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유통의 핵심인 전통시장은 전국 1600여 곳에 이른다. 점포는 20여만 개, 36만여 명의 상인이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정부는 2004년 ‘전통시장 활성화법’을 마련해 전통시장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정책 시행 후 상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효과는 얼마나 될까. 첫 회 풍물시장에 이어 우리나라 대표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과 동대문 평화시장 상인들을 만나 전통시장의 비전과 추가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 동대문 평화시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동대문 평화시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동대문 평화시장 내부 ⓒ천지일보(뉴스천지)

동대문 평화시장 “예전만 못해도 희망은 있습니다”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동대문 주변 쇼핑몰과 전통시장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꼭 찾는 곳이다. 동대문 쇼핑몰과 남대문시장과의 차이점은 남대문시장은 일본 고객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동대문 주변에는 몽골타운이 형성돼 있어 러시아인들의 방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울시관광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동대문 지역 관광안내소 박민주 일어 통역원은 성수기 때는 하루에 200~250명이 안내소를 찾는다고 답했다. 안내소를 찾는 외국인 비율은 일본인 30%, 중국인 30%, 기타 아시아권과 미주 유럽권 관광객이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들로 북적대는 동대문 주변 쇼핑몰과 나란히 위치한 우리나라 대표 전통시장 중 하나인 평화시장을 찾아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 후 평화시장 상인들이 느끼는 성과를 짚어봤다.

6.25 당시 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동대문 주변에 모여 형성된 평화시장은 전후 세대들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는 곳이다. 한때 이명박 대통령이 이곳에서 책장사를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대문 주변 쇼핑몰이 젊은층 의류를 취급하는 반면 평화시장은 중장년층 의류와 모자, 스카프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평화시장은 한때 우리나라 의류도매의 중추신경이었다.

평화시장 관리를 맡고 있는 노희창 주임은 “한때 이곳 상인들은 돈을 쓸어 담았다고 들었다”며 “과거 의류도매는 모두 평화시장을 거쳤지만, 지금은 중간 도매상이 많아진데다 경기침체로 찾는 고객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 중에서도 장사를 잘하는 분들은 디자인개발과 해외진출 등 남다른 판로를 개척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답했다.

◆ “전통시장 무너지면, 서민경제 무너져”

평화시장 차경남 상무는 “전통시장은 우리 부모님 세대의 생계근간이자, 우리나라 유통의 근간”이라며 “전통시장이 무너지면, 서민경제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시장을 활성화해야 전통시장을 통해 유지되고 창출되는 부수적 서민 경제가 함께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에는 막대한 자본을 가진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 전통시장을 위협하고 있지만, 중장년층 이상은 여전히 전통시장을 더 찾는다”며 “중장년 세대에 대한 배려와 지원차원에서도 전통시장 활성화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통시장 활성화 남은 과제

노희창 주임은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을 통해 시장 상인들이 지원받은 부분으로 현대화 시설지원과 전문 디자이너를 통한 디자인 지원 등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상인대학을 통한 교육지원이 이뤄져 호응을 얻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소자본으로 운영하는 평화시장 상인들이 자비를 내서 설비투자를 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는데 정책적 지원을 받아 다들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러나 많은 지원에도 전통시장 경기자체가 과거에 비해 많이 침체됐고 어떤 상인들은 개시도 못한다고 하소연 한다”고 전했다. 실제 기자가 평화시장을 찾은 오후 시간대에는 손님들을 보기 어려울 만큼 한산했다.

평화시장의 한산한 모습은 현재 진행 중인 전통시장 활성화정책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충북대 강형기 지방자치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물리적 공간을 현대적으로 만들었지만 구매자가 늘지 않았던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바뀐 지금 단순 시설투자보다는 복지시설과 집회시설을 정비해 사람들이 모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에 비춰 현재 동대문 평화시장 주변 상권을 비교해보면 두타나 밀리오레 등 대형 쇼핑몰은 수시로 공연을 열어 사람이 오도록 유도하고 상권 내 편의시설과 휴식 공간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반면에 평화시장은 한 사람이 겨우 걸을 수 있는 비좁은 입구와 통로에 휴식 공간이나 집회시설은 찾아볼 수 없어 유동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 “상인대학으로 생각도 수입도 바뀌었어요”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중 많은 평화시장 상인들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정책은 시장경영진흥원이 주관하고 있는 ‘상인대학’이었다.

평화시장 상인 220여 명은 바쁜 중에 시간을 내 3개월에 걸친 상인대학 과정을 이수했다. 평화시장상인협회 이기영 회장은 시장 상인 모두가 상인대학 이수 후 효과를 경험했다고 입을 모은다며 상인대학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칭찬했다. 그는 상인대학 이수 후 실소득도 10% 가량 증가됐다며, 교육의 효과로 의식변화와 상품개발·고객유치 전략 변화를 들었다.

그는 “상인대학 졸업 후 고객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며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친절과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쓰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상품개발과 판매망 구축도 훨씬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교육의 불모지에 있던 상인들이 상인대학 교육 후 자신처럼 생각이 바뀌면서 실질 소득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상인대학 교육 효과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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