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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주환(31)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출감된 뒤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전주환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특가법) 보복살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보복살인 혐의로 구속 송치

계획적 살인 정황 속속 확인

“인출, 도주 의도 아냐” 반박도

 

“보복 못하게 엄중처벌해달라”

피해자 여성 생전 재판부 호소

“가해자, 반성 기미 안 보였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전주환(31, 구속)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됐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전씨는 검은색 운동복 차림에 범행하다 다친 왼쪽 손에 붕대를 감은 채 포토라인에 서서 모든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정말 죄송하다”라고 답했다.

이어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느냐는 물음엔 “제가 정말 미친 짓을 했다”고 답변했다. 또 ‘재판 출석하려던 건 맞느냐’는 질문에 “맞다”라거나 ‘범행 후 도주하려고 한 건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취재진의 ‘돈을 왜 뽑으려고 했느냐’는 질문엔 “부모님 드리려고 했다”고 했다. 전씨가 범행 8시간 전가량 집 근처에서 본인 명의의 예금 1700만원을 꺼내려 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범행 후 도주 자금으로 사용하려던 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피해자와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에 대해선 “진짜 정말 죄송하다” “죄송하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반면 유족 측은 전날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기관·법원 모두 피해자 보호에 소극태도를 취했고 변호사로서 큰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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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동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희생된 피해자 유족 대리인 민고은 변호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앞에서 "잘못된 언론보도로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날 민고은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마지막 공판기일에 재판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은 뒤 대리 진술했다”며 “그 말은 ‘피고인이 제게 절대 보복할 수 없도록 엄중 처벌해주시기 바란다’라는 말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느끼기로는 피고인이 첫 공판 기일에도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출석하는 등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판사가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느냐’는 질문에도 ‘당시 너무 힘이 들어 매일 술을 먹었는데 그때 그랬다’고 했다. 판사가 ‘피고인이 무조건 잘못한 거 아니냐’고까지 했는데 반성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2년여간 스토킹 피해를 봤고, 결국 살인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합의를 시도할 때도 피해자에게 사과 편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선고기일까지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여성 역무원 A(28)씨와 입사 동기로 서로 알고 지낸 사이였던 전주환은 불법 촬영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A씨를 협박하고 만남을 강요한 ‘스토킹’ 혐의로 두차례 고소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최종 변론 기일에서 전씨에 대해 징역 9년을 구형했으며, 소송과정에서 전씨는 A씨에게 합의를 지속 요구해왔다. 그리고 법원 선고가 내려지기 하루 전날인 14일 전씨는 위생모를 쓰고 1시간 넘게 기다린 뒤 여자화장실을 순찰 중이던 A씨를 뒤따라가 살인을 저질렀다.

한편 경찰은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전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전씨는 지난 2018년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했으며 3년간 불광역 역무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2016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이후 1년간 진행된 실무수습을 완료하지 못해 정식 자격증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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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주환(31)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출감된 뒤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전주환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특가법) 보복살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특히 범행 이전 전씨는 A씨 옛집에 4차례나 접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열흘 전인 4일과 5일에 1번씩, 범행 당일인 14일에 2번 등 총 4번 집 주변을 방문하고 심지어 A씨로 본 다른 여성을 미행하기도 했다. 과거 불법촬영 건으로 서울교통공사에서 직위해제가 됐던 전씨는 직원을 가장해 공사 내부망인 ‘메트로넷’에 접속, 거주지를 포함한 피해자의 정보에 접근하고 스토킹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처럼 피해자 근무지 정보 파악에 이어 옛집 방문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계획범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전씨는 범행 당일 겉은 노란색, 안은 진회색으로 된 양면 점퍼를 착용했다. 이에 범행 이후 뒤집어 입어 경찰의 추적을 피할 목적이 아니었느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머리카락과 지문 등 흔적을 남기지 않고자 일회용 샤워캡과 장갑을 착용한 점도 계획 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게다가 범행 당일 오후 3시께 정신과 병원을 찾아 진료받은 이력도 확인됐는데, 사법 처리 과정에서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형량 감경 등을 주장하려던 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이와 같이 최소 11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전씨 죄명도 살인 혐의에서 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변경됐다. 보복살인은 살인혐의보다 최소 5년 이상 형량이 더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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