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외국인노동자의집 이정혁 목사. ⓒ천지일보(뉴스천지)


경제 한 축 담당하는 외국인노동자
복지 제도권 안에 들어오게 해야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중국인과 조선족이 거주 외국인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기도 안산시. 그중에서도 연곡동은 중국계와 동포들이 집단으로 모여 거주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본지는 안산시 연곡동에 위치한 ‘안산외국인노동자의집’에서 이정혁 목사를 만나 인권과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노동자의 현실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 목사와의 일문일답.

― 안산외국인노동자의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목사로서 해외선교에 관심이 많았고, 외국인노동자 또한 선교의 대상으로 처음 접촉하게 됐다. 한국교회는 외국인노동자를 전도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영혼은 색깔이 없다. 하나님 앞에서 한국인이나 외국인 모두 같은 영혼이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 일을 시작했다. ”

―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는가.

“지난 2002년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담소와 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2년 후 중국동포를 중심으로 교회를 세웠다. 쉼터는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동안 거주할 곳이 없는 외국인노동자와 노인이 지낸다. 또 10개국 언어 동시 통역지원센터를 통해 언어소통의 부재로 발생하는 문제를 돕고 있다. 다문화가정 주부들을 위해선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다문화어학원을 열었다. 일자리가없어 식당, 가정부 등 3D업종에서 종사하는 이주노동자 가운데 많은 이가 대학도 나오고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주는 게 주요사업이다.”

― 운영에 어려운 점은 없는가.

“안산외국인노동자의집은 한국의 노숙인쉼터와 같다. 하지만 법적으로 복지대상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없는 상태다. 외국인노동자는 물론이고 2교대로 근무하는 인력에 대한 인건비조차 지원이 없다. 재정적 지원의 범위에서 벗어난 소외지역이고 대상이기 때문에 외국인노동자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최소한의 것만 공급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다른 기관과의 연계조차 어렵다. 외국인노동자 민간단체협의회가 있지만, 도움을 받는다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 외국인노동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먼저는 향수를 느끼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더구나 처음 일을 하면서 무시부터 당한다. 첫해에는 한국말이 서툴러 스트레스가 적다. 하지만 1년쯤 지나면 욕하는 것도 알아듣고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수원 살인사건 이후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혐오증도 높아졌다. 하지만 범인이 조선족일 뿐이지, 조선족 모두가 살인자는 아니다. 살인범과 조선족을 동일시하는데 이러한 인식 변화는 경계해야 한다.”

―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있는가.

“쉼터에 폐병을 앓고 있던 노동자가 온 적이 있다.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응급실로 갔지만 결국 사망했다. 그런데 아직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병원시체실에 안치돼 있다. 서류상 중국이 가족을 못 찾기도 했지만 한국 정부도 절차상 무연고자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없다고 회피만 한다. 이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모르겠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 국민과 정부에 호소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한국의 3D업종은 사실상 외국인노동자가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월급을 받고 있지만, 한국경제를 위해서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을 포용하고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할 때는 고용하면서 한편으로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탈피해야 한다. 그들이 사회복지 제도권 안에 들어와 최소한의 법적인 보호를 받게 되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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