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 헤라엔터테인먼트
‘첨밀밀’ OST 불러 히트… 인기 뒤로하고 한국행

남산·한강 좋아 한국서 제2의 삶 택한 지 12년
“우여곡절 끝에 이젠 다문화가정 멘토도 척척”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중국 국민가수 출신 다문화 가수 헤라 (HERA, 한국명 원천)가 재조명받고 있다. 한국으로 귀화한 지 올해로 12년을 맞는 가수 헤라에게 대한민국은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은 나라였다. 동시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중국 한족 출신의 헤라가 대한민국에서 가수로 데뷔하기까지는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20여 년 전 처음 한국을 찾은 그는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의 크기와 길이에 놀랐다. 넓은 평지만을 보아왔던 그에게 도시 안에 있는 한강과 북한산은 아름다움과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렇게 한국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혈혈단신 찾은 한국이었지만 가수를 꿈꾸던 그에게 다가온 첫 번째 시련은 사기였다. 그렇게 사기와 배신으로 시작된 한국에서의 삶은 고난과 애환의 연속이었고 눈물이 마를 날 없던 그에게 결국 눈물샘이 막혀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수술을 받아 회복되긴 했지만 그만큼 지독하게도 어려운 생활을 보냈던 그였다.

이렇게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헤라를 달래 주는 것은 책이었다. 그러던 중 직접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들리는 소리를 솔직히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바로 시를 적은 것이다. 꾸준히 시를 적어 오던 그는 좋은 기회가 제공돼 시 부분에도 등단했다.

이후로도 그는 가수활동과 습작을 병행하며 시집 발간을 목표로 꾸준히 시를 쓰고 있다. 시 속에는 중국에 계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한강을 보고 떠오른 단상, 끔찍한 생각을 이겨낸 순간들을 시로 표현했다. 하지만 시를 쓰면서도 해결되지 못한 게 있었다. 바로 한국에서도 가수생활을 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다행히 지금의 소속사(헤라엔터테인먼트)를 만났다. 이에 다문화 가수 헤라는 “지금의 소속사 식구들을 만나 행복하다”며 “곁에서 저를 따뜻하게 보살펴주시고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비록 사기와 배신으로 시작된 삶이었지만 도움의 손길도 받은 그였기에 지금은 자신처럼 다문화 출신의 가정을 돕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멘토가 됐다. 지난해 7월에는 여성가족부 장관으로부터 다문화인을 대표해 사이버멘토링 대표멘토로 위촉받아 지금까지 14명의 다문화인 멘티들과 결연을 맺어 도움을 주고 있다.

“처음 멘토-멘티를 시작했을 때 사는 곳이 서로 다르고 멀리 떨어져 자주 왕래할 수 없었지만 가수활동을 시작하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지금은 예전보다 자주 연락하고 만날 수 있게 됐어요.”

다문화 가수 헤라에게 가수활동 시작은 자신의 꿈을 펼쳤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자신처럼 다문화 출신의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다는 희망까지 얻은 셈이다.

▲ 사진 제공: 헤라엔터테인먼트
한국에서의 가수활동은 힘들었던 그였지만 사실 헤라는 중국에서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국민가수였다.
여명과 장만옥이 출연한 영화 ‘첨밀밀’의 OST곡과 엔딩장면에 흘러나온 노래 ‘월량대표아적심’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노래로 대만가수 고 ‘등려군’이 부른 버전이 유명하지만 중국에서는 헤라의 본명인 ‘웬청쒸’ 버전이 가장 유명할 정도로 사랑받는 가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헤라는 열일곱 살 때 단 1명만 뽑는다는 국립가무단에 당당히 입단해 1989년 중국 CCTV, LNTV 공동주최로 진행된 가요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1992년에는 중국 MTV 가요부문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유명했다. 그런 그가 중국에서의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대한민국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을 정도였으니 그가 대한민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에서 힘든 과정을 겪는 동안 중국에 계신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찾아뵙지 못했다. 지금은 중국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는 그. 대신 그에게는 한국에 마음으로 맺은 많은 부모님이 계신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매년 효도잔치를 열고 있습니다. 노래 부르는 제 손을 따뜻하게 잡고, 일일이 눈 맞춰주시는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더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을 품게 됩니다.”

다문화 가수 헤라가 성공하고 싶은 이유는 하나다. 더 많은 어른들과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지원과 도움을 계속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문화 가수 헤라는 갈 길이 아직 한참 남았습니다”라며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되돌려 드릴 수 있는 그날까지 더 많은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노래하는 헤라가 되겠습니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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