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人權)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하기 위한 보편적인 권리와 지위, 자격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는 곧 민족·종교·귀천·이념에 관계없이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평등하게 가지는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 이웃들과 사회적 약자들은 부단히 억압당하고, 유린당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고발’과 ‘대안’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key words)로 인권 보장의 해법을 모색해봤다.


욕설·인종차별… 외국인노동자 ‘인권 사각지대’서 신음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최근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해 달아났던 중국 출신 외국인노동자 하모(한국명) 씨가 바다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동해출장소와 동해경찰서 합동단속반이 최근 동해시 어달동의 한 민박집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단속반이 출동했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 모텔에서 투숙하고 있던 외국인노동자 3명이 해안가 방향으로 도주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나온 것.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인권단체 등에서는 무리한 단속이 원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해이주민인권센터와 민주노총 강원본부 동해·삼척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반(反)인권적이고 불법적인 단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외사사범이나 형사사범의 경우에만 경찰이 사전영장 등을 청구해 현장을 급습,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으나 단순 미등록 체류자임에도 무리하게 합동단속을 했다”면서 “통역을 대동해 ‘미란다 의무’도 고지하지 않은 점은 단속 절차의 적법성 시비가 충분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처럼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노동자의 인권문제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사건이 발생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진정한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선 이들의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27일 관계당국의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해 달아난 중국 출신 외국인노동자가 다음 날 바닷가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인권단체 등이 4월 13일 춘천출입국관리사무소 동해출장소 앞에서 정부의 반인권적인 단속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제공: 김해이주민인권센터)


외국인노동자 71만 시대… 17만명은 ‘불법체류’

체류외국인 꾸준히 ↑
고용허가제 이후 급증

◆ “영장제 도입” vs “합법절차 준수”

단속과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외국인노동자의 증가와 무관치 않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국내 체류외국인은 136만 7495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외국인 채용을 허용한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고용사업장의 외국인노동자 비중은 2005년 5.13%에 불과했다. 그러다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지난해에는 20.0%까지 상승했다.

고용허가제 도입 7년째인 지난해부터는 체류기간 만료자가 속출함에 따라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외국인노동자는 약 71만 명이었고, 이 중 불법취업자는 17만여 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단속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외국인노동자의 주장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펴낸 ‘2010~2011 외국인보호소 방문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단속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대답한 이는 80명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보호소에 수용된 외국인 41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와 방문 면담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인권침해 유형으로는 폭언·욕설·인종차별 발언이 55명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단속과정에서 사망자나 부상자가 발생하는 일이 끊이지 않으면서 인권침해 논란은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한국이주인권센터 김기돈 국장은 “공장·기숙사 등을 단속할 때 영장이 필요 없다. 영장주의가 지켜지지 않는다”면서 “출입국에서는 단속할당제가 있는데, 다른 관할지에 가서 단속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정부 당국을 비난했다.

김 국장은 “우리는 영장제도를 도입하고 단속과정에서 가스총 등을 쓰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정부는 그러나 편의 위주의 정책만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권오현 사무처장은 “미등록자 단속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영장주의를 채택하는 등 법률에 입각해서 단속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정부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단속하고 있다면서 반론을 제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불법체류 외국인은 형사범이 아닌 행정범으로서, 출입국관리법상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불법체류 외국인 적발 시 출입국 관리법에 따라 긴급보호서를 현장에서 발부하는 등 제반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불심검문을 포함한 외국인 단속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신분증을 반드시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고용허가제 독소조항 폐기해야”

외국인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힘쓰고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고용허가제에 독소조항이 담겨 있어 불법체류자 증가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노동자의 불법체류 방지와 노동력 수급안정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정책이다. 그러나 활동가들은 체류기간 3년 동안 사업장 변경 횟수를 3회로 제한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해이주민인권센터 김형진 대표는 “고용주의 허가가 있어야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고 불필요한 노동을 강요당하는 인권침해의 형태로 외국인노동자가 피해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단기순환 원칙과 관련해 5년 미만으로 국내에 체류하게 함으로써 국내 사업장이 숙련노동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을 막고, 체류기간이 만료된 외국인이 나가지 않고 미등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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