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 살해 후 도주하다 나포
도주→귀순 뜻 ‘진정성 공방’
국내법 처벌 가능 여부 논란
 
文정부 4일 만에 조사 마무리
통일부, 새정부서 “북송 잘못”
尹 대통령 “법·원칙 따라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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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통일부가 공개한 2019년 11월 탈북어민 북송 사진. 통일부는 통상 판문점에서 북한 주민 송환시 기록 차원에서 사진을 촬영해 왔으며, 국회 요구 자료로 제출한 사진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제공: 통일부) ⓒ천지일보 2022.07.18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새 정부 들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수사 판단이 뒤집힌 데 이어 ‘탈북어민 북송사건’과 관련해서도 강제로 북송되는 어민들의 모습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탈북어민 강제북송사건’은 지난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으로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선원 2명을 동료 살해 혐의를 이유로 강제 추방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정부는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어선을 붙잡고 정부 합동조사를 벌인지 사흘만인 5일 북측에 어민추방과 선박인계를 통지했으며 7일과 8일 각각 북송·인계 조치한 바 있다. 통상 보름에서 1개월 이상 걸리는 탈북민 합동조사가 3~4일 만에 마무리된 셈이다.

이를 두고 전·현 정부 간 여야 간 정면충돌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과 여권은 이 사건을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로 규정한 데 반해, 민주당 등 야권은 ‘흉악범이므로 강제북송이 타당하다’고 맞선다.

검찰이 두 사건 모두에 대해 수사에 나서면서 전임 정권을 향한 사정의 칼날도 매서워지고 있다. 이 사건을 둘러싼 핵심쟁점은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있었는지 ▲‘흉악 범죄자’로 판단한 근거가 합당한지 ▲흉악범이라 하더라도 ‘북송’을 하는 게 적절한지 등이 꼽힌다.

◆강제북송 사건의 재구성

사건은 2019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 정부에 따르면 북송된 20대 북한 남성 2명은 북한과 러시아 해역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던 이들로 8월 15일 북한 김책항에서 선장 포함 북측 주민 19명과 함께 17톤 규모 목선에 올랐다.

이어 10월 말 선장의 가혹 행위에 불만을 품고 다른 선원 A씨와 공모해 선장을 살해한 뒤 증거 인멸을 위해 동료 15명을 더 살해하고 시신과 흉기는 모두 바다에 버렸다. 이후 함경북도 김책만에서 A씨가 체포되자 2명은 어선을 타고 달아났으며 NLL을 넘나들다가 이틀간 도주 끝에 결국 그해 11월 2일 우리 군에 나포됐다.

이들은 나포된 당시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다가 검거된 이후 서면으로 보호를 요청하며 사실상 귀순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들을 정상적인 귀순으로 판단하지 않은 이전 정부는 같은달 7일 이들이 타고 온 선박과 함께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다가 2년 8개월 만에 이 사건이 다시 점화됐다. 해양경찰청에서 ‘서해 공무원피격 사망사건’을 두고 ‘자진월북’이라는 문 정부 당시 판단을 완전히 뒤집은 결론을 내놓으면서다. 이후 두 사건은 정치권 최대화두로 부각됐다.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는 안대를 착용한 상태로 포승줄에 묶인 채 북송되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북송을 거부하며 몸부림치거나 저항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통일부는 사진 공개와 함께 당시 탈북어민 북송이 잘못된 조치였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다만 그 근거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즉답을 피했다. 이에 이전 정부에서 북송의 불가피함을 역설했던 통일부가 새 정부 들어 2년 8개월 만에 입장을 번복하면서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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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천지일보DB

◆귀순 진정성 등 쟁점사항은

이번 사건의 핵심쟁점 중 하나는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귀순 의사를 진정성 있게 명확히 밝혔는데도 강제 북송했다면 인권탄압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 정부와 야당 측은 이들이 귀순 의향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우리 해군을 피해 이틀간이나 이리저리 피해 다닌 것을 두고 귀순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측은 “일반 북한 어민이 아니라 16명을 죽인 살인 용의자들”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실 측은 강제북송 당시 사진이 공개된 지난 12일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은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문재인 정부의 설명과는 너무 다르다”며 공세를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북으로 강제로 추방하지 않고 남측에서 처벌할 수 있었는지도 쟁점사항이다. 국내 북한이탈주민법상에는 국제형사범죄자나 살인 등 중대한 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를 놓고 전 정부와 야권은 흉악범이기에 강제로 추방한 것이 타당했다고 해석했지만, 현 정부는 귀순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보호대상자로 각종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실제 중범죄를 저지르고 내려온 북한 주민 23명이 남한에 이미 정착해 살고 있다는 통일부 측 설명도 현 정부 입장을 뒷받침한다. 강제북송하는 것이 아니라 비보호 대상자로 분류해 교육이나 취업·주거지원 등의 지원을 제한한다는 설명이다. 

귀순 절차와 함께 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법정에서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기에 한국 법체계에서 처벌할 수 없었다는 해석과 이들이 타고 온 배에 대해 포렌식을 하면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고 처벌 또한 가능했다는 주장이 맞선다.

이번 사건을 두고 신·구 권력이 정면충돌하는 일도 빚어졌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17일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이들을 우리 헌법에 따라 탈북민으로 또는 귀순자로 우리 사회에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했다고 하지만 국내법도 이런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추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중대범죄자는 국제법상으로도 난민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후 불과 5시간이 지난 오후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도 “정치공세 대신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라”며 즉각적인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다음날인 18일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이번 사건 수사와 관련해 “모든 국가의 사무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날 ‘탈북어민 강제북송’이 불법적으로 국민의 생명을 박탈하고, 무죄추정의원칙과 재판받을권리 등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반헌법적인 인권유린 사건이라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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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최영범 홍보수석이 탈북어민 북송과 관련한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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