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문재인 정부 당시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문제 제기를 많이 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은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 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한 사건이다. 당시에도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고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해 무책임하게 북으로 돌려보냈다는 지적이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이 사건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서도 해경과 국방부의 입장 번복이 나오자 진실 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국민의힘에서는 당시 ‘특수정보(SI)’ 등 민감한 자료도 공개해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월북 조작’ 사건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자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당초 입장을 바꿔 국민의힘이 공개하자고 하면 특수정보라도 공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로 답변하면 될 일이다. 이미 ‘월북 조작’으로 규정한 만큼 국민의힘이 이쯤에서 발을 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수정보 공개 이후 더 큰 정쟁으로 비화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진실을 묻어두고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책임은 결국 집권당 몫이다. 현 정국을 ‘대북 이슈’로 끌고 가는 현실인식을 비롯해 민감한 특수정보까지 꺼내 이를 공개하고 검증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은 결국은 집권당 책임이 더 많다는 뜻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확대될 무차별적 정치 공방전과 여론의 분열, 더 험악해질 남북관계 등의 부작용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감수해야 한다. 그런 각오도 없이 이 시점에서 대북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야 압박과 여론 몰이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민주당 우상호 위원장은 “국가 안보상의 이유 때문에 (대북정보를) 공개하지 말라는 것이지, 내용이 불리해서 그런 게 아니다”며 ‘월북’이라는 판단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국민은 어느 쪽의 주장도 믿기 어렵다. 이번 기회에 소모적인 공방전을 멈추고 관련 자료와 정보를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서해에서 피살된 공무원 유족들도 같은 바람일 것이다. 그리고 언제까지 근거 없는 내용을 놓고 갑론을박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면 부끄럽고 아프지만 비록 특수정보일지라도 공개해야 할 것은 공개하는 것이 그나마 최악을 피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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