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불교 등 종교계 지도자들을 예방해 새 정부 대북정책과 관련한 의견을 들었다. 사진은 권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예방하고 있는 모습. (출처:연합뉴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불교 등 종교계 지도자들을 예방해 새 정부 대북정책과 관련한 의견을 들었다. 사진은 권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예방하고 있는 모습. (출처:연합뉴스)

통일부장관 취임 후 첫예방

새정부 대북정책 의견 수렴

北초청시 교황 방문 피력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지도자가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차례로 만나 경색된 남북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건넸다. 특히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한반도 주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의 초청이 있을 경우 방북하겠단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천주교회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 21일 광진구주교회의관을 방문한 권 장관과 만나 새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 대주교는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측에서 초청하면 언제든지 가실 의향이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로마를 방문해 고위 성직자들에게 들은 것이라며 “북측이 (교황 방북을) 받아들일 환경 조성에 남북이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 꿈은 남북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평화협정을 맺고 교황님이 오셔서 이를 보증해주시는 것”이라며 “로마(교황청)에서는 북측과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다른 분도 아니고 교황이 가셔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역할을 해 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유흥식 추기경도 교황 방북에 적극적이시니 열심히 협력하면 좋은 일이 있지 않겠느냐”고 화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수차례 방북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교황궁을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도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북한에) 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 대주교는 대북 인도적 지원의 문호를 넓혀달라고도 주문하며 남북 간 신뢰 회복에 대해 당부했다. 그는 “종교단체들이 쌀을 지원하려고 했더니 유엔 제재 때문에 차량 반입은 안 된다더라. 비닐하우스용 쇠 파이프도 무기로 만들까 봐 안 된다고 했다”며 “이는 (남북이) 아예 접촉 못 하게 유엔이 막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에 권 장관은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 남북 간 북미 간 신뢰 회복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거 서독도 미국과 가까워지면서 동독과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미국이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장관은 천주교 지도자를 만난데 이어 22일 진보성향 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방문해 NCCK 총무 이홍정 목사를 예방했다. NCCK에 따르면 권 장관은 이 목사와 만남에서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와 대북정책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단 한반도 평화는 비핵화를 통한 큰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했다.

또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한 남북 관계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하며 “인도적 협력을 반드시 해나가겠지만 북한과 대화 단절로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는 고충도 밝혔다. 

이에 이 목사는 “종교 시민, 민(民)의 관점에서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한반도 평화가 중요하다”며 “관계 개선에 비핵화가 전제된다면 평화가 위축된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3일에는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방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는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월우스님, 총무원 총무부장 삼혜스님, 사회부장 원경스님 등이 함께했다. 권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원행스님은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종교계가 추진하려던 기념 행사 등이 진전되지 않아 아쉽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장관은 종교계가 추진하려던 사업이 진전되지 않아 정부로서도 아쉽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종교계가 힘써준다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권 장관의 종교계 지도자 예방은 취임 인사를 비롯해 새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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