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사진은 폭파 전 3번갱도. 2018.05.25. (출처: 뉴시스)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사진은 폭파 전 3번갱도. 2018.05.25. (출처: 뉴시스)

北풍계리 갱도 움직임 지속

4번 갱도 활동엔 의견 분분

北, 美 관심 끌어낸 건 성과

코로나‧감염병‧재해 악재 겹쳐

中, 北에 영향력 행사?… ‘글쎄’

北핵실험시 전략자산 전개할듯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최근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라 나왔지만 아직까지 핵실험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한미 당국이 되려 핵실험을 더 기다리는 것 같은 꼴이 됐는데, 북한은 일단 코로나19에 이어 급성 전염병까지 창궐하는 형편이라 감염 확산 차단과 함께 경제 문제에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결국 핵실험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중국의 역할론 역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최적의 타이밍을 노리는 분위기 속 실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한미의 대응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北풍계리 3번 이어 4번 갱도서도 활동

군 당국은 올해 3월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중 일부의 복구로 추정되는 불상 활동이 식별됐다”고 공식 발표했고, 5월부터는 “3번 갱도 복구는 마무리 단계고, 지도부 결심만 있으면 1~2주 내 핵실험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도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연일 언급했고, 최근 한미‧한미일 외교‧안보 라인 간 릴레이 회동 당시에도 같은 맥락의 발언이 나와 수일 내 북한이 핵실험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에는 풍계리 4번 갱도 인근에서도 새로운 활동이 포착되자 일부 전문가들은 당장 북한이 3번 갱도에서 7차 핵실험을 하고 4번 갱도에서 8차 핵실험을 하려는 과정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앞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5일(현지시간) 자체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에 전날 촬영된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3번 갱도 정비에 이어 4번 갱도에서도 새로운 건설 활동 정황이 포착됐다는 보고서를 게재했다.

이에 대해 CSIS도 “미래에 있을 추가 핵실험을 위해 2018년 불능화했던 이 갱도를 복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북한의 핵실험 추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4번 갱도의 활동이 핵실험 준비에 직접적으로 연관됐다기보다는 지난해 큰비로 유실됐던 갱도 주변 도로를 복구하는 동향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 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北핵실험 임박 잇단 관측 속 시점은?

‘북한의 핵실험 준비가 끝났고 지도부의 결단만 남았다’는 발언을 한미 당국이 계기가 될 때마다 번갈아가며 내놓고 있는 상황이지만 실제 언제, 어느 시점에 핵실험에 나설지 알 순 없다. 다만 뒤로 밀려나 있던 북한 문제가 미국의 관심을 끌어냈다는 측면에선 일종의 성과를 낸 셈이다.

이전 핵실험 때도 마찬가지로 풍계리 활동이 일일 단위로 공개돼 한미 군 당국이 경계태세를 강화했지만, 실제 핵실험은 2년가량 지난 뒤에 단행됐던 적도 있다. 물론 북한이 도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점을 택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북한은 현재 코로나19 방역과 급성 감염병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거기다가 올해 봄에는 가뭄으로 농심을 태우더니 이번에는 보리장마까지 연달아 맞닥뜨렸다. 악재가 이중, 삼중으로 겹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식량사정이 더욱 악화할 건 불 보듯 뻔해 보인다.

다행히도 북한 발표대로라면 일일 신규 발열자가 지난달 15일 40만명에 육박했으나 지난 14일부터 2만명대로 내려가더니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별론으로 한다.

아울러 전염이 창궐한 북한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일대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포함한 김여정‧현송월 등 핵심측근들이 개인 의약품까지 풀면서 민심을 다독이고 있다. 농업에서 황해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민심을 동요를 막는 등 위기의식의 발로가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북한 기상수문국도 장마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독려하고 있다. 기상수문국 관계자는 18일 조선중앙TV를 통해 “올해 본장마도 평년보다 빠른 다음 달 상순쯤 곧바로 시작되고, 7∼9월 사이 약 두 차례 태풍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농업 부문에서 대책을 미리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식량난은 차치하고라도 기상재해로 인해 전염병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

◆北핵실험 저지에 ‘중국 역할론’ 부각

장마 등 기상 조건 변수나 올가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20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있는 점 등으로 북한의 핵실험이 미뤄질 수 있지만, 결국 감행하려 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중국 역할론이 다시 부상하는 이유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알(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 대담에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해 미중 간 어떤 합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또 다른 핵실험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 측에도 전달했다”고 답했다고 미국의소리 방송(VOA)이 보도했다.

앞서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13일 벨기에 룩셈부르크에서 이뤄진 중국의 양제츠 공산당 정치국원과의 회동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대담은 관련 내용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지난 7일 전화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공유한다고 여전히 믿는다”면서 “북한이 한반도와 그 너머에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을 삼가는 게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고 있는 중국이 핵실험을 막기 위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강조 포인트다. 다만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이 실질적인 역할을 할지에 대해선 단정하지 않았다. 설리번 보좌관은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봐야 안다. 두고 보자”고 신중론을 폈다.

이를 두고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만류할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강행 시 ‘중국 책임론’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대북 제재 참여 등을 압박하거나 향후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 기관도 제재)을 적용할 명분을 확보한 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北핵실험시 정부 비상체제 돌입할듯

북한이 추기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정부는 즉각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하다는 방침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과 함께 한미, 한미일 북핵수석대표와 외교·국방장관 간 릴레이로 대응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

미군 전략자산도 단시간 내 한반도에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 B-1B 전략폭격기(죽음의 백조) 편대가 이달 초 괌 미군기지에 전진 배치됐다. B-1B 전략폭격기는 지난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 실험 직후에 북방한계선 북쪽 공해 상공을 비행하며 무력시위에 나선 적이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이런 행보가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측면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 기지에 최근 배치된 F-22 스텔스 전투기가 전개될지도 주목된다. 또한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임무 수행 중인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한반도 인근에 집결할 가능성도 있다. 대응 수위를 높여 전략자산을 동원한 한미 연합훈련이 대규모로 실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같은 한미의 대응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효과에 있어 제한적이라는 게 고민의 지점이다. 따라서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을 통해 북핵을 제어할 한미 연합작전계획 개편 등 확장억제력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편으론 미국 주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소집돼 추가 대북 제재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미측과의 갈등 속 그간 북한의 도발을 묵인해왔던 터라 북한의 핵실험도 문제 삼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은 앞서 지난달 26일에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에 대응해 추가 제재결의안 채택을 추진했으나 중러가 거부권을 행사해 불발된 바 있다. 미국은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며 중국의 협력을 주문하고 있지만, 중국은 ‘대북 제재 완화와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 미측의 선제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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