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2천만원, 11억 청구
“적용 나이 타사보다 낮아”
국책은행에 확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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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투자 본사.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대법원에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 금융권으로 관련 분쟁이 확산되고 있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임금피크제도 무효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신한금융투자에서도 임금 청구 소송을 진행하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전·현직 노조원 55명은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받지 못한 임금을 돌려달라”며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임금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이들은 1인당 2000만원, 총 11억원가량을 청구했으나 향후 소송 과정에서 청구액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임금피크제 적용 나이가 55세로 다른 회사들에 비해 과하게 낮고 삭감 비율도 평균 50%에 달해 그로 인한 불이익이 과도하다”며 “회사가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들의 업무량을 줄여주지 않았고, 이들의 일을 대신할 신입사원 채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한금융투자 측은 “임금피크제는 노사 합의안대로 이행 중”이라며 “최근 3년간 신입사원 채용도 220명가량으로 적지 않다”고 해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011년 노사 합의로 증권업계에서 처음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현재까지 신한금융투자에서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은 전·현직 직원은 총 197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대법원 판결 이후 소송이 잇따라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 국민은행 노조는 41명 소속 노동자 명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은행은 2008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대법원은 올해 5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한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결했다”며 “국민은행에서는 기존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도 임금만 깎이는 불법적인 임금피크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 당사자들과 함께 회사를 상대로 불법적인 임금피크제로 부당하게 깎인 임금을 다시 지급하라는 취지의 집단소송에 나섰다”면서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은행권 노조가 제기하는 최초의 소송으로 의미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은행과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책은행들이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이전부터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삭감분을 반환하라는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기업은행 직원과 퇴직자 470명은 지난해 깎인 임금 240억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산업은행 시니어 노조 조합원 169명은 지난 2019년 6억원대 임금 삭감분 반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해당 노조는 지난해 4월 1심에서 패소한 이후 항소에 들어갔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의 전체 직원 대비 임금피크제 적용자 비중은 국민은행 2.3%, 우리은행 2.1%, 신한은행 0.1%, 하나은행 0.1% 수준이다. 국책은행은 KDB산업은행 8.9%, IBK기업은행 7.1%, 수출입은행 3.3% 등으로 시중은행보다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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