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1층·옥상 점거 농성 중
“가압류 철회 후 복직시켜야”
노사 양측 입장 차이 커 난항
손해배상 취하 여부도 ‘이견’
 
회사, 조합원 형사고소 접수
“원청 아닌 하청과 풀 문제”
경찰 ‘업무방해’ 혐의 내사도
“모든 것 합법적으로 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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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사흘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8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최근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이 본사 건물을 점거하고 고공농성에 돌입하는 등 파업이 10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파업이 길어지고 물류에 차질이 빚어지자 3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 청구소송이 제기되고 노조원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18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은 이틀 전 아침 하이트진로 본사 건물에 들어와 1층 현관을 봉쇄하고 로비와 옥상을 점거한 뒤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점거 인원은 본사 1층에 약 30∼40명, 옥상에 10명가량 규모다. 소방대는 건물 주변에 에어매트를 깔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건물 주변엔 소방차와 구급차·경찰차도 대기 중이다.

노사는 전날까지도 경찰의 중재 하에 13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주요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 철회, 해고자 복직,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사측이 이를 수용하기 전까지 점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인 반면, 하이트진로 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18일 오후 조합원들에 대한 형사고소까지 한 상태다.

노조가 하이트진로 본사 건물을 점거하자 경찰은 전날 화물연대 조합원들에 대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 관계자는 “불법행위 여부와 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주거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하는 데는 단순한 처우개선을 넘어 원청-하청이라는 구조에서 오는 고질적인 문제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들 노조들은 하이트진로 화물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노동자들이며 운송사 수양물류는 100% 하이트진로 자회사다. 이에 원청인 하이트진로는 이 문제를 놓고 어떤 계약관계도 없는 원청과 해결할 일이 아니라 하청업체인 수양물류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원하청 구조 속에서 최근 노조 협상이 당사자가 아닌데 협상하는 형태가 이뤄지고 있다. 산업 구조적인 차원에서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불법까지 벌어지게 된다”며 “먼저는 모든 것이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노사 자율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5년간 운임 인상률 ‘마이너스’”

노조 측은 지난 2008년 이후 15년간 운송료가 실질적으로 인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회사가 2008년 유가 하락을 이유로 운임을 8.8% 삭감했으나 2013년(1.2%)·2016년(3%)·2019년(3.5%) 인상하는 데 그쳐 15년간 운임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라는 주장이다. 이에 이달부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의 출입 도로를 차단한 채 운임 30% 인상과 휴일 근무 운송료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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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하이트진로 집단해고 및 손배소송 철회 촉구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8

노조는 이러한 요구사항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자 18일 하이트진로 본사 앞 도로에서 10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누가 노동자들을 작열하는 태양 속 고공에 오르게 했는가. 바로 노동자들을 옥죄였던 회사 아니냐”며 “우리 요구는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치솟는 물가를 무시한 채 15년 전에 머문 임금을 정상화해달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회사가 화물노동자 130명을 계약을 해지하면서 성실하게 일했던 한 사람의 노동자이자 가장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었다”며 “게다가 지금 임금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인 28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이것도 모자라 개인의 자택과 차량에까지 가압류를 걸며 화물노동자를 옥죄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이트진로는 지난해에만 2조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물량을 실어 날랐던 화물노동자의 노고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라며 “회사는 손배·가압류를 철회한 뒤 해고자를 전원 복직시키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하이트진로 건물 옥상에 ‘노조탄압 분쇄 손배 가압류 철회 해고철회 전원복직’이라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옥상에 올라간 노조원들은 이날 고층 난간에 걸터앉아 투쟁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손해배상도 쟁점 사항이다. 노조 측이 거금의 손배 청구가 사실상 노조를 해체하려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실제 그보다 더 큰 손해를 보고 있다며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회사에 대한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요구를 하이트진로 본사가 있는 서울지방노동청, 수양물류가 있는 전주고용노동지청 등에 진정서를 접수하기도 했다.

◆회사, 노조 주장 조목조목 반박

반면 하이트진로 측은 노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회사 측은 손해배상금 28억원에 대해 노조가 주장하는 바와 달리 해체할 악의적인 목적으로 책정한 금액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제품 출고율이 농성 이후 평시 대비 25% 정도밖에 안 된다. 노조가 전면 운송거부를 했던 6월부터 직접적인 비용만 산정해도 손실액은 50~60억원 수준”이라며 “생산 부분의 영업 손실과 모든 제반을 고려한다면 100~2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15년 전과 이송단가가 동일하다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해선 “유류비를 제외하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이송단가는 26% 인상됐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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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하이트진로 집단해고 및 손배소송 철회 촉구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8

노조가 주장한 ‘일방적 계약 해지’에 대해서도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측과 화물연대 기사들은 어떤 계약관계도 없다. 공장과 물류센터 사이 제품·공병 이송은 ‘수양물류’가 위탁 처리하고 있어 회사와 화물연대 기사들은 계약 해지 자체가 발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수양물류가 업무를 전혀 이행할 의사가 없는 하부운송사 1개 업체만 계약을 해지했을 뿐 나머지 지입기사와 하부 운송사들에게 수차례 계약 이행·복귀를 촉구했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다. 현행 하도급법은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와 화물차주간 협의 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하청업체인 수양물류와 화물차주 간 협의 과정에 개입할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법이라는 설명이다.

사측은 노조가 노동부에 회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도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회는 회사 근로자가 아니며 회사 내 노조에도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당사 운송 업무를 담당하는 수양물류 등 운송 업체 소속 일부 지입차주들이 화물연대본부에 가입하고 자칭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 하이트진로지회’라고 명칭하고 있지만 그들은 회사 내 노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특별근로감독 요청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노조 측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운송방해·도로 점거 등 불법적인 업무방해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며 “이에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노조 측의 업무방해 행위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또 노조는 허위사실 유포로 불매운동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트진로는 노조의 파업으로 여름 성수기인 맥주 유통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로 최근 홍천공장에 본사 직원 수백명을 긴급 투입해 맥주 출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물리적인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출차를 한번에 진행할 계획이다.

갈등이 길어질 경우 경찰이 강제해산에 나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대우조선 사태를 ‘종식돼야 할 불법 파업’이라며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전날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산업현장 노조의 투쟁행위에 대해 “법·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정부 입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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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사흘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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