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 운다-1.이주민 노동자③] 3D업종 종사자 산업재해 보상 ‘급선무’
[인권이 운다-1.이주민 노동자③] 3D업종 종사자 산업재해 보상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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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8년 10월 고시원 참사 때 사고를 당한 외국인노동자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제공: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돈 없는 미등록체류자, 병원 문턱 넘기 힘들어
“국적 차별 없는 전면적 산업재해 보상 이뤄져야”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교통사고를 당한 뒤 비싼 보험료와 치료비 등으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던 파키스탄 출신 핫산(39) 씨는 민간단체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외노의원)에서 무료 진료를 받고 일터도 얻으며 새 삶을 찾았다. 산업 재해를 당하고도 사장으로부터 그동안의 임금을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난 방글라데시 출신 슈트라(34) 씨도 외노의원에서 다행히 치료를 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사고로 다친 손목을 치료해야 하는데 단돈 15만 원이 없어 치료하지 못하고 큰 병을 키운 사람, 위천공으로 병이 악화된 사람도 많다.

우리나라 국민이 기피하고 있는 3D업종에서는 주로 외국인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3D업종은 ‘Dirty(더럽고)’ ‘Dangerous(위험하고)’ ‘Difficult(어려운)’ 분야의 일을 통칭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근무하고 있는 만큼 크고 작은 사고 발생률이 높은 게 현실이다. 지난 2월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외국인노동자가 쓰레기 분쇄기 위에서 일하다 추락해 숨졌고, 같은 날 양계장에서 일하던 태국계 외국인노동자도 컨베이어에 발목을 끼어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또한 3D업종에 주로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가 가벼운 상처를 입고 치료받지 못한 채 큰 병을 키워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까지 이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이주민의료센터(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대표는 “손이나 팔 등이 잘린 동남아시아․인도․등이 잘린 동남아시아․인도․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노동자는 치료 보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고국에 돌아가면 평생 손가락질을 받거나 치욕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중국·일본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인 수저나 포크 등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식사를 한다. 이런 문화 양식이 있기 때문에 사고로 손이 잘린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서 직면하게 될 상황은 끔찍할 수밖에 없다.

특히 상당수 이슬람 국가에서는 범죄자에게 손목이나 발목을 자르는 신체절단형 처벌을 내리는데 사고로 손가락·팔 등을 잃은 외국인노동자는 고국에 돌아가면 범죄자로 오인 받으며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외국인노동자 인력은 외국인산업 연수생, 해외투자기업 연수생, 고용허가제의 외국인노동자, 방문취업 외국국적 동포 등을 합쳐 약 70만 명에 달한다.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140만 명의 절반이 일명 ‘코리안드림’을 꿈꾸고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노동자들이다. 이들 중 약 20만 명 정도가 미등록체류자(불법체류자)이다.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합법체류 외국인에 한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내국인과 동일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의 혜택을 불법체류자들은 받지 못한다.

미등록체류자가 진료를 받는 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본인 부담금 지불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병원에서 일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본인 부담금 20%보다 몇 배나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병원 문턱을 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물론 국내의 많은 단체에서 마련한 무료진료소들이 여러 곳에 있지만 치료와 회복, 최종적으로는 산업 현장으로의 복귀라는 측면에서 진정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부분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완벽한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부 민간단체에서는 미등록체류자들처럼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외국인을 위해 의료보험과 동일한 혜택을 주기 위한 의료공제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공제회와 연계된 일부 병원의 일부 진료과목에 대해서만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고액의 수술이나 장기치료의 경우 지원 액수에 한계가 있다.

김 대표는 “많은 정책을 검토해야 하지만, 비급여자에 대한 의료수혜 범위를 넓히고, 근로 고용업체에서 외국인의 근로확인증을 의무적으로 발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한국인에 국한된 보건복지부 의료 콜 센터에서도 언어 소통문제를 해결하고, 외래 진료를 지원하는 등 혜택 분야를 넓히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업장에 국적 차별 없이 전면적인 산업재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6월 개정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에서 모든 국민은 성별 나이 민족 종교와 사회적 신분,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고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를 가지며,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라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달 의료취약계층 건강관리 시스템을 구축, 시의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노숙인과 쪽방촌 거주민을 비롯해 건강보험, 의료급여 등 국내 의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외국인노동자, 국제결혼 이주자, 난민과 그 자녀를 대상으로 입원·수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미등록외국인노동자도 신분 노출 걱정 없이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절차는 국립중앙의료원,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등 8개 의료기관에서 무료 진료한 뒤 사후에 시에서 비용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소통이 어려워 병원 접근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중국어, 몽골어, 태국어 등 통역 서비스가 제공되며 간병 서비스도 20∼30일간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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