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의 장주영(왼쪽), 박상익(오른쪽) 공동대표가 인터뷰 중에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후유증 큰 강제개종교육 “집에 가기 무섭다”
통일교·증산도 연대… “성과 나타나고 있어”

[천지일보=이솜 기자] “친구에게 강제개종교육 당한 과정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믿지 못합니다. 나를 또 감금시킬 것 같아 집에 가기가 무서워요. 내 몸을 강제로 묶을 때, 감시한다며 화장실 문을 열어 놓고 볼일을 보게 했을 때, 폭력을 당했을 때의 충격이 이따금 되살아나 미친 사람처럼 눈물만 흘려요. 목사들에게 속아 강제개종교육을 시킨 부모님보다 이를 왜곡해서 전달하는 언론들이 더 원망스럽습니다.”

강제개종교육을 당한 피해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의 장주영(32), 박상익(33) 공동대표는 이처럼 개종교육을 당한 피해자들의 후유증 역시 심각하다고 말한다.

장 대표는 “주로 여성 피해자들을 상담하는데 개종교육에 처음 끌려가는 순간부터 집에 돌아올 때까지 연속으로 충격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무엇보다 믿었던 가족들이 이러한 상황을 준비했다는 것에 괴로워한다. 이후 모든 것이 두려워져 원래 생활을 찾지 못하는 피해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물리적인 부분을 볼 때 남성 피해자들은 힘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텨보려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그것마저 허용이 안 돼 더 큰 상처를 입는 것”이라며 “장기간 개종교육을 당한 피해자들은 부모님이 이로 인해 많은 돈을 쓴 사실을 알고 좀 더 일찍 나오지 못한 점을 가장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후유증이 큰 것은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표는 이미 알려졌듯이 MBC ‘PD수첩’에서 종교문제로 아버지와 싸우는 장면에 등장했다. 그는 당시 PD수첩의 내용은 ‘악마의 편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PD와 아버지가 서로 입을 맞춘 후 일주일간 내 생활을 찍더니 방송에 나갈 만한 내용이 없다고 했다”며 “이후 갑자기 형과 종교문제를 이야기하게 했고 그 와중에 아버지가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다가 컵을 깼다. 이를 찍은 PD는 그 장면만 크게 부각시켰다. PD는 이것으로 방송 분량을 확보했겠지만 나는 모든 것이 변했다. 방송 이후로 남아있는 지인들이 몇 명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일본의 피해자들보다는 한국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본에는 통일교를 다니다가 강제개종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많지만 고소를 해도 승소한 경우가 없고 언론에 보도된 적도 없다. 이 때문에 통일교 피해자들은 강피연의 승소 사례를 참고하기도 하고 직접 만나 상담도 한다. 실제로 최근에는 강제개종교육을 활발히 하던 진용식(안산상록교회 담임) 목사가 신천지 전주시온교회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이 패소했다.

한편 강피연은 인권 유린을 알리기 위해 지금껏 약 12개의 관련 기관에 80여 통의 편지를 썼다. 강피연을 무시하던 기관 관계자들도 계속 같은 사례가 발생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요인들 때문인지 강피연이 조사한 전국 강제개종교육 사례는 많이 줄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은 강피연은 앞으로도 개종피해 사건과 관련된 기관에게 이들의 사정을 알리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시위나 기자회견 등 외부적인 움직임이 많았으나 올해는 피해 사례와 관계가 있는 기관들을 직접 찾아가 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노력할 것입니다. 물론 강제개종교육의 실태를 모르는 국민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도 함께 병행할 것입니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강제개종을 당하거나 당할 위험에 처한 종교인들에게 힘이 되길 바랍니다. 자신의 신념을 강제적으로 버리게 하고 인권을 짓밟는 행위가 없어질 때까지 활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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