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생활장수노인대학 곽준섭 학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늘 새롭게 살자는 뜻 ‘새 생활’ 백수 누리자는 뜻 ‘장수’
다양한 취미 생활 즐기면 노년기 고독감·지루함 사라질 것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배우면서 일하는 노인이 되자, 신·의를 지키는 노인이 되자, 서로가 사랑하는 노인이 되자, 지역에 봉사하는 역군이 되자.”

이는 수십 년째 이어져온 새생활장수노인대학의 교훈이다. 이 대학 학생들은 노년의 나이에도 이 같은 교훈을 몸소 실천하고 있어 다른 노인대학은 물론 지역사회에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이 대학을 설립한 곽준섭(82) 학장을 만나 노인대학을 만들게 된 계기와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곽 학장은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살자는 뜻에서 ‘새 생활’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그래서인지 계속 학교가 발전되는 것 같다”면서 “‘장수’라는 말도 백수를 누리자는 의미에서 붙였다. 그 당시에는 고령화 사회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현재 대부분이 100세까지 거뜬히 사니 이름대로 시대가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학의 창립기념일은 1976년 4월 15일이다. 벌써 36년이 지났다. 대학은 다른 곳에 있다가 지금의 자리로 옮겨 1985년 7월 말 준공식을 치렀다. 곽 학장을 비롯해 초창기 멤버들은 처음 대학을 창립할 당시 담배장사, 연탄장사 등 안 해본 장사가 없다. 이들은 피땀이 스며든 이 대학을 서울시에 기증했다. 이로써 개인의 소유로 운영됐을 때 생길 욕심, 다툼 등 여러 위기들을 차단해버렸다.

현재는 영등포구로 소유가 이전돼 대한노인회 영등포지회 새생활장수노인대학이 됐다.

현재 이곳에서는 총 16개 과목이 운영되고 있으며 일주일 내내 오전부터 오후까지 노인대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 수업당 2시간씩 많게는 일주일에 3번 진행된다. 다른 노인대학 관계자들조차도 이러한 광경을 의아해하며 비결을 물어올 정도다.

곽 학장은 “노인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그곳에 가보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우리는 해당 시간에 오면 한 번도 빠짐없이 이 자리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렇다고 곽 학장이 젊은 시절부터 노인대학을 운영할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충남대를 나와 활발한 사회생활을 했던 그가 75년 다리에 마비가 와 집에서 요양하고 있을 때 지역 노인들이 그를 찾아와 설득했다. 당시에는 경로당도 흔하지 않던 시대였다. 대학을 나와 지식인층에 속했던 곽 학장은 이왕 건물을 지을 것이라면 학교로 짓고, 노년의 생활을 즐겁게 배우며 보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노인대학생들은 곽 학장의 다짐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현재까지 많은 학생이 수강을 했으며 늦게나마 배움을 통해 즐겁게 노년을 보내고 있다. 현재 수강생은 350명에 이른다.

그는 대학 운영 비결로 한 가족 같은 강의 분위기를 꼽았다. 강사 또한 저렴한 강의비에 불평불만 없이 다정다감하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가리키고 있다.

또 이곳은 무료로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 또한 학생들의 찬조와 마사회 영등포 지회 등의 도움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우선 대한노인회연합회 산하 공연활동클럽, 경로당지도클럽, 주차계도클럽, 교통안전클럽, 불우노인말벗클럽, 독거노인 말벗클럽 등에 참여하고 있다. 토요일 아침에는 강의실에서 장애인이 사물놀이를 배울 수 있도록 장소도 지원해주고 있다. 또 새생활장수봉사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면서 지역 내 불우이웃에게 1993년부터 쌀과 참기름을 지원해주고 있다. 2004년부터는 지원대상자가 50세대로 늘었다.

쌀값과 기름값은 곽 학장의 사비와 학생들이 십시일반 내준 찬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에 넉넉하지는 않아도 이 같은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다.

곽 학장은 “말년에 남을 위해 살아보고자 하는 학생들의 아름다운 봉사정신과 실천은 글로만 있던 교훈이 싹을 틔우고 결실을 본 것”이라고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곽 학장이 대학을 이끌어오면서 늘 뿌듯하거나 보람됐던 것만은 아니다. 학생들이 젊은층이 아니다 보니 열심히 배운다 해도 취직이 어렵고, 몇 년 뒤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

하지만 노년의 시기를 보람되고 아름답게 보내고자 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을 보며 곽 학장은 지금까지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는 노년에도 배움의 즐거움은 계속돼야 하고 배움을 통해 스스로 삶을 개척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곽 학장은 노년의 삶을 무미건조하게 보내는 이들에게 조언했다.

“요즘은 보통 89~90세까지 삽니다. 60세 정도에 정년퇴직하면 최소 20년은 어떻게 보낼 지 생각해봐야겠죠. ‘노인이 됐으니 자식 덕을 보고 살겠다’ ‘나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다’라는 생각만 할 게 아니라는 겁니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 만큼 매일매일 새 시대를 살아가는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다양한 취미생활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고독감과 지루함이 금세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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