아니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앞서 인천공항은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에 보도된 ‘조계종 대변인실 입장 및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공개질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조계종의 여객터미널 내 연등설치 제안에 대해 외부설치를 수정 제안한 이유는 공항운영과 다수의 여객편의를 고려한 결과”라면서 “특정종교에 대한 편향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공항운영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기관·단체 등의 홍보·시설물 설치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불허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은 불교계가 지적한 크리스마스트리 설치에 대해서는 “공항 내 입주한 백화점 및 면세점이 연말세일행사를 위해 자체설치하고 비용을 집행했으며 특정종교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종교평화위원회가 제기한 ‘인천공항이 트리 제작을 위해 면세상점으로부터 10억 원의 비용을 걷었다는 의혹’에 대해선 별도의 해명을 하지 않아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천공항은 공항내 한국문화박물관을 설치해 석가탑,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등 불교문화의 대표 작품들을 상설전시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우리 불교문화를 전 세계인의 문화유산으로 각인시키고 보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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