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는 만병이고 보주다
달항아리는 사실 물항아리
둥근 보주 안에 물이 가득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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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1) 중국 남조 6세기의 금동보살상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09.02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한국 중남부 지방에 남아 있는 고구려 산성 성곽을 4년째 열정적으로 답사하고 계신 언론인 이재준님이 최근 어느 날 중국 남조 불상을 보여주셨다. 첫눈에 매우 놀랐다. 도자기 연재 33회에 이르도록 항상 언급해온 <도자기는 일체가 만병(滿甁)이고 보주(寶珠)라는 진리>를 빈틈없이 증명해 오고 있는 터에, 최근 발견되어 주목을 받는 중국 남조 6세기의 금동 보살상에 바로 항아리가 보이지 않는가. 절강성(浙江省) 금화(金華) 만불탑(萬佛塔) 지궁(地宮, 탑 밑의 지하 구조)에서 발견되어 지금 절강성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도 1-1, 도 1-2). 바로 그 불상 광배에 표현된 도자기를 모두 항아리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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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2) 광배 중심부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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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3) 보살의 머리 뒷부분의 만병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09.02

고차원의 진리를 상징하는 만병(滿甁) 혹은 보주(寶珠)라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혀서 도자기를 연재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 따라 논하는 도자기에 관한 내용 역시 세계 최초로 새로이 다루고 있으나 이해시키기 그리 쉽지 않아서 일체 장르들을 총동원하여 다각도에서 다루고 있다. 더 나아가 유럽 여러 나라 만병이나 도자기도 함께 다루기도 했다.

불상 조각이 주 전공인 터라 평생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중앙아시아 등의 금동불을 폭넓게 연구하였으므로 이런 불상에 매우 익숙하다. 그러나 광배 중앙부 정상의 자리에 이렇게 큰 항아리를 표현한 예는 처음으로 보았다(도 1-3). 그렇다면 이 항아리와 여래는 무슨 관계를 지니고 있을까. 이 작품이야말로 나의 불상 조각 연구와 도자기 연구에 매우 중요한 매듭을 짓게끔 하여 매우 고양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달항아리’라고 불리는, 한 아름되는 순백자 항아리가 있다. 크고 둥그런 항아리는 달을 닮았다고 해서 모두가 달항아리라 부르고 있으나 달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명칭이 낭만적이라 하여 그렇게 다투어 부르고 있으나 실은 ‘물항아리’다. 생각보다 매우 많은 양의 물이 들어간다.

‘물항아리’는 매우 평범한 이름이지만 이 용어야말로 항아리 모양의 그릇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형태의 도자기는 모두 물을 담는 그릇임을 가리키고 있음을, 『수월관음의 탄생』(2013, 글항아리)에서 자세히 분석해 두었다. <물이 가득 들어있는 도자기>야 말로 바로 ‘가득할 만(滿)’이란 글자로 넣어 만든 만병(滿甁)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그래야 바로 보주로 직진할 수 있다.     

원래 둥근 보주 안에는 물이 가득 들어있는데 그것을 불화에서 둥근 보주 양쪽으로 바다가 흘러나오는 것을 표현한 작품이 있다. 보주가 도자기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만 확실히 알면 모든 문제가 풀린다. 단지 ‘만(滿)’이라 글자 하나를 써서 무엇으로 가득 차 있다고 규정하지 않아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굳이 바다가 보주 안에 가득 들어 있다고 표현한 것은, 물은 생명 생성의 근원이 되므로 물이 가득 찬 항아리는 물이나 영기문이 그 속에 가득 차 있음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단지 도자기만 표현해 두어도 곧 만병이 되고 보주가 된다. 그런데 여래와 보살의 얼굴 역시 보주이므로 ‘얼굴-만병-보주’가 겹치는 부분이 광배의 핵심이 된다. 그러므로 광배의 항아리에는 물이 가득 들어있으나 넘쳐나는 물을 그대로 표현할 수 없어서 물을 형상화한 영기문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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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4) 광배 부분을 채색분석한 것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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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5) 광배 부분의 영기문을 단순화시킨 것으로 연이은 제3영기싹으로 귀일하고 있다.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천지일보 2022.09.02

이 광배에서는 항아리 위에 ‘양쪽에서 제1영기싹이 감싼 보주’가 가장 중요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항아리 양쪽으로 길게 영기문이 나오고 있음을 채색분석하면 분명히 알아볼 수 있다(도 1-4). 한눈에 매우 복잡한 구상적인 영기문이 항아리에서 내려오고 있다. 복잡한 듯하나 채색분석하고 나서 그 영기문을 단순화시키면 ‘연이은 제3영기싹 영기문’으로 귀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도 1-5). 그러므로 채색분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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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2-1) 고구려 병인명(丙寅銘) 광배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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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2-2) 광배 중앙 부분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09.02

이 작품과 관련 있는 우리나라 불상 광배를 살펴보자. <병인명(丙寅銘) 광배>(594년, 고구려 영양왕 5년)에서는 보주에서도 연이은 제3영기싹 영기문이 양쪽으로 나옴을 알 수 있다. 50여년 전에 도쿄국립박물관 호류지(法隆寺) 보물관에서 금동 <병인명(丙寅銘) 광배>를 손에 들고 조사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며 이런 광배와 비교할만한 것은 작은 금동불 중 세계에 다시 없으리라 생각했다 (도 2-1, 도 2-2).

두 나라의 광배를 비교해 보면, 중국 금동불의 광배에서처럼 만병으로부터 연이은 제3영기싹 영기문이 솟아 나온다면, 아시아의 광배에 어디에서나 표현된 보주에서도 마땅히 연이은 제3영기문이 솟구칠 것이다. 비록 일본에 있지만 고구려 광배일 것이라고 첫눈에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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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2-3) 병인명(丙寅銘) 광배를 채색분석한 것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천지일보 2022.09.02

주악 천인상의 휘날리는 천의로 광배 주연을 황홀하게 장식했다. 현재 불상은 없지만 얼굴 있는 뒷부분에 연꽃 모양 보주가 있고, 그 위에 역시 연꽃잎 위에 둥근 보주가 있으니 ‘옴 마니 파드메 홍’이 아니냐(도 2-3). 영기문이 보주 양쪽으로 나와 내려오고 있다. 보주로부터 양쪽으로부터 발산하여 나오는 영기문은 둥근 두광(頭光)에서는 마음껏 길게 나올 수 없다.

그러나 신광(身光)에 해당하는 부분 양쪽의 긴 공간에는 긴 영기문의 표현이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한눈에 복잡한 영기문이 밑에서부터 위로 솟구치고 있지 않은가! 방향은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것도 단순화시켜보면 역시 연이는 제3영기싹 영기문이 된다(도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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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2-4) 광배의 영기문을 단순화시키면 역시 연이은 제3영기싹 영기문이 된다.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09.02

두 작품에서 우리는 만병과 보주가 하나임을 확인했다. 그런데 여래나 보살의 얼굴만 보주로 알기 쉽지만 여래나 보살의 전체가 보주이며, 그 전체로부터 연이은 제3영기싹이 솟구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여래만이 아니라 보살의 머리에서도 보주가 나온다는 것은 불화에서 깨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도자기=만병=보주=여래와 보살-예수-일라 등, 일체 신들>이라는 매우 중대한 진리에 도달하고 있다. 서양의 기독교 교회와 이슬람 건축에는 다양한 만병들이 표현되어 있음을 직접 조사하면서 밝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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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3) 통일신라 초 경주 황복사(皇福寺) 탑 발견 금제 불상(706년)의 광배를 채색분석한 것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09.02

이미 단순화시킨 연이은 제3영기싹 영기문의 원형만을 나타낸 예를 통일신라 초에 세워진 경주 황복사(皇福寺) 탑 발견 금제 불상의 광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도 3). 불상은 순금제이나 광배는 금동제이다. 연꽃모양은 보주를 의미한다는 것을 이미 필자가 처음 밝힌 바 있다. 바로 그것에서 양쪽으로 연이은 제3영기싹 영기문이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바로 등 뒤의 부분에는 다양한 변주의 제3영기싹 문양이 있으며 여백을 보주들로 가득 채우고 있다. 그 무량한 보주들은 제3영기싹에 나오는 것이다. 아, 이 광배에는 조형언어의 네 가지 음소가 모두 있구나. 이 글을 쓰면서 이제는 불상에 대한 좋은 논문을 써서 이 도자기 연재처럼, 세계 수많은 불상 전공자들을 위해 제시할 때가 왔음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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