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야권 활동가들이 이번 학살의 희생자라며 17구의 남성 시신이 담요가 깔린 콘크리트 바닥 위에 놓여 있는 영상을 13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16개월간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는 시리아에서 최악의 대량학살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훌라 학살’보다도 피해 규모가 더 커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시리아 야권 활동가들은 12일(현지시각) 정부군이 시리아 중부 하마의 트렘사 마을을 15시간가량 무차별 공격하면서 200명 이상이 희생됐다고 밝혔다. 희생자 중 대부분이 민간인이며 반군도 소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 혁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타람셰(트렘사)에서 220명 이상이 숨졌다”며 “대부분이 탱크, 헬리콥터, 중화기의 폭격과 약식 처형으로 희생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17구의 시신이 담요가 깔린 콘크리트 바닥 위에 놓여 있는 영상을 13일 공개하며 이번 학살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현지 인권단체들은 탱크와 헬기 등을 총동원한 친정부 민병대가 마을로 진입하면서 주민들을 닥치는 대로 약식 처형했다고 전했다.

시리아 국가위원회 간부는 “주민들이 도망치려 했지만 친정부 민병대가 아이들과 노인들부터 우선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격으로 인구 7000명의 시골마을은 비어있는 상태이며 주민이 숨지거나 피난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리아 국영TV나 뉴스통신사들은 이번 사건을 무장테러단체와 정부군의 충돌이라고 보도했으며 국영 뉴스통신사인 ‘사나’는 이에 대해 “테러리스트와 결탁한 일부 언론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앞두고 반(反) 시리아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이번 학살을 공모했다”고 보도했다. 이럼에도 계속해 비난여론이 커지자 정부군은 이에 대해 테러단체 소탕을 위한 특수 작전이었다고 해명했다.

반정부 야권은 이번 학살의 배후로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를 지목했다. 현재 반정부 야권과 미국 등 서방은 추가 희생을 막기 위해 아사드 정권에 대한 구속력 있고 강력한 유엔제제 결의가 당장 채택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의 우방인 러시아가 시리아 제재 결의안 추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피 아난 유엔-아랍연맹(AL) 공동특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학살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고 소름이 끼쳤다”며 시리아 정부군을 규탄했다. 또 안보리에 보낸 서한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유엔이 승인한 평화 중재안을 또 어겼다”며 “중재안을 무시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신호를 당장 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13일 시리아 정부군이 중화기를 이용해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을 비난하며 안보리에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또한 아난 유엔 특사로부터 받은 서한도 함께 안보리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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