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진퇴임 교황 안치된 곳
퇴위 조롱 단테에 반박하기도
29~31일 추기경 회의 진행
WP “차기 교황 선출 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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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를 방문 산타 마리아 디 콜레마조 성당 성문을 열고 있다. (출처:AP/뉴시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신임 추기경 20명을 서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라퀼라를 방문했다. 라퀼라는 첼레스티노 5(1215~1296) 전 교황 유해가 안치된 곳으로 첼레스티노 5세는 129412월 즉위 5개월 만에 교황직을 내려졌다. 가톨릭 역사상 스스로 물러났던 첫 교황이다. 교황이 라퀼라를 방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면서 조만간 사임을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28(현지시간) 휠체어를 탄 채 아펜니노 산맥에 있는 중부 도시 라퀼라를 방문해 첼레스티노 5세 무덤을 찾았다. 교황은 기도하면서 그가 권력을 포기함으로써 겸손의 용기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또 그는 마을 광장에서 설교할 때 단테가 신곡에서 첼레스티노의 퇴위를 비겁하다고 조롱한 것을 반박하며 그것은 위대한 거절이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람들의 눈에는 겸손한 자가 약하고 패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님을 온전히 신뢰하고 그 분 뜻을 아는 자만이 진정한 승자라면서 겸손은 자신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잠재력과 고난을 인정하는 건전한 현실주의에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가디언은 교황이 조만간 사임을 발표할 수 있다는 추측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교황직에서 스스로 내려온 두 번째 교황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도 사임 발표 4년 전인 2009년 라퀼라를 방문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 저하로 퇴임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해왔다. 지난달 30일 캐나다 원주민에 사과한 '참회의 순례' 후 귀국길에 오르면서도 당장 사임할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은 열려 있다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같은 달 12일엔 바티칸이나 고향 아르헨티나가 아닌 로마에서 주교로 섬기는 삶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령의 교황은 최근 건강이 악화 돼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해 사목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무릎 인대 이상과 수술 등으로 지난달 초 예정됐던 아프리카 방문 일정도 취소했었다. 캐나다 방문 중엔 의자에서 오르내릴 때 통증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한편 각 국 추기경들은 29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바티칸 헌장 개정을 논의하기 위해 로마에 모였다. 전 세계 추기경 226명 중 197명이 도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 세계 추기경들이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서로를 알아갈 좋은 기회라고 분석했다.

WP공식 의제는 바티칸 헌장 개정 논의이지만 비공식 의제도 있다이런 모임이 흔치 않음을 감안할 때 서로를 평가하고 가톨릭 교회 미래에 대해 의견을 형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 중 하나라고 했다.

교황은 통상 신임 추기경을 서임할 때 추기경들을 소집한다. 지난 27일 한국의 4번째 추기경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을 비롯해 신임 추기경 20명이 서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기경들을 소집한 것은 이번이 8번째다. 주요 추기경이 모인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고, 더 거슬러 올라가 2015년 비슷한 규모로 모였었다고 WP는 전했다.

교황 선출 회의인 콘클라베는 교황 서거 또는 사임 후 15~20일 이내 실시된다. 추기경 중 80세 미만에게만 선거권이 주어진다. 현재 80세 미만 추기경은 132명이다. 이 중 63%83명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임명했다. 교황이 되기 위해선 2/3 이상 지지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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