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주에서 무량한 보주가 나온다
보이지 않는 신성(神性)을 보이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문양

글, 사진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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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1. 청자 보주문주자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07.22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소장품전을 다시 보러 가서 촬영해야 할 작품을 사진기에 담아서 돌아와 모니터에서 살펴보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우선 그 주자(注子, 주전자라 부르면 모두 알아듣지만 술만 담는 그릇은 아닐 것이다)를 모든 학자가 이른바 표형병(瓢形甁)이라 부르고 있지만, 도자기 모양도 표주박이라는 현실에서 보는 것에 빗대어 보면 옳지 않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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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2 청자 보주문주자 밑부분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07.22

모든 오류가 그런 습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크게 팽창한 아랫부분은 마음껏 부픈 둥근 보주여서 마치 우주를 압축하여 만든 듯하다(도 1-2). 그 위의 작은 둥근 보주 역시 팽창하여 있다. 두 개의 보주를 잇는 가는 허리는 최대한으로 잘록하여 더이상 가늘게 만들 수 없을 만큼 조형을 극적으로 빚어냈다. 가는 허리로 이어진 두 보주는 표주박 모양이 아니라 큰 보주에서 작은 보주가 나오는 형상임을 잊지 말자. 

보주라는 것을 알면 곧 이해할 수 있다. 보주의 본질을 누누이 설명해 왔거니와 <보주에서 무량한 보주가 나온다>는 진리는 일체 조형들에 통한다. 조각이나 그림에서 여래의 머리는 보주이며 그 정수리에서 무량한 보주가 솟아 나옴을 불상이 원래 전공이라 처음으로 일찍이 이미 증명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표면 전체에 보주문을 상감으로 표현하여 보주가 가득 찬 만병에서 무량한 ‘보주 영기문’이 솟아 나옴을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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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3. 청자상감 보주문병의 한 줄기 보주문을 채색분석한 것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07.22

그 한 줄기만 도해하여 보았다(도 1-3). 맨 밑부분의 연잎 모양에 주어진 보주들에서 우주의 기운이 가득 찬 듯 연이어 마음껏 팽창한 병이 말 그대로 만병(滿甁)이 아닌가. 표면에 줄줄이 이어진 보주문은 이제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국화문이 아니다. 그 하나하나가 어찌하여 국화로 보이는가. 다양한 모양의 국화를 실제로 살펴본 일이 있는가. 이런 모양의 국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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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4 고려청자 보주문병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07.22

이미 앞서 모란이 아니라 영화(靈花)라고 이름 지은 것처럼 이것도 영화(靈花)인데 좀 더 구체적으로 보주문(寶珠文)이라 부르고 있을 뿐이다. 연이어 이어 올라간 보주문은 이 만병 전체를 골의 등을 따라 올라가 표면 전체를 장엄하여 감격할 뿐이다. 참으로 천하제일 고려청자는 이런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맨 위는 제1영기싹으로 매듭짓고 있다. 그와 비슷한 청자로 손잡이만 없는 병을 함께 싣는다(도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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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2-1. 청자상감 보주문(寶珠文)병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천지일보 2022.07.22

그다음 국보인 청자상감 보주문(寶珠文) 혹은 영화문(靈花文) 병이 있다(도 2-1). 흔히 오이 모양이라 하여 과형병(瓜形甁)이라 부르지만 단면을 보면 둥근 모양에 붕긋붕긋한 형태로 역시 둥근 형태를 영화시킨 것임을 고구려 벽화에서 깨친 바 있다. 이 문제는 매우 긴 설명이 필요하므로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이런 고차원의 형태와 문양을 바라보고 왔다. 국화문과 모란문이 엇갈려 상감하여 있다고 말하지만 두 가지 다른 모양의 영화문이 엇갈려 배치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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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2-2. 청자상감 보주문(寶珠文)병의 한 줄기를 채색분한 것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07.22

국화문이라 부르는 것을 채색분석해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도 2-2). 중앙에 작은 보주들이 있는 보주에서 사방으로 기운이 뻗어나가는데 그 잎같이 뻗어나가는 것들의 정체는 다음 회에서 자세히 풀려고 한다. 그것 또한 발산하는 기운을 조형화한 것임을 보주에서 발산하는 모양에서 알 수 있다.

만병과 보주라는 개념을 ‘세계 도자사’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그 보편적 원류와 상징을 처음으로 밝혀나가다 보니 문양에 대한 이해에 오류가 너무 많음을 알고 하나하나 고쳐 나가고 있다. 제32회는 국화문에 대한 두 번째 글로 이른바 국화문이라는 모양은 보주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중앙의 작은 둥근 보주에서 사방으로 기운이 발산하는 가장 간단한 조형이다.

조선시대 분청사기의 인화문(印花文)이 지배적인 문양으로 이어져서 국화문 모양이 아닌 보주문으로 압도적으로 많다고 할 수 있는데 보주를 이렇게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음에 놀라울 뿐이다.

도자기에는 작은 점 하나라도 무의미하게 표현한 것은 없으며 모두 고차원의 상징을 띤다. 그런데 그나저나 보주의 모양이 하나이면 좋으련만 모양과 그 안의 영기문들의 구성이 천변만화하여 도무지 종잡을 수 없어 당황스럽지만 알고 보면 환희심에 가슴이 뛴다. 고려 불화와 조선불화에서 보주의 본질을 파악해 볼 수 있다. 기회를 보아 다루어 보려고 한다.

보주 안에는 물이 가득 차 있음을 알아냈으며, 그 만물생성의 근원인 물은 또한 갖가지 모양의 영기문으로 무한히 나타내고 있으나 명칭이 없으니 필자가 만들어 써야 한다. 보주에서 그 안에 가득 찬 물이 갖가지 모양의 영기문으로 나타나지만 보주의 외형적 둥근 모양에서 사방으로 기운이 발산하는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 우리가 ‘국화문’이라 부르는 모양인데, 그런 안식에 이르는 것조차도 그리 쉽지 않다. 가운데 단순한 원형이 그리도 심원한 상징과 의미를 지닌 친타마니란 것이냐. 그리고 그런 것을 역사적으로 처음 밝혔다니 과연 그러한가.

보주란 그리도 파악하기 어렵단 말인가. 조형예술품들에서 그릇들이 모두 만병이고 보주라고 단정하여오고 있는데 과연 그러한가. 예수도 보주이고 여래와 보살이 모두 보주이고 이슬람의 알라신도 보주라니 과연 그러한가. 그것을 어찌 알 수 있단 말인가. 모든 신전들을 갖가지 문양들로 장엄하고 있으며 필자는 일찍이 ‘문양은 神’이라 설파하고 있으며 그 진리를 증명하고 있다.

그 모든 특정한 신전(神殿)에 갖가지 문양들이 화려하게 묘사된 까닭을 알고 있는가. 이때 신(神)이란 어떤 특정한 신이 아니요, 신적(神的)인 것 즉 신성(神性)을 의미한다. 보이지 않는 신성(神性)을 보이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문양이다. 세계의 모든 신전 건축을 연구하여 각 나라에 가서 발표하기도 하고 강연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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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3-1. 청자상감 보주문 장경호(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07.22

그래서 필자는 아무도 관심 없이 지나쳐서 그 중대함을 모르고 있는 그 문양의 세계를 개척해나가고 있으며 인류의 의식 세계를 날로 크게 넓게 확장해 나가고 있다. 도자기를 그 누가 감히 보주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 감히 누가 만병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던가. 더구나 누가 만병을 보주라고 인식한 적이 있었던가.

필자는 도자기의 주체는 우리가 단순한 장식으로 알고 있었던 문양이 주체라고 역설하며 하나하나 증명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런 진리를 터득하여 표현해낸 예술가들이 존재해왔던, 우리가 무시해 왔던 예술가들이 바로 이름 없는 ‘장인’들이었다! 이 연재는 바로 장인들이 창조하여 전승해온 문양을 처음으로 추체험해오고 있는 과정을 기록하여 두고 있다. 

구석기시대 이래 지금까지 존재해 왔던 장인들은 조형언어로 표현해 왔으므로 구태여 문자언어로 기록할 필요도 없으며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런 작업을 바로 필자가 감행하고 있다. 국화라고 부르는 문양은 가장 기본적인 보주의 표현이지만 병 모양에서는 위아래로 보주문을 길게 표현해야 하므로 우리에게 익숙한 수평적인 영기문(세상 사람들이 덩굴문이라 부르는 것, 만물생성의 근원으로 보주에서 생겨난다)이 아니어서 낯설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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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3-2. 보주문 채색분석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07.22

이미 설명한 청자상감 보주문 주자(높이 27.5㎝), 두 가지 영화문으로 장엄한 청자상감 영화문 붕긋붕긋한 병(고려 12세기, 높이 25㎝, 국보 제114호, 도 2-1, 도 2-2), 청자상감 보주문 장경호(도 3-1, 도 3-2. 이건희 소장, 높이 38㎝) 등 모두 다르게 영화를 세로로 표현하고 있으나 보주 주변의 검은 색 또한 영기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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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4. 일반적 보주문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07.22

흑백 두 가지 색으로 표현하고자 한 목적을 모두 이루어내는 이름 없는 장인의 솜씨에 감탄할 뿐이다. 천하제일 고려청자를 우리 조상이 창조했다면 우리 또한 천하제일 민족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수직으로 표현된 영화문의 구성 원리를 명료하게 표현한 예를 보면 더욱 분명한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도 4). 

모든 것(Ding)에는 신성이 내재되어 있다.  모든 도자기에도 신성(神性)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만병이며 보주인 항아리에서 신들이 생겨나고 신전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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