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된 지 5년 3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08년 2월 10일 허술한 문화재 관리로 화재가 발생해 국보 1호 숭례문의 2층 누각이 거의 전소됐으나 다행히 현판과 1층의 기반 석축이 남았다. 조선 태조 때 건립돼 610년간을 버텨 온 자랑스러운 문화재가 참혹했던 임진왜란, 병자호란, 6.25전쟁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왔건만 어처구니없는 일로 화재가 발생했고, 이 소식을 들은 당시 국민의 마음은 숯덩이처럼 까맣게 타들어가기도 했다.

조선조 태조 5년(1396)에 축조되어 1398년에 준공된 한양 도성의 정문, 숭례문은 몇 번의 개수 공사는 있었으나 지난번 화재로 인해 완전 복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숭례문 복구를 위해 276억 7000만 원의 정부예산이 들었고 연인원 3만 5000여 명이 참여하여 예전 모습대로 복구하면서, 일제에 의해 철거된 좌우 성곽도 동쪽으로 53m, 서쪽으로 16m까지 새로 복원하는 등 당시의 위용을 찾은 것은 다행이라 하겠다.

숭례문 복구로 국보 1호 명칭 변경이 재연될 조짐을 보인다. 국보 1호 등의 번호는 국보의 서열이 아닌 관리번호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역사적·학술적·예술적·기술적인 가치가 큰 문화재에 대해서 국보로 지정하고 있다. 숭례문은 1934년 조선총독부가 지정한 조선 고적(古蹟) 1호인바, 우리정부가 1962년 그대로 지정했다. 한일합방 직전에 헐릴 뻔하였으나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이 입성한 문이어서 보존됐다는 주장이 나오자 ‘국보 1호’의 자격논란이 일어나기도 했고, 2005년 감사원은 국보 1호 지정 변경을 문화재청에 지시했지만 그냥 넘어갔던 것이다.

문화재청은 5월 4일 ‘숭례문, 문화의 새 문이 열리다’는 슬로건으로 숭례문 복구기념식을 갖고, 별도로 광화문 광장에서 판굿, 아리랑 등 주제 공연행사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국민의 혈세 276억여 원이 문화재청의 부실 관리가 원인이 되어 사용됐다. 어처구니없게 소실됐다가 복원된 숭례문의 복구 기념행사는 축제보다는 뼈저린 반성이 먼저 아닌가. 숭례문 복구를 계기로 민족 유산인 문화재에 대한 사랑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사가 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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