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협의회 손석우 이사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책과 함께 한국의 정신문화를 전합니다”
11년간 세계 33개국 해외동포에게 책 57만권 보내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한글 책자로 가득한 짐 한 보따리를 등짐으로 날랐다. 마중 나온 80살에 가까운 한 노인은 이들을 보자마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6, 7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는 책 검열이 심했어요. 공산주의나 동북공정 비판 내용은 없는지 말이죠. 아주 일부분이라도 있다면 통과가 안 됐습니다.”

이처럼 한 번 보고 책장에 진열돼 있는 집안의 한글 책들을 모아 해외 각지에 흩어져 있는 우리 동포에게 보내는 일을 해온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협의회(해동협, 이사장 손석우). 손석우 이사장이 지난 2000년 우연히 해외 동포에게 책과 문화 CD를 보낸 것이 시초가 됐다.

벌써 11년의 터를 닦은 해동협은 올해까지 세계33개국에 책 57만여 권을 해외 동포에게 보냈다. 엄청난 숫자가 간접적으로나마 이들의 노고를 보여준다. 올 9월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제1회 우리말대회를 시작했고 더불어 한글 백일장과 독서대회도 개최하기도 했다.

손 이사장은 “동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해외로 이주해 살다 보니 문화가 바뀌고 나아가 마음과 정신도 바뀌게 된다”며 “이들의 자손들은 이국의 문화와 정서에 더 익숙해져 모국을 잊고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그들은 우리말과 글을 배우고 익힐 책 한 권 제대로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이들에게 한글 책은 조국과 연결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고 해동협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동협은 이런 해외 동포들의 어려움을 알고해외 각국의 동포들에게 책을 보내왔다. 이국문화를 접하고 있는 해외 동포들에게는 우리의생활상을 담은 글 하나하나가 소중할 수밖에 없다. 모국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전해지는 책은 단순히 책이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해주기도 한다.

해동협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있다. 손 이사장은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 동포들은 각 나라에서 대한민국을 알리는 첨병역할을 하는 중요한 인재”라며 “한국인이 안 뻗어 있는 곳이 없을 정도로 세계 전역에 우리 민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케이팝(K-POP)의 인기로 한류가 한국어 붐까지 이끌고 있다. 더욱이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까지 이어졌다.

손 이사장은 “타지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하는 교장이나 교사들을 보고 감동을 받는다”며 “우리 동포는 물론 현지 주민에게도 한글을 가르치면서 한글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우리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소중한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현재 광화문 광장만 보더라도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동상이 있지만 그 주변 일대는 한글보다 영어가 더 많다”며 “해외 동포들은 한국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것 하나에도 눈시울을 붉힌다”고 말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해동협의 활동에는 변함이 없다. 이제 해동협의 활동이 입소문이 나서 지자체나 단체 등에서 협조해준다. 전국에서 보내온 손길로 모인 책들이 쌓이면서 이것들을 보관할 장소가 필요했다. 이에 손 이사장은 사비를 털어 책 보관 공간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책들이 수집돼도 애로사항은 있다. 다른 물품과 달리 책은 상당한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손 이사장은 “택배비가 많이 들고, 일일이 사람이 손수 분류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어 자원봉사자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며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동포들에게 인기 있는 책은 어떤 책일까. 손 이사장에 따르면 눈으로 볼 수 있는 만화나 그림이 함께 있는 책을 선호한다고 한다. 2, 3세의 경우는 한글과 한국어에 서툴기 때문이다. 또 위인전이나 한글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할 수 있을만한 우리말 기초 책들도 도움이 된다. 일반 동포에게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일반도서도 재미있게 읽힌다.

손 이사장은 해외 동포에게 한글 책이 갖는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는 책을 통해 알 수 있다”며 “조국에서 보낸 책 한 권이 다소나마 향수를 달래줄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 민족의 문화와 정서를 알림으로써 모국을 이해하고 애국심을 고양시키는 운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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