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와 면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2.6.1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와 면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2.6.15

헤이그서 6년 만에 회동

ASML 장비 공급 요청

글로벌 네트워크 재확인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유럽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강화를 위한 협력을 논의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와 만났다.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는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가 만난 건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9월 방한한 뤼터 총리를 맞아 삼성전자 전시관 ‘딜라이트’를 직접 안내하며 삼성전자의 ▲사업현황 ▲주요 제품 ▲핵심 기술 등을 소개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이날 뤼터 총리와 다시 만난 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국가인 네덜란드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부터 설계, 장비, 전자기기 완제품까지 관련 산업 생태계가 고루 발전한 나라다. 대표 기업인 ASML은 7나노미터(㎚, 1나노=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어 ‘슈퍼 을(乙)’로 불린다.

EUV 노광장비는 1년에 40여대 정도만 생산할 수 있다. 때문에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이 장비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특히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어 미세공정을 위한 EUV 장비가 필수적이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EUV 장비를 100대 넘게 확보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10여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를 만드는 데만 2년가량 걸리기 때문에 삼성이 짓고 있는 신규 공장에 미세공정 생산라인을 만들기 위해선 올해 안에 장비 계약을 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최첨단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필수적인 ASML 장비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뤼터 총리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뤼터 총리는 평소 정보통신기술(ICT)·전기차·e-헬스 등 신산업에 크게 관심을 보여왔으며, 삼성전자와 이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3월 당선인 신분으로 뤼터 총리와 전화 통화로 양국 간 반도체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뤼터 총리에게 “한국과 네덜란드 양국은 ‘포괄적 미래 지향적 동반자’로서 우호 관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특히 ‘미래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산업에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자”고 말했다. 뤼터 총리는 이에 대해 “한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분야 선도 국가인 만큼 양국 간 협력 시너지는 매우 클 것”이라고 답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TSMC와의 경쟁하기 위해서는 EUV 장비 확보가 삼성 입장에서 중요한 문제”라며 “네덜란드와의 협력 강화는 삼성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전략과 새 정부의 반도체 정책이 시너지를 발휘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뤼터 총리와 만남은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기업인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인 정관계 인사들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뤼터 총리는 유럽 정치 비영리 싱크탱크 등에서 ‘차기 EU 정상회의 의장’으로 거론한 최고위급 인사다. 이 부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버락 오바마 등 전 대통령,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반 자이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글로벌 리더들과 교류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관련해 외교계에서는 ‘국가적 외교 자산’으로 평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 7일부터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뤼터 총리를 만나기 앞서 독일 뮌헨을 찾아 BMW 등 완성차 업체들과 배터리 사업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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