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상 화백 그림처럼 살다, 삶처럼 그리다 (3)
이종상 화백 그림처럼 살다, 삶처럼 그리다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족의 혼을 피운 화백 일랑 이종상 교수

▲ 1990년 作 <흙에서> 57x57cm, 동유화 (사진제공: 일랑미술관)


오천원·오만원권에 철학을 담다

이종상 교수는 화폐 화가로 알려졌다. 오천원·오만원권의 인물화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됐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 최초로 화폐 그림 작업에 두 번이나 참여한 작가다. 화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기준에 합격했다는 뜻이다.

보통 연륜이 있는 화가가 그리며, 투기나 부채 등의 금전적인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 돈이 통용된 이후에도 작가는 돈과 관련해 청렴해야 한다. 돈과 작가의 이미지가 평생 함께하기 때문에 지폐가 대중의 손에 들어간 이후 작가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 화폐는 모두 폐기해야 한다.

이 교수는 오천원권에 율곡 이이를 그렸을 때 삼십 대 중반이었고, 오만원권에 신사임당을 그렸을 땐 일흔을 넘겼다. 어머니와 아들이 그의 손에서 해후했으니 여러모로 의미 깊은 일이지 않을 수 없다.

오만원권의 신사임당은 이 교수의 스승인 이당 김은호(1892~1979) 선생의 신사임당 표준 영정을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작업했다. 육리문(肉理紋)기법으로 피부의 질감과 색감은 물론 땀구멍까지 되살려냈다. 여기에 정숙한 현모양처보다 예술가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사실성의 극치를 추구하면서 정신적 기품까지 표현한 것이다.

“돈을 벌고 모으는 것보다 가치 있게 쓰는 게 더 중요합니다. 오천원권을 그리게 됐을 때 은사님께서 하신 말씀을 마음에 두었습니다. ‘돈은 눈과 귀가 밝다. 선행하는 사람, 좋은 사람, 따라가고 싶은 사람에겐 돈이 주머니 속까지 따라들어 간다’고 하셨습니다. 돈을 귀하게 여기되 삶의 목적으로 생각해선 안 됩니다. 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인터뷰를 하던 중 이종상 교수가 의미심장하게 내놓은 말이있다.

“겉모습이 늙는 게 욕된 것이 아닙니다. 속이 늙는 게 욕된 것이지요.”

그렇다. 그는 일흔이 넘은 미술계의 노장이지만 작업만큼은 여느 젊은 화가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다. 그래서 그는 DNA를 검출해 3D기법을 이용하여 고산 윤선도 영정을 그리기도 했다. 그야말로 신기술을 접목하여 새로운 행보를 몸소 보여주는 선구자다. 고전에서 배우고 창의(創意)하고 창조하니 그야말로 법고창신(法鼓創新)의 정신을 발현해내고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이 어느 경지에 올랐다고 자만(自慢)하면 태만(怠慢)해지고, 그 게으름의 결과로 거만(倨慢)해지며, 오만(傲慢)해져 그릇된 행동을 하기에 이릅니다. 오만함 다음이 무엇일까요? 바로 기만(欺瞞)입니다. 남의 눈을 속이는 데까지 가는 과정은 우리 마음에 달려 있지요. ‘만(慢)’에 담긴 마음(心)을 다스려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지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