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북핵 20년' 패턴 비판..백악관, '대화조건' 제시

(워싱턴=연합뉴스) 요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을 잘 분석해보면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어떤 대북 정책을 구사하려 하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핵심내용을 요약해보면 지난 20년간 지속돼온 북한 핵문제의 패턴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과 향후 중국의 협력을 전제로 북한 문제를 접근하겠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는 18일(현지시간) 국무부 새해 예산과 관련된 설명을 하기 위해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했다.

30년 넘는 상원의원 생활을 주로 외교위에서 한 그다.

스스로 '외교 DNA'를 지녔다고 자부하는 그는 텃밭과도 같은 상원 외교위에서 대북 정책의 구상을 설명했다.

우선 그는 최근 북한이 제시한 북미 대화의 선결조건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엇다.

북한은 앞서 18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을 통해 미국과 한국이 대화를 바란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철회하고, 핵전쟁 연습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리 장관은 북한의 요구를 `초반 첫수(initial gambit)'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몇주동안 도발과 위협을 해온 북한이 "협상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이라며 "북한의 초기 전략적 행동으로 바라볼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초반 제의'에 대해 일단 거부하면서도 보다 분명한 대화의 출발선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측면에서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이 이날 밝힌 내용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미국은 진정하고 신뢰있는 협상에 열려 있다"면서 몇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북한이 핵무기 포기(renouncing) 및 핵프로그램 중단(discontinuing) 의무를 실질적으로 준수하려는 진지한 의도와 자세를 보여줘야 하며, 북한이 국제 의무를 지킨다는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협상이 재개되면 남북한이 합의한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북핵 6자회담에서 이를 재확인한 2005년 9ㆍ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것이 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미국의 목표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지만 북한과 협상이 진행된다면 9.19 공동성명 등에 포함된 한반도 평화구축 방안 등도 협상의제가 될 수 있음을 밝힌 셈이다.

케리 장관은 아울러 "지난 20년간 쳇바퀴 돌듯 해온 이런 다이내믹을 바꿔야 한다"면서 이런 생각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확고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보상ㆍ협상→재도발→재협상을 거듭해오면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은 더욱 제고됐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케리 장관은 "이제 북한은 핵무장 차원에서 더 나아갔으며 더욱 위험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도 북한의 위협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재의 국면을 과거와 다르게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케리 장관은 자연스럽게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그는 "중국은 지역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번 자신의 동아시아 순방 기회에 중국 측과 솔직하고 진지한 토론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을 향해 지난 20년간 되풀이해온 패턴을 확실하게 바꾸자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새삼 부각시켰다.

그는 "북한에 대해 중국만큼 영향력을 가진 나라가 없다"면서 연료와 식량을 지원하고 금융거래와 대규모 교역을 하는 북중 관계를 상기시켰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케리 장관은 전날 하원 외교위원회에 나와서도 거의 같은 맥락의 발언을 했다. 중국 지원이 없으면 북한이 무너질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북한의 핵공격 위협 때문에 한반도의 위기감이 고조되던 지난주 한국과 중국, 일본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그가 연일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북한의 추가도발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미국도 조만간 대화를 재개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반영해주는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변화를 전제하는 것에서 오바마 1기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와 별다른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외교 전문가들의 반응이 많다.

케리 장관은 물론 미국의 대북 정책은 과거와 달리 전략적 비인내(strategic impatience)라고 표현했다.

과연 얼마나 다른 정책이 나올 지 향후 오바마 2기 대북 정책의 향방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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