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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윤희근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가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열린 차기 경찰청장 임명제청동의안 심의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尹대통령, 김창룡 사표 수리

차기후보 윤희근 제청 승인

“경찰 통제·중립성 양립해야”

 

31년 만에 행안 지휘 아래로

‘릴레이 삭발’ 경찰들 반발과

행안부 통제수용 ‘이중 과제’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경찰 직접 통제를 위한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발표에 이어 치안감 인사 참사가 벌어지면서 14만 경찰들의 수장인 청장이 결국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6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이후로 보류해온 김창룡 경찰청장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김 청장의 사의 표명에 따른 면직을 윤 대통령에게 재차 건의하면서다.

그간 경찰 내부에서는 최근 터진 일련의 상황들로 김 청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와 지금 사퇴하면 지휘 공백 상태가 돼 경찰권 강화를 위한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렵게 된다는 우려가 부딪혀왔다. 이후 경찰수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차기 청장은 지금도 릴레이 삭발·단식을 벌이는 일선 경찰들의 거센 반발과 행안부 통제에 따라야 하는 과제들을 동시에 떠안게 됐다. 이를 반영하듯 윤희근 청장 후보자는 이날 “경찰 권한과 역할이 민주적 통제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과 경찰권의 중립성과 책임성 가치가 존중돼야 한다는 것은 양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퇴 이은 차기청장 제청 승인

앞서 최근에는 경찰청 공지 2시간여 만에 7명의 보직이 대거 바뀌는 치안감 인사 참사가 벌어진 바 있다. 이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기안 단계의 인사안을 공지해 사달이 났다며 경찰에 책임을 돌리는 반면, 경찰은 행안부에서 최종안이 아닌 안을 전달해 빚어진 실수라고 맞섰다. 경찰은 관행적으로 대통령 결재 전에 인사 내용을 언론에 발표해왔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경찰 길들이기 의혹 등 논란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인사권자가 대통령인데 재가도 안 나고 행안부 장관이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유출되고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나갔다”라며 “국기문란일 수도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후 김창룡(58) 경찰청장은 임기를 26일 남기고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김 청장은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김 청장의 사의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기문란’ 질책에 책임을 진다는 차원과 함께 경찰권 강화 등 현안을 제때 해결하지 못한 점이 거론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 2020년 7월 제22대 경찰청장으로 임명된 김 청장은 윤 정부가 들어서면서 조직 안팎으로 압력을 받다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아울러 김 청장 사표가 수리된 5일 이상민 장관은 윤희근 경찰청 차장을 신임 경찰청장으로 임용 제청했으며, 윤 대통령은 같은날 차기 청장 제청안을 승인했다.

이후 이 장관은 이례적으로 직접 브리핑을 열고 경찰청장 제청과 관련해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경찰을 행안부 통제 아래 두려는 그간 행보에 맞춰 형식적인 절차로 여겨진 행안부 장관의 인사제청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이에 앞서 경찰청장 후보자들을 개별 면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전 면접’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장관은 이날 윤 후보자에 대해 “정보·경비·자치경찰 업무 등 풍부한 경력과 업무능력과 14만 경찰을 이끌 리더십도 갖췄다”며 “투철한 국가관과 사명감을 토대로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질서를 유지하는 경찰 임무를 공정하고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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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서울 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창룡 경찰청장. 2022.06.09.

◆‘초고속 승진’ 차기 청장 후보

차기 청장으로 떠오른 윤 후보자는 충북 청주 출신으로 경찰대 7기다. 앞으로 있을 인사청문회 등 후속 절차를 마치면 경찰은 민갑룡·김창룡 청장에 이어 3번 연속 경찰대 출신 수장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 경쟁 구도가 이뤄진 가운데 현 정부에서 비경찰대 출신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을 뒤엎고 후보로 내정됐다. 지난해 12월 치안감을 달았으니 불과 5개월 만에 치안정감에 오른 데다 이번에 한달 만에 경찰청장(치안총감)까지 ‘초고속 승진’하게 되는 셈이다. 7기인 윤 차장이 4기인 현 김창룡 청장의 뒤를 이어 임명되면 기수 파괴도 이뤄지게 된다.

경찰청장은 대통령실 내정자 발표, 경찰위 임명 제청 동의,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 국회 인사청문회, 대통령 임명의 절차에 따라 임명된다.

앞서 행안부는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그간 논란이 돼온 일명 ‘경찰국’을 신설하고 경찰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는 내용을 담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경찰 통제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이번 발표로 행안부가 경찰청 인사권뿐 아니라 감찰·징계 등 전반적인 기능과 업무를 맡게 되면서 경찰청은 31년 만에 사실상 행안부 지휘 체계로 들어가게 됐다. 이에 전국 경찰들은 집단 반발 성명서 발표에 이어 이번주부터 매일 릴레이 삭발·단식을 벌이고 있다. 반면 맞은편에선 보수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이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경찰들로 이뤄진 직장협의회가 경찰 전체를 대표하는 양 벌써부터 정치세력화해 대놓고 정치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하는 맞불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이처럼 ‘경찰 수난시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찰이 과거 검찰과 같이 권한이 커진 만큼 경찰 스스로 집중되는 권한에 대한 주변의 우려도 생각해야 하고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오히려 우려가 커졌다는 국민들의 비난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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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서 직장협의회장 등 일선 경찰서 직협회장들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삭발식을 마친 뒤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천지일보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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