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동의’ 세부 내용 입법화 놓고 ‘충돌’

▲ 8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열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이동통신사, 시민단체, 학계 등 각계 전문가들이 휴대전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KISDI는 이통사가 단말기 보조금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제조사의 과잉 보조금도 규제하는 방안 등 7가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제공: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정부가 제시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방안’이 업계와 소비자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8일 오후 2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대회의실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를 열고 이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정부와 KISDI는 단말기별 보조금을 의무 공시하고 정해진 공시 기간 내 이통사별 ‘동일 단말기-동일 보조금’을 적용한다는 방안 등 7가지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통사 모두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일부 방안의 입법화는 반대했다.

특히 ‘동일 단말기-동일 보조금’ 적용과 ‘분리요금제’ 방안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이유를 내세웠지만 모두 법적인 규제는 반대하며 시장의 자율성에 맡겨 달라고 요청했다.

이상헌 SKT 상무는 “과도한 규제만 아니라면 전체적으로 (개선방안)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합리적인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것이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동일 단말기-동일 보조금’에 반대했다.

이어 “특정 요금제를 강제하거나 유도하는 건 분명히 잘못됐다”며 “고가 요금제 선택한 만큼 더 큰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법적으로 규제한다면 시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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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호 KT 상무도 “보조금 차별을 금지한다고 했지만 고가 요금제 사용하는 고객에게 어느 정도 배려가 필요하다”며 “고가 요금제 연계 매 금지는 타당하지만 강제 여부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는 “‘동일 단말기-동일 보조금’이 시행되면 보조금 상한선이 형성돼 오히려 담합으로 보일 수 있게 된다”며 “과거에도 이런 경우 담합을 의심받았기 때문에 다시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리요금제는 사업자의 투자 여력을 저해하고 전체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홍진배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분리요금제 도입이 이통사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하지만 단말기 판매업이 이통사의 주업은 아니다. 오히려 일본 NTT도코모처럼 분리요금제 도입 후 재정건전성이 좋아질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고가 요금제에 더 많은 보조금을 줘야 한다는 이통사 입장에 대해 “이미 요금제별 혜택을 주고 있는 데 여기에 보조금을 더하는 것은 이중 지원”이라며 개선안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대리점‧판매점 관계자들은 “비싼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있게 해준다고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일 것”이라며 “‘불법 보조금’이라고 하는 데 누가 불법 행위를 했고 그로 인해 누가 피해를 봤는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12년간 통신업에 종사한 한 관계자는 “보조금이 어떤 문제와 피해를 야기하는지 정확한 근거도 없이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규제법부터 마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개선안 입법화 자체를 반대하기도 했다.

한편 고가 단말기 출시로 이통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제조사 관계자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아 ‘반쪽 토론’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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