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이상기후 심화
폭우·폭염·한파 모두 잦아질듯
해수면 상승에 일부 육지 잠겨

편집자 주: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폭염으로 파키스탄 북부에는 히말라야 빙하가 녹아 홍수가, 인도에서는 산불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빈번한 대형 산불, 역대급 가뭄이 발생하는 등 기후위기에 피해가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이상기후만 일어나는 것이 아닌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과 식량위기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으로 이를 대처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위기가 먼 나라에 얘기가 아닌 우리나라에 맞닥뜨린 현실이라는 것을 주목하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획 기사를 마련했다.

image
지구온난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2.07.05

“신은 항상 용서하고 사람은 가끔 용서하는데,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교황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으니까, 자연하고 싸울 생각하지 말고 순응해서 가자.”

반기문 전(前) UN 사무총장의 말이다. 이는 자연은 한 번 훼손되면 회복하기 어렵고 사람들에게 막대한 피해로 돌아오므로 자연 보호를 실천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1990년대 샴푸나 세제 사용을 자제하자는 등 환경 보호 운동이 활발했지만, 산업화로 인해 뜨거워진 지구는 힘겹다는 듯 그 피해를 기후위기로 뱉어대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이상 기후를 넘어 기후 위기에 직면해있다. 단순히 기온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기후가 바뀌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태풍은 더 강력해지고, 폭염과 가뭄은 더 심해지고, 홍수도 더 잦아지며, 겨울은 더 추워지는 등 재앙과 같은 기후위기가 현실화됐다.

환경 전문가들은 현재 시점에서 지구의 온도가 3℃ 올라가면 아마존 우림지대가 사막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가뭄이 찾아와 많은 사람과 생물이 기근으로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마치 공룡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으로 멸종당한 것처럼 지구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임서영 환경공단 기후정책지원부 차장은 “이미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 정도 이미 상승해 여러 극한 기후 상황이 예년에 비해 빈도가 굉장히 심해졌다”며 “또한 예전에 100년 주기로 왔던 홍수 등의 재해가 앞으로 주기라는 의미가 없어진다. 예측치 못한 극한의 자연재해가 자꾸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멸종당할 만큼의 기후위기는 가까이 와 있다. 아직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만 보더라도 기후 변화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선 지난 4월과 5월에 1900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인 50도까지 달했다. 이에 대해 영국 기상청의 니코스 크리스티디스 분석관은 “기후변화 여파로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100배나 높아졌다”며

“평균 기온을 넘는 폭염의 자연 발생 가능성은 2010년 기준 312년의 한 번 꼴이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3.1년에 한 번 꼴로 빈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폭염으로 인해 육지뿐 아니라 바다도 문제다. 극지방에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짐에 따라 바다가 육지를 집어삼키고 있다.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의 벤자민 스트라우스 기후변화 연구박사는 “해수면이 21세기 말까지 최소 1.2~2.4m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정도 해수면 상승이라면 현재 1000만명이 거주하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수천만 명이 거주하는 방글라데시 대부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등이 수몰된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자카르타는 2050년까지 도시의 95%가 물에 잠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카르타 북부에는 영구적으로 침수된 지역이 생겼고, 일부 지역은 매해 25㎝씩 가라앉고 있다.

신혼여행의 성지로 불리는 몰디브도 50년이 지나면 지도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몰디브는 국토의 80%가 해발 1m 이하인 데다 국민의 42%가 해안가에 거주하고 있어 해수면 상승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위기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산불만 보더라도 과거에는 봄에만 집중됐지만 올해는 6월까지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보통 봄 같이 건조한 시기에 산불이 많이 나지만 땅이나 나무·풀 등이 습한 6월에 발생은 이례적이다.

빈도도 훨씬 많아졌다. 올해 아직 절반은 남았지만 600건이 넘게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 수준이다. 이 중 대형 산불은 10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년간 매해마다 2~3건 발생했는데 3배 이상 폭증했다.

피해 규모도 크다. 총 2만 4600여㏊로 축구장 3만 4000여개 면적이 소실됐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의 40% 정도며, 면적만 놓고 보면 33배나 된다.

피해 원인으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가뭄이 지목되고 있다.

올봄 평균 기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강수량은 평년의 약 60%에 그쳤다. 극심한 가뭄으로 산불 10건 중 4건 가까이가 건조특보가 이어진 영남 지역에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상 한파도 잦아진다. 지구의 기온이 오르며 눈과 얼음으로 덮인 북극의 변화가 극적으로 나타나고 그 결과 얘기치 못한 극한 한파가 자주 찾아온다는 것. 온난화가 가속되면서 북극의 오랜 기간 거쳐 생성된 얼음이 점점 줄어들고, 1년생 얼음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극 얼음의 건강성이 좋지 않아 앞으로 북극 얼음이 완전히 녹아 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북극 얼음이 다 녹으면 우리나라 겨울에는 극한적인 한파가 잦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겨울뿐 아니라 여름에도 북극의 입김이 거세지며 폭염도 지금보다 더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8년 한 달 넘게 지속된 장기 폭염의 원인은 북극의 온난화로 인한 대기 정체였다.

아울러 태풍과 비 피해도 심각해질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은 대기 불안정 및 평균 수온 상승에 따라 국지성 집중호우와 태풍의 발생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태풍의 위력·규모를 키우는 에너지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를 초래한 지구 온난화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유정민 서울연구원 기후·에너지 담당 연구위원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 온실가스를 줄여도 이미 배출해 놓은 과거 온실가스의 축적된 양이 있기 때문에 상당 기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탄소중립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기후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을 모색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