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유통의 핵심인 전통시장은 전국 1600여 곳에 이른다. 점포는 20여만 개, 36만여 명의 상인이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정부는 2004년 ‘전통시장 활성화법’을 마련해 전통시장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정책 시행 후 상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효과는 얼마나 될까. 첫 회 풍물시장에 이어 우리나라 대표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과 동대문 평화시장 상인들을 만나 전통시장의 비전과 추가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세계장터 남대문시장, 절반은 외국인… 한켠에선 ‘불경기’ 그대로 실감

▲ 대한민국 전통시장의 메카 남대문시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남대문시장 다시 찾는 이유 “가장 한국적”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6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남대문시장은 대한민국 전통시장의 메카다. 남대문 그릇시장과 안경점, 액세서리점 등을 포함해 각종 1만여 점포가 자리 잡은 이곳은 대한민국을 찾는 관광객이 반드시 들르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일본 관광객 하나에(27, 고베) 씨는 “남대문시장은 두 번째 왔으며, 가장 한국적인 느낌을 주는 장소여서 올 때마다 찾는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일본 관광객 유꼬(28, 히로시마) 씨도 “남대문시장에 두 번째 방문했으며, 일본과 달리 활기차서 좋다”고 답했다. 유꼬 씨는 “남대문시장에서 액세서리를 사고 명동과 동대문에서는 부츠와 옷을 살 계획”이라며 “일본에 비해 가격은 1/4 수준이지만 품질이 좋다”고 답했다.

시리아에서 온 액세서리 도매상 왈리드(40) 씨는 이곳 액세서리 가격이 중국이나 타이완, 싱가폴 등에 비해 조금 비싸긴 하지만 품질이 아주 우수해 3개월마다 방문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일본어 통역을 지원하고 있는 서울시관광협회 직원 서혜원(26) 씨는 남대문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곳은 “액세서리 가게와, 특별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노점 위치”라고 답했다.

그는 “특히 남대문시장에 있는 액세서리 가게는 주변 국가에서 다량 구매하기 위해 사업차 찾아오는 외국인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통역 직원 신상용(44) 씨는 “지난해에 비해 외국 관광객이 10~20% 이상 늘었다”며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하루 200~300명의 통역을 지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 한국인 반 외국인 반, 세계 장터 남대문시장

남대문시장은 그야말로 세계적 관광명소임을 상인들의 말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의류와 속옷을 취급하고 있는 김두현(43) 씨는 “우리 가게에 들르는 하루 평균 고객 1000여 명 중 평일엔 30% 정도, 주말엔 50% 정도가 외국인”이라고 답했다.

방문객 비율에 대해선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모두 비슷한 답을 했다. 남대문시장 하루 방문객이 4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에 비춰보면 하루 20만 명 가까운 외국인이 남대문시장을 찾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본 관광객들이 특히 많이 찾지만 최근에는 중국과 유럽권 관광객도 급증했다. 서울시관광협회가 운영하는 남대문시장 시장 관광안내소 관계자에 따르면 하루에 관광안내소를 찾는 외국인들은 성수기 때는 약 250~300명에 이르며 월 평균 1만 2000여 명이 관광안내소를 이용한다.

남대문시장에는 안내 데스크와 움직이는 관광안내소라고 불리는 이동 통역안내원을 포함해 총 8명의 직원이 남대문시장을 찾는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 일어 중국어를 지원하고 있다.

◆ “일어는 기본, 영어는 선택”

외국인 관광객이 많음은 남대문시장 상점마다 영어 일어 중국어가 병기된 모습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노점 상인들도 가격 정도는 다양한 언어로 응수해 언어로 인한 불편함은 없어 보였다.

남대문시장 크리스털 안경점에서 근무하는 신금철(49) 씨는 10년 전 이곳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일본인 고객을 상대하기 위해 일어를 약 1년간 다시 익혔다. 그는 안경의 특성을 설명하고 손님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일어를 구사한다고 답했다.

이곳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최강화(44) 씨도 1년 정도 학원에 다니면서 업무에 필요한 영어를 익혔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과 상인들의 노력이 맞물려 남대문시장의 세계화는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남대문시장의 두 표정

남대문시장 내에서도 상인들의 표정은 둘로 갈렸다. 특화상품이나 저렴한 가격, 해외 마케팅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보는 상점들이 있는 반면, 다니는 사람은 많지만 손님이 없다며 힘들어하는 상점 주인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독특한 모양을 꾸미고 옷을 판매하고 있는 주형섭(50) 씨는 이곳에서 25~26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며 예나 지금이나 경기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하철과 가까운 주변 의류밀집 상가는 찾는 고객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모처럼 온 손님도 그냥 가는 경우가 많아 “힘들다”는 상인들의 푸념을 들을 수 있었다. 일부 노점 상인들은 사람은 많아도 경기가 좋진 않지만 그래도 다른 전통시장보다는 형편이 나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남대문시장 내에서도 대로변에 위치한 상점 또는 특정 상품으로 유명한 곳은 외국 관광객들과 유동인구로 붐볐지만, 이렇다 할 특성이 없거나 막힌 구조에 밀집된 상점들은 요즘 전통시장이 겪는 불경기를 그대로 체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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