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글날인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두 손을 들고 통성기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9
 집회 등 현재 한국교회 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통성 기도가 과연 성경적인지 성찰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2019년 광화문광장에 보수 집회에 참가한 보수 개신교 신도들이 두 손을 들고 통성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천지일보DB

권영문 기독교 칼럼니스트 
“큰소리로 통성기도 하는 것
신앙 나타내는 것이라 착각
교인 물론 이웃에게도 폐해”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통성 기도는 잘못된 기도의 방법인가’ 교계에선 종종 통성 기도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진다.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교인들도 있다. 통성 기도에 대해 근거를 인정하면서도 하나님을 모셨다는 성도들이 초상집 곡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통성 기도’는 전 세계 교회 중에서도 한국교회에서만 사용되는 기도의 한 방식으로 크게 목소리를 내어 기도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이와 같은 통성 기도를 ‘한국식 기도(Korean prayer)’라 칭하기도 한다. 교계 신학자들 사이에선 한국교회에 무분별하고 자의적인 통성 기도가 넘쳐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경성대 교직원이자 ‘성경의 구원 진리와 교회’의 저자인 권영문 기독교 칼럼니스트는 최근 개신교 매체 기고에서 “한국 개신교인 중에는 큰 소리로 통성 기도를 하는 것이 자신들의 뜨거운 신앙을 나타내는 표현이라도 되는 양 착각하는 자들이 많이 있다”며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외쳐대는 것을 진정한 기도라 말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1 어린 시절부터 교회를 다닌 청년 A씨는 최근 교회가 아닌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다. 개신교에서 천주교로 종교를 바꾸게 된 계기는 ‘통성 기도’였다. 신도 수만명이 모여 “주여”를 외치면서 흐느끼는 기도, “뢀뢀라” “솰랄라”와 같은 방언 소리가 난무한 것을 보며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 가끔씩 TV 화면에 나오는 ‘반동성애’ 등을 위한 대중 집회에서 신도들이 발광적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내 믿음을 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증명하기 위한 것 말고는 별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왜 내 믿음을 목사와 옆의 신도에게 보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참 이상한 기도법이라 생각합니다.”

◆ 통성기도 원조는 1907년 평양대부흥

당초 한국교회의 기도는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조용한 가운데 행하거나, 또 목사나 장로들도 엄숙한 가운데 분위기를 주도하며 기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방언·은사를 성령 충만의 표징으로 내세워온 오순절 계통 순복음교회들이 수십 년 전부터 크게 부흥하는 것을 목격한 타 교파 교회들이, 이를 벤치마킹해 자신의 교회에도 적용시켰고 이를 기점으로 통성 기도가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됐다고 보는 게 대다수 신학자의 시각이다.

한국 개신교 통성 기도의 원조 격은 1907년 길선주 목사의 평양 대부흥 운동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본다. 그는 개신교 목사가 되기 전에 도교와 불교 등 여러 종교를 접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가 제안한 통성 기도는 이런 종교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당시 평양 장대현 교회에 있었던 통성기도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미국 감리교 존스(G.H. Jones) 선교사의 현장 보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주일 아침 집회를 인도하던 선교사가 회중에게 합심기도를 하자고 권하였다. 그 순간 성령께서 그들 가운데 직접 역사하셔서 1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소리를 내서 기도하기 시작했는데, 점점 그 소리가 높아져 예배당 안을 가득 채웠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전혀 혼란 없이 마치 대규모 연주자들이 악보를 보고 연주하듯, 그들의 기도 소리가 서로 하나가 됐다는 점이다. 1000명에 이르는 군중들이 모두 하나님을 향해 얼굴을 들고 한 목소리로 소리를 내서 기도하는 장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을 느끼게 했다.”​

선교사의 ‘합심기도’ 요청에, 한국인들은 ‘통성기도’로 응답했다.

길선주 목사.
길선주 목사.

당시 상황에 대해 한국교회사에서는 “그때의 통성기도의 울부짖는 소리가 마치 초상집의 곡성과 같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교회의 통성 기도를 시대 상황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제의 침략과 국권 상실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파탄이라는 극한적 상황에서 한국인들의 집단적 ‘탄원’ 형태의 기도가 나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권영문 기독교 칼럼니스트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부짖는 방식의 한국교회 통성 기도 방식이 자칫 비성경적일 수 있음을 경고했다. 예레미야 33장 3절(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시편 34편 5절(이 곤고한 자가 부르짖으매…) 사도행전 7장 59절(돌로 스데반을 치니 스데반이 부르짖어…) 등 한국교회가 통성 기도의 근거로 삼고 있는 성경 본문들이 공적인 집회나 모임 등에서 단체로 행하는 기도나 간구에 대한 내용이 아닌, 각자가 개인적으로 아뢰는 기도와 간구에 관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국내 대부분의 개신교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부짖으며 부르짖는 기도집회를 열고 있다”며 “한국 개신교에서 공적으로 행하는 통성 기도 집회를 성경적이라고 합리화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때와 장소 안 가려 부정적 인식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통성 기도는 많은 무신앙인 뿐만 아니라 신앙인들에게도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청와대 앞에서 밤낮없이 문재인 전 대통령(당시 대통령)의 하야를 기원하는 보수 개신교 신도들의 통성 기도회가 열리는 바람에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나서 논란이 인 바 있다. 실제로 당시 기도회 인근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던 한 관계자는 “새벽 1~2시까지도 통성 기도를 하고 어떤 이는 예배가 끝난 뒤에도 고성을 지르면서 통성 기도를 한다”며 “종교인들이라면 좀 주변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건 너무 심한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장로교 이광호 목사는 “무분별한 자의적 통성 기도가 한국교회에 보편화 됐음에도 아무런 문제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교회에 일반화된 ‘통성 기도’는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나님은 굳이 큰소리로 외치지 않아도 우리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분이다. 아무런 소리 없이 마음으로 기도할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인격적인 모든 기도를 정확하게 알아들으신다”며 “그럼에도 한국교회에는 큰 소리로 통성 기도를 하는 것이 신앙을 나타내는 표현이라도 되는 양 착각하는 자들이 많이 있다.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외쳐대는 것을 진정한 기도라 말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권 칼럼니스트는 “주위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고함을 지르며 귀가 찢어지도록 소리를 지르며 기도하는 것은 이교도들의 종교의식과 다를 바가 없다”며 “이러한 한국식 통성 기도는 주변 교인들은 물론이고 이웃에게도 심각한 폐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하루속히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절한 모든 기도가 하늘의 능력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지만, 하늘의 능력을 이 땅에 불러내는 모든 기도가 간절하지 않은 기도는 없다”면서 “다시 말하면 기도에 응답하시고 능력을 보내시는 분은 하나님이시지만 하나님은 간절한 기도를 사용하신다. 그러나 마음이 실리지 않은 통성 기도의 습관화 같은 것은 오히려 기도에 있어서 외식만 흐르게 하는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간절히 기도할 수 있는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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