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대한 재인식이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 학자들이나 지방주의자들이 이렇게 주장해온 지 벌써 30년이 넘는다. 그러나 아직도 정치·경제·문화 등 제 분야에서 지방이 홀대받고 있으니, 전래적으로 중앙 위주였던 우리나라에서 지방이란 말처럼 푸대접을 받아온 말도 드물다 하겠다. 이 말에 혹자는 지방자치 실시 이후에 지방이 중앙과 동등하다거나 지방이 변방에 머물지 않고 중앙과 동등한 입지에서 국가발전에 상생의 길을 함께 해왔다고 반론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있는 지금까지 드러나거나 드러나지 않게 지방은 차별받고 있다. 정치·경제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지방자치의 필수적 항목인 재정 사정이 그렇다. 현 정부 출범 직전에 복지 문제가 대두되자, 시·도지사들은 지방재정상의 문제점을 들고 나섰다. 중앙정부가 지방재원인 지방세(취득세) 감면 조치로 2008년부터 2012년 말까지 약 5년 동안 약 103조 9000억 원의 지방세 수입이 감소하여 지방재정난 가중을 부채질했다는 내용이다.

그런 현실에서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취득세 감면 조치를 올해 6월말까지 연장했다. 게다가 0∼5세 무상보육 확대, 기초연금 지급 등 박근혜정부의 복지 확대에 따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재정이 앞으로 5년간 18조 원이 더 늘어난다고 하니 지방재정의 난제는 첩첩산중이다. 이처럼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몫인 지방세까지 좌지우지하는 등 자치 현실은 동반자 관계로서의 지방이 아니라 마치 국가 또는 중앙정부의 시녀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법적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법인격체가 다르다. 따라서 국가가 할 일을 지방정부에 맡길 때엔 국고로 전액 지원하는 게 당연하지만, 지자체의 국고보조금 부담 비율을 법으로 정하는 등 입법통제로 꼼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다. 또한 재정통제를 통해 지방자치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놓았다. 교부세 지원이나 지방세 감면이 그 같은 예다. 앞으로 정부의 복지 확대에 따라 지자체의 복지지출 증가율은 9.5%에서 10.7%로 1.2%포인트 더 높아져 재정 압박이 가중될 전망이다.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 지방은 언제쯤 중앙과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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