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 서빙로봇 400만원대
인간형 ‘아메카’ 세계에 ‘파장’

‘인간 일자리 빼앗을까’ 우려 등
인간-AI 공존 방안 필요성 대두

우려 속 범용AI 개발 경쟁 치열
아이언맨 속 AI ‘자비스’ 나올까
“단 하나의 AGI, 세계 부 차지할 것”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치킨 프랜차이즈 부스에서 튀김기계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치킨 프랜차이즈 부스에서 튀김기계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핵심요약]

◆우리 삶에 파고든 AI

인공지능(AI)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논문을 쓰거나 모르는 외국어를 번역하고 사람과 같이 서로 대화하는 모습은 이미 AI를 활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일상화된 모습이다. 최근에는 MWC에서도 인간과 유사한 표정을 짓는 AI 휴머노이드 ‘아메카’가 다시 한번 등장해 세계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또 한때는 2000만원을 호가했던 서빙 로봇도 이젠 400만원이면 구할 수 있게 됐다. AI와 로봇이 판치는 세상 ‘성큼’ 다가온 셈이다.

◆인간-로봇 공존 두고 숙제 ‘산적’

과연 이러한 로봇이 일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비용도 줄여줄 수 있는지, 무엇보다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휴머노이드 시대가 열리기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아메카의 모습은 인류에게 또 하나의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인간과 AI의 경계가 어디인지, 어디까지 인간의 영역을 허용해야 하는지, 윤리적인 문제는 없는지, 과연 학습을 통해 고도화되는 AI를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지 등이 그것이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이제 ‘무인 식당’도 나오겠는데요.”

지난주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산업박람회’에 방문한 한 관람객이 각종 로봇으로 빼곡한 현장을 둘러보고 전한 말이다.

이곳에서는 알아서 치킨을 튀겨주는 로봇손이나 그렇게 조리한 음식을 서빙 로봇으로 운반하는 시스템 등 AI(인공지능)를 활용한 각종 첨단기술이 등장했다. 사람이 힘을 들여 아이스크림을 펐다면 이제는 로봇 팔이 이를 대신해줬다.

감자·무 등 식자재를 알맞게 자른 뒤 접시에 담아두거나 학교·직장 등의 급식현장에서 조리도구를 바꾸며 작업을 이어가는 주방 자동화 제품도 쏟아졌다. AI가 탑재된 ‘하늘을 나는 UAM’ 등 영화에 등장할법한 최첨단 기기들은 아니었지만, 당장 생계에 쓸 수 있는 생활형 로봇들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실제 누구라도 원한다면 한때는 2000만원을 호가했던 서빙 로봇도 이젠 400만원이면 구할 수 있었다. 첨단 로봇에 견줘 기술 장벽이 낮아 저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다. 정부의 지원도 한몫 거들고 있다. 소상공인이 로봇을 구매할 때 1000만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주는 ‘소상공인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 등 각종 지원사업이 그것이다. 서빙 로봇을 월 10만~30만원대에 사용하는 렌털 상품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로봇이 판치는 세상이 현실로 ‘성큼’ 다가온 셈이다.

◆MWC 휘저은 휴머노이드

이러한 AI와 로봇이 일상화된 시대는 최근에 개최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4(MWC 2024)’에서 좀 더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다. 올해는 ‘세계 최대 통신 전시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 세계 200여개 나라에서 2400여개 기업이 참가하는 등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 행사가 되면서 그야말로 ‘첨단기술의 향연’이 펼쳐졌다.

[천지일보 바르셀로나=정다준 기자] 27일(현지시간)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주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가 진행되는 가운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 내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통신사 e&)’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천지일보 바르셀로나=정다준 기자] 27일(현지시간)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주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가 진행되는 가운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 내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통신사 e&)’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무엇보다 전시장에서는 인간과 유사한 표정을 짓는 AI 휴머노이드 ‘아메카’가 다시 한번 등장해 세계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년 전 열린 미국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처음 공개됐던 것보다 눈 깜빡임과 입 모양이 더욱 인간에 가까워진 모습을 하고 나오면서다.

당시 기자들이 전한 휴머노이드의 모습은 이렇다.

MWC가 개막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통신사 이앤(e&) 그룹이 전시한 아메카 주변엔 관람객 30여명이 둘러싸고 있었다. 한 관람객이 영어로 “중국어를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아메카는 즉시 질문한 관람객을 쳐다보더니 “나는 언어를 배울 능력이 있다. 지금은 할 수 없지만 미래에는 할 수 있게 될 거다”라고 답했다.

이 모습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저 입력된 데이터만으로 움직이는 수동적인 로봇이 아닌 영화 아이언맨의 AI 비서 ‘자비스’와 같이, 인간과 소통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는 AI 휴머노이드가 조만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던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아메카는 사람과 같이 다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거나 행사장에 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이러한 아메카의 모습은 인류에게 또 하나의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인간과 AI의 경계가 어디인지, 어디까지 인간의 영역을 허용해야 하는지, 윤리적인 문제는 없는지, 과연 학습을 통해 고도화되는 AI를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지 등 공존하는 데 있어 해결해야 할 숙제가 그것이다.

[천지일보 바르셀로나=정다준 기자] 27일(현지시간)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주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가 진행되는 가운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 내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통신사 e&)’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천지일보 바르셀로나=정다준 기자] 27일(현지시간)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주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가 진행되는 가운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 내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통신사 e&)’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8일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첨단 로봇 개발의 핵심 거점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동작 시연을 참관하는 모습.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3.04.30.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8일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첨단 로봇 개발의 핵심 거점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동작 시연을 참관하는 모습.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3.04.30.

사실 AI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논문을 쓰거나 모르는 외국어를 번역하고 사람과 같이 서로 대화하는 모습은 이미 AI를 활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일상화된 모습이다.

심지어 AI 의사, AI 변호사 시대가 이미 다가왔다는 말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판사·변호사·검사 관련 법률 서비스 관련 업무는 법과 판례 등 데이터를 유형별로 잘 분류해 재판에 인용하고 적용하는 일이고, 의사들의 진료 업무 역시 수많은 임상경험 데이터를 같은 방식으로 분석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일이다. 모두 인공지능이 가장 잘하는 분야다.

건강보험 데이터를 비롯한 전 세계 의료 데이터를 모두 학습한 AI 의사, 한국의 모든 법문과 판례 데이터를 모두 학습한 AI 판사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닌 셈이다.

◆인간 영역 넘보는 AI ‘갑론을박’

앞서 IFS에서 등장했던 생계형 로봇들은 고물가·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인건비를 줄여보고자 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다만 현재로서는 과연 이러한 로봇이 일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비용도 줄여줄 수 있는지, 무엇보다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휴머노이드 시대가 열리기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먼저 장점을 꼽는 이들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실제 한 소상공인은 “가게에서 서빙 기계 3대 돌리는데 렌탈비는 한달 약 40만원 정도”라면서 “홀 직원을 3명에서 1명으로 줄여 인건비를 절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손님의 입장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결국은 손님이 음식을 들어야 한다” “테이블 위까지 갖다 줘야 서빙 끝 아니냐”는 등의 목소리다. “로봇을 써서 인건비를 절감했으면 음식값이 내리든 품질이 좋아지든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손님이 내려서 먹고 올려두는데 돈은 똑같이 내고 왜 손님만 불편해지냐”라고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로봇을 쓰거나 AI를 활용하더라도 사람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건데, AI 시대라는 말과는 달리 현실과의 괴리감은 여전히 큰 셈이다.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제71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전시장에서 스마트 서빙 로봇이 작동하고 있다. (뉴시스) 2024.03.27.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제71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전시장에서 스마트 서빙 로봇이 작동하고 있다. (뉴시스) 2024.03.27.

조만간 늘어날 ‘무인 식당’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근처에 무인 식당이 있더라도 가기는 좀 그렇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네티즌들은 ‘무인 식당’에 대해 “사람이 출입하고 음식 먹는데 인간의 정을 못 느끼는 로봇이 굳이 필요할까. 인간답지 않다”라거나 “사장이 있는데도 안 나오면 기분 나쁠 것 같다” “손님 행동 하나하나 다 CCTV로 감시하고 있을 것 같다”라는 반응을 내기도 했다. 이밖에 “계산은 키오스크가, 써빙은 로봇이, 반찬 리필은 셀프로, 사장님만 홀로 주방에 집중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등의 반응도 있었다.

◆세계는 AI에 천문학 규모 투자 중

그러나 각종 우려와는 달리 세계는 AI를 선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퍼붓고 있다. AGI(범용인공지능)에 먼저 도달하는 자가 결국 모든 부를 가져갈 것이란 전망까지도 나온다. AGI란 분야에 관계없이 사람이 수행 가능한 모든 지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를 말한다. 중요한 점은 AI 스스로 자신의 학습 알고리즘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같은 AI 비서가 쉬운 예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위촉 ‘소프트웨어산업육성전략’ 부문 전문위원이기도 했던 이선종 AI웨이브 대표는 “만약에 오픈AI가 세계 최초로 AGI 개발에 성공한다면 수백억원의 연봉을 주던 개발자들의 80%까지도 불필요해진다”며 “학습시간도 사용 에너지도 줄어 현재 월 사용료 22달러의 절반인 10달러까지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학습 능력을 개선하는 AGI는 놀라운 속도로 자신의 능력을 개선하면서 경쟁자인 2위 이하의 거대언어모델들과 초격차를 벌이게 될 것”이라며 “단 하나의 AGI가 전 세계의 부 대부분을 끌어모으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V트랜드코리아 2024’에서 관람객들이 모던텍의 무인로봇충전시스템 ‘모던보이’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V트랜드코리아 2024’에서 관람객들이 모던텍의 무인로봇충전시스템 ‘모던보이’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7.
LG유플러스가 서울 종로구에 오픈한 1호 무인매장 ‘U+언택트스토어(Untact Store)’에서 2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면 유통채널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웰컴보드 QR코드 발급기. (제공: LG유플러스) ⓒ천지일보 2021.3.22
LG유플러스가 서울 종로구에 오픈한 1호 무인매장 ‘U+언택트스토어(Untact Store)’에서 2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면 유통채널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웰컴보드 QR코드 발급기. (제공: LG유플러스) ⓒ천지일보 2021.3.22
이마트가 지난 5월 첫선을 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Pepper(페퍼)’. (제공: 이마트)
이마트가 지난 5월 첫선을 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Pepper(페퍼)’. (제공: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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