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정예화’ 명목 경영 간섭
M&A 안 한 영세 업체에 불이익
올해 10%, 내년 20% 자격 박탈
주무부처 과기정통부, 인지 못해
공정거래법상 ‘경영 간섭’ 소지有
공정위 “세부적으로 다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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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있는 KT스퀘어의 간판. ⓒ천지일보 2022.08.03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정부가 민간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가운데 KT(대표이사 구현모)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협력사들에게 몸집을 키우라며 인수합병(M&A)을 강요하는 등 경영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방침을 따르지 않는 곳들은 평가를 거쳐 협력사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강한 압박이 뒤따랐다. KT 등 대형 통신사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협력사에 대한 갑질에 관해서는 자신들의 소관 업무가 아니라며 뒷짐지고 있는 상황이다.

4일 천지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KT는 지난달 17일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와 만나 5가지 안건에 대해 합의했다. 합의 내용은 KT의 협력사 대형화 협력사 정예화 공동법인 설립 협력사 인수합병 안전관리비 지급 등이다. 이날 협회 측에서는 중앙회장, 윤세원 감사, 유희선 실장이, KT 측에서는 조훈 SCM전략실장과 윤경모 KT커머스 사업총괄 부사장이 참석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협력사가 약 55개이고 이들은 연 매출로 70~700억원 규모다. 반면 KT의 협력사는 257개인데 매출 규모가 타사 대비 적어 영세한 실정이다. 이에 KT는 협력사 간 인수합병을 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운 협력사는 KT로부터 안전장구 구입 비용 등 안전관리비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경쟁력 있는 협력사를 키우고 관리하겠다는 명목으로 시행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경영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합병에 응하지 않은 사업자에게 불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KT협력사 정예화라는 명분으로 매년 실시하는 실적 평가를 통해 협력사를 줄 세우고 올해 실적이 안 좋은 하위 10%의 기업으로부터 협력사 자격을 박탈한다. 내년부터는 20%로 그 비율이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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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간 주요현안 협의 내용. (출처: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2.08.03

KT에 인수합병 활성화 정책에 협력사로 일하지 못하게 된다는 조건이 있는 한 합의를 거쳤다고는 해도 협력사에는 강제력이 부과될 수밖에 없다. KT에 의해 경영권이 좌지우지될 상황인 셈이다업계에 따르면 업체들이 이로 인해 협력사 자격을 잃게 되면 사업을 접는 곳이 부지기수가 될 전망이다.

인수합병 기간은 연장 없이 올해 10월 말까지다. KT 측은 협력사들이 자발적으로 인수합병에 응하도록 이달 말에 2021년과 올해 상반기 평가 결과를 개별적으로 통보할 예정이다.

이동통신사를 관리·감독하는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그 분야까지 통신사들을 행정 지도하고 있진 않다협력사 관리나 불공정 문제는 (과기정통부가) 단속 권한이 없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소관일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KT의 이 같은 행위는 자기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45조제1항제6호에 의하면 자기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 중 경영 간섭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이는 임직원을 선임·해임함에 있어서 자기의 지시 또는 승인을 얻게 하거나 거래 상대방의 생산품목·시설규모·생산량·거래내용을 제한함으로써 경영 활동에 간섭하는 행위가 대상이 된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협력사가 KT와만 100% 거래를 하는지 등 세부적인 내용을 다 따져봐야 어느 조항에 저촉되는지 알 수 있다“M&A 강요는 사실 흔한 행위는 아니기 때문에 경영 간섭에 해당하는지는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문서의 핵심 협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 KT에 전달하며 협력사를 대상으로 M&A를 종용하고 있는 게 사실인지 확인을 요청했으나 KT 측은 문서 전체를 보여주지 않으면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SK텔레콤의 경우 사업권을 회수할 때 협력사들에 3년 치 매출액을 보상해주는 등 경영의 어려움이 없도록 조처를 해주기 때문에 이 같은 잡음이 덜한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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